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고우석 극적인 MLB 진출… 샌디에이고와 계약 위해 출국, ‘김하성-이정후와 만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성사 여부를 놓고 KBO리그 전체의 관심을 모았던 고우석(26)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막판 극적인 급물살을 타며 극적인 드라마를 썼다. 샌디에이고와 계약서 작성만 남은 가운데 원 소속팀인 LG도 고우석의 포스팅을 대승적으로 허락하기로 했다.
고우석은 출국해 4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입단을 공식 확정할 예정이다. 이제 김하성(29‧샌디에이고),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그리고 고우석으로 이어지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가 한국 야구 팬들에게 최고의 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는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 다르빗슈 유, 마쓰이 유키(이상 샌디에이고) 등 일본인 선수들도 많아 아시아 선수들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고우석의 계약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 건 3일(한국시간) 오전이었다. ‘뉴욕포스트’의 칼럼니트이자 메이저리그 대표적인 소식통으로 뽑히는 존 헤이먼은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협상 임박 소식을 알려 큰 관심을 모았다. 헤이먼은 “한국의 우완 투수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계약이 임박했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의 클로저(마무리)를 맡을 것”이라고 했다. 헤이먼의 공신력을 고려했을 때 조건이 문제일 뿐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계약은 기정사실화였다.
이는 LG의 공식 발표에서도 확인됐다. LG는 고우석 측으로부터 조건을 전달받았다. LG는 당초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무조건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아닌 조건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건이 당초 LG가 설정한 기준에는 못 미쳤으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허락하기로 했다.
LG는 3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LG 트윈스 고우석 선수는 포스팅 절차에 따라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오퍼를 받았으며, LG 트윈스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오퍼를 보내온 메이저리그 팀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면서 “이에 고우석 선수는 금일(3일) 메디컬테스트를 포함한 계약진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실제 고우석은 3일 새벽 현지로부터 계약 확정 소식을 들었고, 서둘러 짐을 챙겨 3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우석의 포스팅 마감시한은 우리 시간으로 4일 오전 8시까지다. 이에 고우석은 서둘러 샌디에이고에 도착, 계약서를 작성하고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 KBO 최고 마무리,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을 실험한다
고우석은 지난 달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이미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중 하나로 발돋움한 고우석은 근래 들어 신중한 어투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꿈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적지 않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고우석의 투구를 지켜봤고, 스카우트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고우석은 2023년 시즌을 끝으로 포스팅에 필요한 자격 요건인 7년을 채우며 모든 조건을 갖췄다.
1년은 한 시즌 등록일수 145일을 넘겨야 채운 것으로 인정을 받는다. 고우석은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17년 등록일수가 100일에 불과했다. 1년이 안 됐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이를 만회했다. 고우석은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 WBC 등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며 등록일수 보상을 받았고, 2017년 모자란 45일을 무난하게 채운 끝에 7시즌을 채웠다.
고우석은 대다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로부터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들이 살아남기 위해 최소한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구속이 있기 때문이다. 고우석은 KBO리그 마무리 투수 중 최고의 파이어볼러고, 시속 150㎞를 손쉽게 넘기는 강력한 패스트볼과 짧고 날카롭게 꺾이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2017년 LG의 1차 지명을 받은 고우석의 선수 경력은 전체적으로 오름세였다. 신인 시즌인 2017년 곧바로 1군에 데뷔해 25경기에 나섰고 강력한 구위는 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2018년에는 56경기에 나가 1군에서 필수적인 자원으로 발돋움했고, 2019년에는 65경기에서 8승2패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다수 관계자들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시작된 게 이 시점부터라고 평가한다.
2020년에는 다소 부진해 성장통을 겪었으나 2021년과 2022년 모두 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 능력을 선보이며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2021년에는 63경기에서 1승5패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을 기록한 것에 이어 2022년에는 61경기에서 4승2패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이라는 개인 경력 최고의 성적을 쓰며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아직 젊은 나이고, 병역 걸림돌도 없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스카우팅 리포트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다만 2023년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은 별로 없었다. 2023년이 끝나면 포스팅 요건은 등록일수 7년을 채울 수 있었지만, 정작 성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빠른 공을 던졌지만 커맨드 문제에 애를 먹은 고우석은 2023년 44경기에서 3승8패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9로 부진했다. 계속해서 위태위태한 장면이 이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고우석이 1년을 더 뛰며 기량을 가다듬은 뒤 완전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실제 이것이 안전한 선택으로 보였다.
