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늘어나는 '매도' 및 '보유' 의견…성장 없는 주가 상승 한계[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4. 1. 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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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


지난해 매출 감소세에도 주가가 S&P500지수 대비 두 배가량 초과 상승했던 애플이 2일(현지시간) '매도' 의견 보고서에 3.6% 급락하며 190달러가 깨졌다.

애플의 가장 중요한 제품인 아이폰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며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투자의견 강등이 계속되자 "그래도 애플이니까"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가 아닌지 주목된다.

바클레이즈, 애플 목표가 160달러
바클레이즈의 애널리스트인 팀 롱은 이날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비중'에서 '비중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비중축소'는 '매도'에 상응하는 투자의견이다. 목표주가는 기존 161달러에서 160달러로 소폭 내렸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애플의 종가인 192.53달러는 물론 여기에서 3.6% 급락한 이날 종가 185.64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롱은 최근 시장 조사 결과 아이폰15의 판매가 선진국과 중국에서 "부진했다"며 올 가을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16 역시 판매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폰은 애플 전체 매출액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제품이다. 게다가 아이폰과 연동돼 사용되는 애플 워치, 에어팟 등의 액세서리와 아이폰을 통해 제공되는 각종 서비스를 감안하면 아이폰의 중요성은 전체 매출액의 절반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롱은 맥과 아이패드, 각종 웨어러블 기기 등 애플의 다른 하드웨어 판매도 약세를 보일 것이고 그나마 최근 유일하게 성장세를 유지한 서비스 부문도 올해 매출액 증가율이 10%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그는 "최근 대부분의 분기 매출액이 실망스러웠음에도 주가는 초과 수익을 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주가 흐름에) 반대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가수익비율(PER) 확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올해도 성장 기대하기 어려워"
애플은 지난해 7~9월 분기까지 4분기 연속 매출액이 감소세를 이어갔음에도 지난해 주가는 50%가량 오르며 시가총액이 1조달러 늘었다. 이는 지난해 S&P500지수의 상승률 24% 대비 두 배가량 높은 것이다.

롱은 애플이 지난해 9~12월 분기에도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액을 올리고 올해 1~3월 분기에는 매출액이 한 단계 더 감소해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아이폰 판매량과 판매 제품 구성이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화웨이 등 중국 업체와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중국에서의 판매량은 "점진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폰 시장점유율 하락
이날 오전 카운터포인트가 발표한 시장 조사 자료도 롱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에 따르면 도매가격이 600달러 이상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지난해 71%로 전년 75%에 비해 하락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16%에서 17%로 올라갔고 화웨이는 3%에서 5%로 반등했다.

UBS의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보고트는 지난 1일에 카운터포인트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1월 아이폰 판매량이 2140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1.7% 늘어났지만 전월(10월)에 비해서는 18% 감소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11월 아이폰 판매량이 미국에서 전년 동월 대비 13% 줄었고 중국에서도 6%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인도에서는 아이폰 판매량이 65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8% 늘었지만 이는 전월(10월) 250만대에 비해서는 급감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트는 애플에 '중립' 의견과 목표주가 190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PER 높은데 성장 잠재력 약화
그럼에도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은 여전히 '매수'가 60%로 절반 이상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애플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44명 가운데 60%가 '매수' 의견이고 30%가 '보유' 의견이다. '매도' 혹은 '비중축소'는 10%밖에 안 된다.

다만 주목할 점은 '매수' 의견은 줄고 '보유'와 '매도' 의견은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매수' 의견이 78%로 압도적이었고 '중립'이 17%, '매도'는 5%에 불과했다.

지난해 5월에 루프 캐피털의 애널리스트린 아난다 바루아는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도'로 낮췄다.

'매수'에서 '보유'로의 투자의견 하향도 줄을 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D.A. 데이비슨의 톰 포트와 UBS의 데이비드 보고트가, 8월에는 로젠블라트 증권의 바톤 크로켓이, 10월에는 키뱅크의 브랜든 니스펠이 각각 '매수'에서 '보유'로 애플의 투자의견을 강등했다.

이전의 이러한 투자의견 하향은 애플의 주가에 별다른 타격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바클레이즈의 '보유'에서 '매도'로의 강등은 투자 심리를 뒤흔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애플의 PER이 향후 12개월 순이익 대비 28배로 S&P500지수의 21배보다 높은 상황에서 애플에서 기대할 만한 성장 잠재력이 크지 않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글 반독점 소송도 애플에 리스크
게다가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의 재판 결과가 올해 말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애플은 잠재적인 수익 감소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과 사파리 브라우저의 기본 검색을 구글 서치로 설정하는 대신 매년 구글로부터 수십억달러를 지급받고 있는데 법원이 이에 대해 경쟁을 해치는 관행이라고 판결하면 수십억달러의 수익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애플의 주가 상승은 부분적으로 생성형 AI(인공지능)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스마트폰에 AI 기능이 첨가되면 아이폰 업그레이드 수요가 늘고 앱 스토어에 AI 관련 앱이 급증하며 수익 증대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였다. 하지만 애플은 생성형 AI와 관련해 별다른 전략이나 계획을 밝힌 것이 없다.

애플은 오는 31일 지난해 10~12월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 컨센서스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8% 늘며 5분기만에 소폭 성장세로 돌아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 이후 실적 전망과 향후 성장 전략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면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 애플은 회사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 비밀주의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애플이니까"라는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이런 비밀주의는 사치일 수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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