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흔적 지우는 폴란드 새 정부, 이번엔 비엔날레 전시 작품 교체 결정
지난해 말 출범한 친유럽 성향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폴란드 새 내각이 이전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 흔적 지우기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오는 4월 개최 예정인 베니스 비엔날레 폴란드관 전시 작품을 교체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바르트워미에이 시엔키에비치 폴란드 문화장관은 지난달 29일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폴란드관 전시 작품을 폴란드 작가 이그나치 치바르토스의 작품에서 우크라이나 집단창작 그룹 ‘오픈그룹’의 ‘리피트 애프터 미’(Repeat after Me)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치바르토스는 총선 결과 법과정의당에서 야당연합으로 정권교체가 확실시되던 지난해 11월 비엔날레 폴란드관 참여 작가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그가 ‘세계의 비극 속 폴란드 운동: 독일과 러시아 사이’라는 주제로 제작한 35점의 조각·회화 작품들이 베니스에서 관람객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시엔키에비치 장관은 “각계각층의 의견과 목소리를 반영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으나 법과정의당 흔적 지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미술전문지 아트뉴스페이퍼는 독일과 옛 소련 시절 폴란드인들이 겪었던 수난의 역사를 형상화한 치바르토스의 작품들은 우파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법과정의당의 정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그가 전시 참여 작가로 선정됐을 당시 심사위원 세 사람은 그의 작품 경향이 올해 베니스 비에날레의 주제인 ‘포용’과 배치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치바르토스의 작품을 대신해 전시될 오픈그룹의 ‘리피트 애프터 미’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여러 지역에서 강제 이주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전쟁의 기억에 대해 말하는 형식의 영상 작품이다.
치바르토스는 아트뉴스페이퍼에 “전시 작가 선정은 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면서 “나는 (이번 사태를) 검열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3일 공식 취임한 투스크 총리는 국영 매체 경영진 해임, 정보기관 수장 교체,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겸직 금지 등 법과정의당 시절의 권위주의 통치 잔재를 털어내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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