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잡으려 레바논 수도 공습한 이스라엘…‘확전’ 공포 고조 [뉴스+]

김희원 2024. 1. 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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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언론엔 알리지마” 장관들 입단속
레바논 “심각한 주권 침해…유엔에 긴급 항의”
국제사회 “오판해선 안돼…확전 자제 노력해야”
가자서 2만2000여명 사망, 5만7000여명 부상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멸을 목표로 가자지구를 공습 중인 이스라엘이 하마스 고위 인사를 암살하기 위해 2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를 공격했다. 타국 수도 인근에 폭탄을 떨어뜨린 것은 심각한 주권 침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친이란 성향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복수’를 예고하면서 국제사회가 ‘확전’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레바논 남부 빈트 즈베일 주민들이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주위에 모여 있다. 신화연합뉴스
◆국경 넘어 무장 드론 띄워…“주권 침해” 반발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 있는 하마스 시설이 공격을 받았다. 레바논 국영 매체들은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 드론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했고 AP 통신 역시 이스라엘에 의한 공격이 명백해 보인다고 전했다.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치안 당국 관리들은 이 공격으로 하마스 인사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가 포함됐다. 알아루리는 하마스 군사 조직을 창설한 초기 멤버 중 한 명으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하마스 정치국 2인자인 살레흐 알아루리가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레바논 베이루트 외곽에서 사망했다. 사진은 2018년 8월2일 알아루리가 이집트 방문을 마치고 가자시티에 도착한 모습. AP뉴시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알아루리 등 공격에 관여한 모든 하마스 지도자를 응징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번 전쟁 발발한 뒤 헤즈볼라 거점인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지역에서는 몇 차례 충돌이 있었으나, 수도 베이루트 지역에 대한 공격은 처음이다. 

이는 중동 역내의 반이스라엘 세력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임시 총리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주권을 침해했다며 “레바논을 새로운 국면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라고 비난했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 항의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진행 중이던 휴전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하마스 정치국장 하니예는 이번 공격을 “테러 행위, 레바논 주권 침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행위 확대”라며 “반드시 보복하고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의 알아루리 암살은 묵과할 문제가 아니다. 저항 세력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있다”며 복수를 다짐했다.

무함마드 시타예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총리도 “뒤따를 수 있는 위험과 결과”에 대해 경고했으며 PA 집권 파타당의 라말라 지부는 3일 하루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중동 내 반이스라엘 세력을 이끄는 이란도 외무부 성명에서 이번 사건을 “레바논 주권과 영토를 침해한 ‘암살’”이라고 규정했다.
2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 제닌에서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고위 관리 피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사회 비난 막으려 ‘책임 회피’

국제사회도 이스라엘의 이번 레바논 공격을 전과 다른 강도로 우려하고 있다. 무리한 공격으로 확전 가능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계속된 전쟁에 따라 여러 주체들이 큰 오판을 할 위험이 있다”면서 “모든 당사자가 극도로 자제하고 역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긴급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시 내각에 참여한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가통합당 대표와 통화에서 “긴장을 고조할 어떤 행위도 피해야만 한다. 특히 레바논에선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3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에서 전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가 사망한 아파트 인근 주민들이 깨진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AP뉴시스
이번 작전은 미국도 모르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간 전쟁이 중동 지역, 특히 레바논으로 번지지 않아야 한다고 지속해서 강조해 왔다.

3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복수의 미 당국자들은 알아루리 제거 작전을 조 바이든 행정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국제사회의 반발을 예상한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이번 암살 책임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 마크 레게브는 이날 미 MSNBC 방송에서 이스라엘군의 책임에 대한 답을 피하면서 “누가 이런 일을 했든 이는 하마스 수뇌부를 노린 정밀 타격”이라고만 말했다.

터키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장관들에게 “이번 작전에 대해 언론에 함구할 것”을 지시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국민 200여명이 사망하고 240여명이 납치된 뒤 대가자지구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일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의 수는 2만2185명이며 5만700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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