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테러, 혐오정치의 비극"… 양당 폐해 자성론 부상
범행 동기 수사중… 여야 정치적 의미 함구령
정치권을 충격에 빠뜨린 제1야당 대표 피습은 '혐오 정치'가 불러온 비극이라는 분석이 짙게 깔리고 있다. 증오와 갈등으로 점철된 양극단 정치가 분열까지 이르러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극단적 대립과 혐오를 일삼는 분위기가 정치인을 향한 테러로 나타난 만큼, 정치권에서는 양당 정치 폐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을 당한 것은 지난 2일 새해 첫 지역 일정으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던 중이었다. '내가 이재명'이라고 쓰인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쓴 60대 남성은 지지자인 척 접근해 흉기로 이 대표의 목 부위를 찔렀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의자 정보는 충남 아산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1957년 김모 씨라는 점이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 민주당원 또는 국민의힘 당원이라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양극단 정치 부작용을 지목했다. 정확한 신원과 범행 전후 행적, 사회적 동기 등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야 자세한 내막이 드러나겠지만, 정치 테러범을 양산하기까지 상대 당에 대한 적대감을 심고 부추긴 정치권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황운하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은 "양당 정치는 상대 정당에 대한 혐오나 증오를 부추겨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가장 큰 폐해"라며 "이 같은 정치 문화 속 형성된 편향된 정치 인식이 정치 테러범을 양산하는 환경을 만든 건 아닌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22대 총선이 세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사건 당일과 이튿날인 3일 여야 예비후보들은 선거 운동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은권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은 "예민하고 사실이 호도될 수 있는 만큼 정말 조심스러운 사안"이라며 "기본적으로 우리 당은 이런 일은 어느 누구를 향해서도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치적으로도 이용돼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총선에 미칠 파장은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2006년 5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커터칼 피습' 사건 등 과거 비슷한 사례들이 회자되면서, 이 대표 피습 사건을 두고 민심 변동 등 정치적 파장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위협하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하는 한편,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어 정치적 유불리든 새로운 작전이든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신당이 주춤하는 점,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 일정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점 등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 과거보다 양극단 갈등이 고조돼 있는 점은 변수다. 범행 동기가 정치적 배경으로 명확히 판명되지 않는 한, 동정론 등 파급효과가 다소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를 반대하는 진보적 세력과 지지하는 보수 세력이 극단화돼 있는 시점에서는 정치적 여파로 이어지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가 아닌 총선에서는 더더욱 지역구 판도와 후보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정당으로 분열돼 있는 시점에서는 좀처럼 표심이 옮겨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당 모두 파장을 우려해 '함구령'을 내렸지만 대전에서는 파열음이 일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일 참석한 국민의힘 대전시당 행사에서 일부 지지자가 이 대표 피습 사건을 두고 "쇼"라고 외친 데 대해 민주당 대전시당 측이 한 위원장을 향해 사과를 촉구하면서다.
박정현 민주당 최고위원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한 위원장이 이 대표 테러 소식을 알리자 환호와 박수, '쇼'라는 발언이 나온 데 대해 정치인으로 부끄럽다"며 "박수치고 환호한 인사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시민과 국민에게 사과하는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즉각 논평을 내고 "당의 공식 입장도 아니고, 책임 있는 당직자나 정치인 입에서 나온 말도 아니었다"며 "자당 당 대표에 대한 피습도 정치공세로 이용하려는 박정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자중을 부탁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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