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제보’가 범죄행위?…법조계 “부패방지법 우선”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민원인 정보 유출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수사 의뢰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개인정보 유출이 맞다고 해도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익신고자보호법·부패방지법 취지상 면책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일 통화에서 “공익신고자보호법 8조나 부패방지법 제57조에 따르면 공직자는 공익침해행위나 부패행위를 알게 될 때 신고의무가 있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에서도 이처럼 ‘다른 법에 규정이 있는 경우’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직자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방심위 결정이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에 따르면 방심위 직원도 공직자로 봐야 한다”고 했다. ‘민원 사주’ 의혹 제보가 부패행위 신고에 해당하므로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은 “개인정보보호법 70조는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한 자를 처벌한다. 그런데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것이 부정한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익형량의 원칙’을 따졌을 때 처벌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익형량의 원칙은 서로 충돌하는 기본권의 법익을 비교·판단해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한 개인정보보호법 전문 변호사는 “제보는 민원인의 구체적 신원을 폭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위원장의 비위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정보 주체인 민원인의 이익을 필요 이상으로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는 제보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다. 이번 사건이 공익신고에 해당된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하게 될 경우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시민사회·방심위 내부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류 위원장의 해촉을 촉구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류 위원장은 어제 신년사에서 민원 제기한 사람들을 ‘공익제보자’로 내세우고 정작 민원 사주 의혹을 제보한 이들에게는 ‘공익제보자를 참칭하는 자’라고 했다.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면서 “방심위가 정권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언론을 겁박하는 정치 권력의 도구로 사유화되고 있다”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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