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남편 정자만이라도"…60대女에 추출 긴급허가

호주에서 하루 전날 남편 사망하자 긴급 심리요청

사진=아이클릭아트

호주에서 62세의 한 여성이 하루 전 갑자기 사망한 61세 남편의 몸에서 정자를 추출하겠다는 긴급 신청을 해서 현지 법원이 받아들여줬다. 이 여성은 40년 이상 함께 살아온 남편과 두 아이를 뒀지만 비극적으로 죽은 후 지난 4년간 대리모를 통해 새로운 아이를 얻는 계획을 논의해 왔다고 주장했다.

3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한 62세 여성은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자 다음 날 주 대법원에 이같은 내용의 긴급 심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주 대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보도에 따르면 부부는 남매를 뒀지만 2013년 29살 된 딸이 낚시 여행을 갔다가 익사했고, 35세의 아들은 2019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두 사람은 또다시 임신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불임 클리닉에 갔지만, 나이 때문에 아이를 낳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 남편의 정자를 검사한 결과 난자와의 수정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확인하고는 20대의 필리핀인 사촌을 대리모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필리핀 법은 이런 경우 일정 기간 그 나라에서 살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판단돼 계획이 복잡해졌다. 필리핀으로 가려는 계획도 코로나19 팬데믹, 시어머니의 죽음, 직장생활 등으로 계속 뒤로 밀렸다.

이 같은 사연을 들은 호주법원은 정자 추출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피오나 시워드 연방대법원 판사는 "사망한 남편이 자기 몸에서 정자를 추출하는 것에 반대할 것으로 볼 이유가 전혀 없다"며 이를 허가한다고 판결했다. WA주에서는 의학적인 이유가 있으면 사망한 사람의 신체에서 조직 등을 추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여성이 사망한 남편 몸에서 정자를 추출한다고 해서 바로 수정을 통해 아이를 얻을 길이 열린 것은 아니다. WA주에서는 사망한 사람 생식 세포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서다. 시워드 판사 역시 정자 추출을 허락하면서도 법원 동의 없이는 이를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이 때문에 이 여성이 남편 정자를 활용해 아이를 얻으려면 사망자 생식 세포를 사용할 수 있는 퀸즐랜드주 같은 다른 주로 정자를 보내야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으로 아이를 얻는 게 윤리적 또는 사회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저 하트 WA대학 생식의학과 교수는 "호주 대부분의 체외수정 병원에서는 임신 당시 부모 중 적어도 1명은 50세를 넘지 않도록 권장한다"며 "이 여성이 사망할 경우 누가 아이를 돌볼 것인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