하지만 고우석 측은 2022년까지 쌓인 긍정적인 리포트에 대해 알고 있었고,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의 인플레이션이 심화된 올해에도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고우석으로서도 별로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올해 만족스러운 오퍼를 받지 못한다고 해도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에 자신의 이름을 날릴 수 있고, 이는 내년 FA 시장에서의 포석이 된다는 논리였다.
LG 측에서도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고우석은 2023년 팀이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하면서 마음에 있던 부담을 한결 덜어낸 상황이기도 했다. 결국 시즌이 끝난 뒤 고우석은 LG에 메이저리그 도전의 뜻을 전달했다. LG는 당황하면서도 일단 선수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룹 최고위층에서 허락 의사를 밝혔다. 다만 조건을 달았다. 헐값에는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11월 16일에는 에이전시 리코스포츠 이예랑 대표가 LG 차명석 단장과 면담에서 고우석의 포스팅 여부를 의논했다. 차 단장은 그룹 수뇌부와 이야기가 필요하다며 확답하지는 않았다. 당시 차명석 단장은 “이전에는 포스팅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한 적 없다. 구단주의 뜻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고, 이예랑 대표 또한 “프로야구 선수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신분조회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관심 있는 구단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상황이 맞지 않으면 남을 수도 있다”고 여지를 뒀다.
12월 2일 당시 고우석은 “올해 연봉 협상할 때부터 단장님과 얘기했다.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우승하면 무조건 해외 진출까지는 아니라도 포스팅 신청은 고려해주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지금 신청을 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이 문제가 가장 컸다. 만약에 잘 안 풀리더라도 LG 선수로 남을 수 있다는 점, 그런 것들이 컸다”고 솔직하게 포스팅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또 “내년 FA로도 도전할 수 있고, 이번에 포스팅으로도 갈 수 있으니까 (방법은) 흘러가는 대로 가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말했다.
이어 “우승한다고 무조건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어서 포스팅 신청은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만 했다. 포스팅을 위해 우승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우승은 늘 원했다. 우승하지 못했다면 나 스스로도 포스팅을 신청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포스팅이 결정된 뒤 12월 5일 공식적인 포스팅 절차가 시작됐다. 사실 고우석 포스팅은 약간 답답하게 흘렀다. 보통 이적시장에서는 수많은 루머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고우석은 메이저리그에서 뛴 경력이 단 한 번도 없고, 이에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조용하게 한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현지 언론에서도 일부 팀들이 고우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으나 이론적인 이야기가 많았고, 현지 유력 소식통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루머 또한 없었다. 한 에이전시 관계자는 “분명 고우석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구단들이 몇몇 있는데 소식이 너무 들리지 않는다”고 의아해했다.
◆ 조용했던 현지 언론, 고우석의 무엇에 주목했을까
사실 보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우석에 대한 소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성공한 마무리 투수이며,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일단 첫 번째 화제가 된 것은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신분 조회를 받았던 때였다. 11월 15일의 일이었다. 역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었고, 고우석보다 더 유리한 상황에 있었던 ‘처남 매제 사이’인 이정후와 맞물려 관심을 모았다.
메이저리그 이적시장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는 당시 ‘신분조회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영입 가능성이 있는 선수에게 관심을 보일 때 거쳐야 할 공식적인 절차’라면서 ‘분명히 신분조회 자체로 그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는 그간 신분조회를 받았으나 끝내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한 몇몇 KBO리거들의 예를 들기도 했다.
이어 11월 28일에는 미국 일리노이주 미주리주 일간지인 '벨레빌 뉴스 데머크랏'에서 고우석의 이름이 등장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열리기 전이었다. 이 매체는 '다음 주에 내슈빌에서 연례 행사인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열린다. 인트루이스는 FA 시장에서 고우석과 일본인 좌완 마쓰이 유키 등을 타깃으로 삼고 불펜 보강을 노릴 것‘이라고 보도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세인트루이스 불펜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신빙성을 얻었다.
