알맹이 없는 자구계획에 태영건설 워크아웃 ‘적신호’… 채권단 “진정성 보여야”

김유진 기자 2024. 1. 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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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 태영 창업회장 “같이 살 수 있는 길 찾게 도와달라” 호소
자구계획안에 대주주 사재 출연·SBS 매각 여부 포함 안 돼
채권단 “구체적인 자구 계획안 없어”
강석훈 산은 회장 “기존 자구계획 약속도 안 지켜” 지적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사에서 (주)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 종료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스1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채권단 설득에 나섰지만 채권단의 반응이 싸늘하다. 채권단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경영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영건설이 내놓은 자구계획에 대주주의 사재 출연 등 새로운 내용이 없는 데다 기존 자구책마저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워크아웃을 통한 추가 금융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수백개에 달하는 채권금융회사를 설득해야 하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마저도 “워크아웃의 대전제는 태영과 대주주의 충분한 자구노력인 만큼 태영 측이 문제 해결의 진정성 보여주지 않으면 채권단의 원만한 협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은 기존 자구안에 대한 충실한 이행과 추가적인 자구책 마련 없이는 워크아웃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대강당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하기 이전 금융채권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직접 채권단 설득에 나섰다. 윤 회장은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에 큰 피해를 남기게 돼 줄도산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며 “채권단에도 피해가 고스란히 갈테고 국가 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주단의 워크아웃 승인 없이는 태영을 되살리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면서 “태영과 함께 해 온 많은 분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찾게 도와달라”며 채권단에 호소했다.

3일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산업은행 제공

이 자리에서 태영그룹이 제시한 자구계획에는 태영인더스트리의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방안과 에코비트를 매각 추진해 태영건설 지원에 사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골프장·레저사업을 하는 계열사 블루원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과 평택싸이로 지분 62.5%에 대한 담보 제공도 자구책에 포함됐다. 이외에도 인력·조직 구조조정을 통해 자금을 추가로 마련하는 것도 자구안에 담겼다.

하지만 윤 회장의 간곡한 호소에도 채권단의 반응은 싸늘했다. 채권단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 여부 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기존에 알려진 자구계획만을 들고 와 채권단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태영건설이 채권단을 대상으로 한 설명에 대해 “회장은 태영에 기회를 달라고만 말하고 태영건설은 구체적인 자구안에 대한 설명 없이 태영건설이 어떤 회사인지만 설명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채권단은 기존 자구계획에 대한 성실한 이행과 추가적인 자구안 마련 없이는 워크아웃 진행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채권단 관계자는 “기존에 나왔던 내용만 반복하고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었다”며 워크아웃 승인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강 회장 역시 채권단 설명회가 끝난 직후 백브리핑을 통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채권단을 설득하려면 태영그룹과 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구계획 마련과 성실한 이행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자구안이 없는 워크아웃 계획안은 채권단의 75% 동의 받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뉴스1

강 회장은 또한 태영그룹이 당초 제시한 자구계획의 약속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강 회장은 “태영그룹이 당초 약속한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며 “태영그룹이 책임 있는 자세와 진정성을 가지고 당초 약속한 계획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영그룹은 당초 산업은행에 전달했던 자구계획과 달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 중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또, 블루원 지분 담보 및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태영건설 대신 티와이홀딩스 채무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TY홀딩스 양윤석 전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기자 설명회를 하고 있다./뉴스1

다만, 이같은 채권단의 우려에도 태영그룹이 대주주의 사재 출연과 SBS 매각 등 추가적인 자구계획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양윤석 티와이홀딩스 전무는 채권단 설명회 이후 기자들에게 “SBS 매각은 방송법상 조건도 많고 제약도 많다”면서 “(SBS 매각에 대해) 채권단에서 계속 얘기가 나온다면 가능한 방법이 있나 찾아보겠다는 것이지, 꼭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 양 전무는 대주주의 사재 출연에 대해 “충분히 필요성을 인식하고 준비해 진행하고 있다”며 “11일 채권단 결정까지 시간이 있으니 주채권 은행을 통해 채권단 상황을 보고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역시 기존에 태영건설이 제시한 자구안에 대해 이행 확약을 할 경우 SBS 매각 등 추가 대안을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태영그룹이 기존에 매각을 계획한 계열사 외에 추가적인 계열사 매각을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산업은행은 태영그룹 오너일가의 사재 추가 출연 필요성에 대해서도 “만일 워크아웃에 들어가 워크아웃 과정에서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되면 (사재 출연 등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데 그쳤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개시하기 위해서는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태영건설 관련 채권단은 총 609개로, 새마을금고·신협·단위농협을 추리면 300~400개 정도다. 500억원 이상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압축하면 채권단은 60여개로 줄어든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하는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는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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