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자 죽이기…류희림도 반복

이홍근 기자 2024. 1. 3. 20: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원사주 의혹에 수사 의뢰로 맞불…정치권도 거들어
2017년 강원랜드 비리 수사 때도 외압 폭로 검사 곤욕

“민원인들의 개인정보 유출은 범죄행위로 공익신고로 포장할 수 없다. 특별감사는 물론 수사도 의뢰하겠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이 보도되자 류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입장문을 내고 제보자를 찾아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거들었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미디어법률단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방심위 민원인 정보를 유출한 성명불상의 방심위 직원을 개인정보보호법 제70조 2항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신고자의 제보를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이후 검찰에 수사가 의뢰되고 방심위 내부에 특별감찰반이 꾸려지는 동안 정작 사건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해명은 일절 없었다. 제보자의 신고가 위법하다는 주장만 되풀이됐다. 정치적 비난과 공익신고자 색출, 수사 의뢰라는 익숙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2017년 춘천지검에서 이 사건을 담당했던 안미현 검사는 2018년 2월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최종원 당시 춘천지검장이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과 면담한 뒤 사건을 종결하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안 검사는 당시 “(최 춘천지검장이) 사건 처리 예정 보고서를 들고 검찰총장을 만나고 온 다음날 ‘내일 불구속하는 것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안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권성동 의원과 염동열 의원의 이름을 빼달라는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에게 지인을 채용해달라고 청탁한 혐의를 받았다.

폭로 이후 안 검사는 전방위 압박을 받았다. 권 의원은 안 검사를 명예훼손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고소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징계 절차가 논의됐다. 최 전 사장과 염 의원은 유죄를 받았지만 검찰은 수사 외압 의혹은 무혐의 종결했다.

지난해 수사 무마 외압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도 같은 패턴으로 공격당했다.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채모 상병 사건을 수사하던 박 대령은 지난해 7월30일 국방부 장관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하고 법령에 따라 경찰로 넘기겠다는 내용으로 결재를 받았다.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게 수사 결과였다.

그러나 박 대령 측 주장에 따르면 다음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수사기록에 혐의자, 혐의 내용, 죄명 다 빼라”고 요구했다. 박 대령은 이를 거부하고 8월2일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또 언론에 이런 사실을 제보했다. 군은 박 대령을 집단항명죄로 입건하고 보직해임했다. 이후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여당은 박 대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군인이 아니라 삼류 저질 정치인의 길을 걷기로 작심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군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무책임한 시민단체에 가까운 일방 행태를 보여 해병대인으로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라고 했다.

문은옥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간사는 “공익제보 사건이 수사 의뢰되고, 정치랑 얽히고, 또 정치권의 이야기를 언론이 쓰기 시작하면 제보자들이 위축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그러면 수사기관에서도 공익신고를 위한 과정이었다고 인정해 불기소할 사건도 기소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패턴은) 권력이 있고 힘이 있는 사람들을 신고했을 때 두드러지는 상황”이라며 “패턴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당연하게 굳어진 방식”이라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