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산 올라 술 마시고 조난...구해줬더니 “한잔할 수도 있지”
폭설 다음날 산에 오른 뒤 술을 마시고 조난된 등산객들이, 구조대원들에 되레 역정을 내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3일 서울 119 특수구조단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도봉산에서 ‘몸을 못 가누는 사람이 산에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은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다음 날로, 눈이 많이 쌓여 제대로 된 장비 없이 등반할 경우 부상 등의 위험이 있는 날이었다.
산악구조대는 도봉산 450m를 올랐고, 이곳에서 60대 남성 A씨와 50대 여성 B씨를 구조했다.
구조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이들은 자신들을 구조하기 위해 얼어붙은 산길을 오른 구조대원에 되레 역정을 냈다.
구조대원이 도착했을 때부터 “한잔하는 바람에...” “술 한 잔 먹어 가지고” 등 변명을 늘어놓더니, 구조대원이 “술 드시는 게 산악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을 땐 “여보세요, 산에 와서 한잔할 수도 있지”라며 언성을 높였다. 구조대원이 “이렇게 안전사고 나니까 원래 안 된다”라고 말하자, “참견하지 말라, 그냥 내려가라”고도 했다.
산악구조대는 이 같은 태도에도 침착하게 A씨와 B씨를 이끌었다. “선생님 잠깐 앉아 계시라” “추우시지 않으냐” 등이다.
우여곡절 끝에 내려오던 중, A씨는 급기야 자신의 짐이 사라졌다며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제 배낭은 어디 있냐”는 것이다. 이에 구조대원은 해탈한 듯한 목소리로 “배낭 이미 가지고 내려갔다”고 답했다.
영상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자, 온라인상에서는 이들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폭설 뒤 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위험한데, 음주까지 해놓고 자신들을 구조하러 온 구조대원에게 언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 “술 마신 게 무슨 자랑이라고 구조대원을 윽박지르나” “하지 말라는 건 좀 하지 말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당시 출동했던 구조대원 중 한명인 박평열 소방장은 MBN과의 인터뷰에서 “(조난자가) ‘혼자 내려갈 수 있는데 왜 자꾸 그러냐’길래 한 5~10분 실랑이를 벌였다”며 “이에 ‘그러면 알아서 내려가시라’고 강하게 나가자, 앞에서 또 바로 넘어지시더라”고 했다. 이어 “술에 취해 정신이 없으셨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자기 가방을 찾더라”며 “일행분이 가지고 내려갔다고 설명했는데도 내려오는 내내 40분 동안 계속 자기 배낭 어디 갔냐며 똑같은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구조대는 결국 A씨에게 배낭을 확인시켜 준 뒤, 일행을 구조차로 인근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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