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풀리고 액션·유머 강해졌다…영화 '외계+인' 2부
새해 한국 영화 대작 첫 타자…1부 흥행 실패가 부담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기다란 촉수를 뻗어내는 외계인과 도포를 휘날리는 고려시대 도사가 대결을 펼친다.
외계인은 인간의 과학기술로는 설명할 수 없는 괴력을 발휘한다. 도사가 부리는 도술도 미지의 힘인 건 마찬가지다. 초능력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신비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기에 격투도 그만큼 현란하다.
흥행의 귀재로 통하는 최동훈 감독의 야심 찬 대작 '외계+인' 2부가 3일 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었다.
2022년 7월 개봉한 '외계+인' 1부의 뒷이야기인 이 영화는 2022년 서울을 배경으로 외계인과 현대인, 고려시대 도사들의 전투를 그려낸다. 아득하게 떨어진 시공간이 한 데 만나면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스펙터클이 펼쳐진다.
1부가 '외계+인'의 독특한 세계관과 다양한 캐릭터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2부는 모든 미스터리를 풀어내면서 이야기를 완결한다.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항상 존재하는 과거, 인간의 몸속에 갇히는 외계인 죄수들, 과거와 미래로 통하는 시간의 문을 열어주는 보물인 '신검' 등 기본 설정은 1부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1부는 인간의 몸에서 탈옥한 외계인 죄수들이 붉은색의 외계 대기로 꽉 찬 '하바'를 서울 한복판에서 터뜨려 지구를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기 시작하고, 이때 시간 이동을 통해 고려시대로 넘어간 서울 소녀 이안(김태리 분)이 잃어버린 신검을 되찾으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됐다.
신검은 하바의 폭발을 멈추게 하는 능력도 지녔다. 이안은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2022년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고려시대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 몸속에 외계인이 숨어있는 자장(김의성), 삼각산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등이 신검의 행방을 쫓으면서 2부가 전개된다.
2부는 1부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1부를 안 본 관객을 위한 배려로 볼 수 있지만, 1부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서울 여성 민개인(이하늬)의 시점을 따름으로써 퍼즐의 빈 곳을 채우고 외계인 탈옥 사건의 실체를 드러낸다.
고려시대로 넘어간 이안과 무륵의 과거사도 조금씩 미스터리가 벗겨진다. 2부는 두 사람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1부처럼 고려시대와 2022년을 오가던 이야기는 다시 한번 시간의 문이 열리면서 하나로 합쳐지고, 본격적인 액션이 펼쳐진다.
2부의 액션은 1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스케일이 크고 강도도 높다.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에서 격투를 벌이던 사람이 철로로 나동그라지고, 열차가 공중으로 치솟기도 한다.
1부에는 안 나온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가 가세한 것도 액션의 스케일을 키우는 데 한몫한다. 그가 휘두르는 칼인 비검은 2부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영화는 숨돌릴 틈 없는 액션의 한복판에서도 유머를 잊지 않는다. 툭툭 내뱉는 말 한마디로 관객의 웃음을 터뜨리는 최동훈식 유머가 빛을 발한다. 가장 가슴 뭉클한 장면에서도 유머가 불쑥 끼어든다.
1부에서 웃음 제조기 역할을 했던 흑설·청운 콤비는 2부에서 한층 비중이 커진 느낌이다. 이들이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 내던져진 상황과 맞물리면서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1부에서 얼치기란 수식어에 어울리게 실수투성이인 데다 능청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한 무륵은 2부에선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는 썬더(김우빈)와 웃음 콤비를 이룬다.
현란한 액션과 유머로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지만, 전통 설화와 SF의 재미를 통합한다는 애초의 대담한 구상이 얼마나 실현됐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1부는 전통 설화와 SF의 요소가 하나의 세계관에 유기적으로 통합되기보다는 이질적으로 병존하는 느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부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2004)을 시작으로 '타짜'(2006), '전우치'(2009), '도둑들'(2012), '암살'(2015)에 이르기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했다. '도둑들'과 '암살'은 '천만 영화'의 반열에 들었다.
그런 최 감독에게 '외계+인' 1부는 처음으로 쓴맛을 안긴 작품이다. 이 영화는 154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쳐 흥행에 실패했다.
2부는 새해 개봉하는 한국 영화 대작의 첫 타자로 기대를 모으지만, 앞길이 순탄치는 않다.
무엇보다 1부가 흥행하지 못한 점이 부담이다. 1부의 내용을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보이지만, 1부를 안 본 관객이라면 진입 장벽을 느낄 수도 있다.
2부가 좋은 반응을 얻어 1부가 재평가받고, 이는 다시 2부의 흥행 동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2부 개봉을 앞두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1부를 감상하거나 1부 내용을 요약한 동영상을 보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도 이런 기대를 낳는다.
최 감독은 이날 시사회에서 "1부가 끝나고 참 힘들었다"며 "남은 건 2부를 열심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마무리 인사말을 하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0일 개봉. 122분. 12세 관람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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