실제 세인트루이스는 현지 언론에서 고우석과 가장 많이 엮은 팀 중 하나였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번 FA 시장이 개장하자 선발 투수들이 대거 영입하며 마운드를 살찌웠다. 우선 136승 우완 랜스 린과 계약했다. 2024년 1000만 달러를 보장하고, 2025년 구단 옵션을 포함하면 최대 2년 2400만 달러에 합의했다. 이어 빅리그 통산 104승을 기록한 카일 깁슨과 1+1년 계약에 합의했고 2024년 1200만 달러를 보장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은 세인트루이스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소니 그레이와 3년 75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하지만 불펜은 계속 문제였다. 세인트루이스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47로 메이저리그 전체 23위로 하위권이었다. 그러나 많은 금액을 들여 불펜을 영입할 수는 없었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는 두 선수와 연계된 것이다.
심지어 다저스 소식을 다루는 ‘다저스웨이’는 27일 고우석의 구체적인 몸값을 예상해 화제를 모았다. 다저스웨이는 다저스의 불펜 보강 카드로 고우석에 주목하면서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인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지난 5시즌 동안 275⅓이닝을 소화하며 334탈삼진을 기록했다. 이제 고작 25살인 선수이며, 3년 2400만 달러 정도면 영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봐 화제를 모았다. 3년 2400만 달러면 LG의 기준치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로는 고우석의 계약 소식을 논하는 매체가 별로 없었고,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12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휴가에 들어감에 따라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도 멈춰 섰다. 고우석에게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상황이 다소 촉박하게 돌아간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뽑혔다.
결정적으로 진출 직전 시즌이었던 지난해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손해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생각보다 더디게 흘러가는 메이저리그 불펜 시장도 고우석으로서는 답답했다. 불펜 최대어인 조시 헤이더를 비롯, 대어급인 아롤디스 채프먼, 브렌트 수터, 데이비드 로버트슨, 로버트 스티븐슨 등이 시장에 그대로 남은 상황에서 아직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고우석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샌디에이고가 막판에 떠올랐다. 샌디에이고는 한국인 선수들, 그리고 KBO리그 선수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구단이다. 실제 김하성을 포스팅을 통해 영입해 대박을 쳤고, 근래에는 윌머 폰트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선수들과도 속속 계약을 하며 이 색깔을 짙게 했다.
샌디에이고는 이미 마쓰이 유키와 계약에 합의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고우석에게도 관심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마쓰이와 고우석은 해외 에이전시가 같았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일이 조금 더 순조롭게 풀릴 수 있었을 것이라 점친다.
◆ LG 기준에 못 미쳤는데, LG는 왜 고우석의 해외행을 수락했나
LG는 고우석의 포스팅 이적을 조건부로 수락했다. 헐값에 보내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포스팅 시스템은 선수의 전체 총액에 따라 구단에 이적료가 지급된다.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은 계약금에 대한 20%를 원 소속 구단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LG가 예상한 고우석의 계약 규모 구간이다. 혹시 보장 계약 금액이 50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은 500만 달러와 2500만 달러 초과 금액에 대한 17.5%를 원 소속 구단에 지급하는 조항이다. 이를 넘어 보장 계약 금액이 5000만 달러 초과일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은 937만 5000 달러와 5000만 달러 초과 금액에 대한 15%를 원 소속 구단에 지급한다. 여기에 인센티브나 클럽 옵션은 달성시 해당 금액의 15%를 받는다.
물론 LG가 돈이 급한 건 아니었다. LG도 2024년 정상 수성을 위해 고우석이 반드시 필요했다. 지난해 부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팀의 마무리였다. 좋은 활약을 선보인 다른 불펜 투수들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실제 이 선수들이 마무리가 됐을 때 어떤 활약을 하느냐는 예상할 수 없었다. 1년 반짝하고 올해 부진하거나 부상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LG는 되도록 고우석을 남기고 싶어했고, 조건을 걸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선수도 내년 FA 자격 취득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굳이 헐값에 갈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고우석의 금액은 LG가 당초 설정한 금액보다 상당히 아래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LG가 고우석에게 1000만 달러 이상의 큰 금액을 설정한 건 아니다. 하지만 400~500만 달러 수준도 아니다. 그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게 LG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고우석의 계약 총액은 LG가 설정한 구간에 못 미친다. 원래대로라면 LG가 불허하고, 선수도 합의된 금액이 있는 만큼 고심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LG는 고우석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뒤 생각보다 일찍 결정을 내렸다.
