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술 다 마시고 나면 설사할까? 변비?” 사진 속에 힌트가 있다

다 마시고 난 뒤 모여있는 술병들[독자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술 많이 마신 다음날, 설사를 할까, 변비에 고생할까?”

술 마신 다음 날, 어떤 날엔 변비에 고생할 때도 있고 또 어떨 땐 설사에 시달린다. 왜 다를까?

이와 관련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음주습관에 따라 설사, 변비로 갈릴 수 있다는 것. 술의 종류나 술을 마시는 방식 등에 따라 설사 혹은 변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일반적으론 음주 후엔 설사를 하기 쉽다. 하지만 폭음을 했다면 오히려 변비를 겪을 확률이 크다.

맥주나 와인을 마신다면 설사, 위스키나 보드카를 마신다면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술의 종류도 다음날 변의 상태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호주 웨스턴시드니대 소화기내과 빈센트 호 부교수는 알코올이 우리 몸의 소화 과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빈센트 교수에 따르면 알코올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이 장을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에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면 음식이 위와 장을 통과하는 움직임이 빨라져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마시는 폭음의 경우 변비를 일으키기 쉽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단시간 많은 양의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며 소장에서 음식물을 처리하는 시간이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를 마시는 모습[독자 제공]

2022년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른 연구에서도 폭음을 한 사람들의 변이 더 단단하고 딱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짧은 시간의 폭음은 장에서 음식물 처리 시간을 늦추는데 음식이 장에 오래 머물수록 변에서 체내로 흡수되는 수분이 많아져 변이 건조하고 딱딱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음식이 이동하는 속도를 높이는 맥주나 와인은 설사를 유발하고 소화 속도를 늦추는 보드카나 위스키는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과 같이 소화기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폭음을 하면 설사나 복통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빈센트 교수는 “만약 소화기 문제를 자주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음주를 자제하고 어떤 종류의 술을 마셨을 때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지 주의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술을 마신 뒤 설사를 한다면 카페인 음료와 술을 함께 마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변비를 자주 겪는다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술을 마시기 전이나 마시는 중간 또 마신 뒤 물을 충분히 마시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단백질과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도 장 활동에 도움을 준다. 술을 마시기 전 위에 음식이 있으면 알코올이 장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빈센트 교수는 “음주 후 설사나 변비가 나타나는 건 대개 일시적이고 며칠 내 나아진다”며 “다만 술을 마시고 며칠이 지나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소화기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