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에 복잡해진 셈법…증권거래세 다시 손보나

이호준 기자 2024. 1. 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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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폐지 공식화에
3년간 4조328억 감세 예상
거래세 0.23% 복구가 ‘최선’
일각 “거래세 인하” 목소리

내년 시행이 예정됐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금투세를 둘러싼 정부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정부는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이미 증권거래세율을 인하해 왔다. 금투세 도입을 포기할 경우 주식투자에 대한 과세부담이 대폭 줄어 노동·사업 소득과의 세 형평이 무너지는 데다 세수 결손도 극심해진다. 반면 거래세를 원상복구시키면 큰손 투자자들을 위해 개미투자자들을 희생시킨다는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 정부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면서도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여야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금투세를 2023년 도입하되 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세는 이미 지난해 0.23%에서 0.20%로 인하됐고 올해 0.18%, 내년에는 0.15%까지 떨어진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 같은 세율 인하에 따라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10조1491억원의 세입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거래세 인하로 5년간 매년 2조298억원씩 정부 수입이 줄어드는 것인데, 당초 금투세 도입에 따라 연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앞서 금투세가 2025년부터 시행되면 2027년까지 3년간 세수가 4조328억원(연평균 1조3443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2025년 금투세 도입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구상은 크게 어긋나게 됐다. 한창 잘 걷히던 거래세는 줄어들고, 새로 걷기로 한 금투세마저 사라지면 가뜩이나 세수결손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던 나라살림이 한층 더 쪼들릴 수밖에 없다.

금투세가 정부 계획대로 무산되면 세수 측면에서 거래세를 원래대로 0.23%로 복구시키는 것이 당장은 최선이다. 하지만 이미 두차례나 세율이 낮아진 상황을 체감한 투자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 주식투자자의 2.5% 수준인 금투세 과세 대상자를 보호하기 위해 97.5%에 달하는 일반투자자를 희생시키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거래세율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미 인하된 거래세에 따른 세수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데다 온라인 주식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거래세 인하를 계획대로 계속 추진할 것을 요구해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실이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인 금투세를 시장 성장의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아예 금투세는 폐지하고, 거래세는 원래 계획대로 인하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연간 2조원이 넘는 세수 감소가 발생하고 정부 출범 후 줄곧 주장해온 재정건전성이라는 원칙을 허무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거래세 대폭 인하에 따라 주식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가 다른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낮아지는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금투세 폐지 원칙을 확인한 뒤에도 향후 로드맵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전날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 개편은 검토와 점검이 필요한 주제”라며 “세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어떤 조합이 바람직한지 짚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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