이는 구단 고위층의 의견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LG는 고우석을 잃으면서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다만 샐러리캡 쪽에서는 다소간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리그에서 샐러리캡 상한치에 가장 가까운 구단이었던 LG는 올해 고우석까지 연봉 협상 대상자가 되면 샐러리캡 상한선을 무조건 넘겨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
한편으로 미래를 생각하면 LG에 꼭 나쁜 건 아니다. 고우석은 2024년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칠 경우 FA 자격을 얻는다. 말 그대로 자유의 몸이다. LG에 남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거나, 또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는 등 여러 선택지가 열린다. LG로서는 이미 샐러리캡이 모두 차 있는 상황에서 고우석까지 거금을 지불하기에는 재정적인 고민이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포스팅으로 가면 일단 보유권을 갖는다. 훗날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KBO로 돌아오면 무조건 LG로 돌아와야 한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리고 현행 규정상 복귀 후 LG에서 4년을 더 뛰어야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고우석이 언제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뛸지는 알 수 없지만, LG로서는 1년을 더 쓰고 고우석을 아예 잃어버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일단 벗어났다. 고우석의 대체자를 키워 그 공백을 만회한다는 각오다.
LG 염경엽 감독 또한 최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시간이 많지 않아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남으면 고우석이 내년 한층 성장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면서도 "가면 가는대로 대안은 있다. 유영찬이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마무리투수로 활약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하며 유영찬을 고우석 이적시의 차기 마무리로 점찍기도 했다.
또 "올해 불안했던 3~5선발 중에서 3선발과 4선발은 임찬규와 최원태로 자리를 잡고 시작할 거다. 5선발은 김윤식과 손주영을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6명을 돌리려고 하는데, 5선발은 투수파트와 논의해서 컨디션 좋은 선수를 한 달 써보고 휴식을 주거나, 두 선수를 번갈아 열흘 로테이션으로 갈지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우석 이적시 그에 대한 마운드 구상을 어느 정도 해놓은 셈이다.
◆ 연봉 다이어트 나선 샌디에이고는 왜 고우석을 선택했나
그렇다면 왜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을 선택했을까. 사실 이는 샌디에이고의 올해 오프시즌의 줄기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샌디에이고는 최근 몇 년간 슈퍼스타들을 거침 없이 영입하고, 또 기존의 주축 선수들과 차례로 장기 계약을 하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팀 페이롤은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샌디에이고의 2023년 팀 연봉은 약 2억5600만 달러로 뉴욕 메츠(약 3억4360만 달러), 뉴욕 양키스(약 2억7865만 달러)에 이은 메이저리그 3위까지 올라섰다. 지구 최대 라이벌이자 마켓을 보유하고 있는 LA 다저스(약 2억4000만 달러)보다도 더 많은 돈을 쓰며 신흥 갑부의 면모까지 뽐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리가 찢어졌다. 마켓이 크지 않은 샌디애이고는 태생부터 빅마켓을 등에 업고 있는 팀들을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샌디에이고는 스타 선수들을 영입해 경기장 수입을 늘리고, 추후 TV 중계권료 협상에서도 대박을 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 경기장 수입은 많이 늘었다. 입장 관중이 늘어난 이유다. 그런데 TV 중계권에서 중계권사가 파산하면서 지난 시즌 막판에는 은행 대출을 받아 급여를 지급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결국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그 결과는 오프시즌 팀 연봉의 혹독한 다이어트였다.
샌디에이고는 올해 연봉조정 마지막 해에 이르는 팀의 간판 타자이자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 중 하나인 후안 소토를 결국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다. FA 자격을 1년 남긴 소토는 올해 3500만 달러 정도의 연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샌디에이고는 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소토와 장기 계약을 할 만한 실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소토의 최종 금액은 5억 달러 이상의 추정된다. 그러자 1년 남기고 트레이드로 이득을 얻은 뒤 다시 팔아버린 것이다.
세스 루고, 마이클 와카는 지난해 샌디에이고 마운드에서 쏠쏠한 활약을 한 선수였고 실제 샌디에이고는 이 선수들의 2024년 구단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페이롤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샌디에이고는 이 선수들과 옵션도 실행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샌디에이고는 팀 연봉을 5000만 달러 이상 줄였다. 팀의 목표인 연봉 2억 달러 이하와 가까워진 것이다.
FA 시장의 최대어로 떠오른 팀의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 그리고 팀의 마무리인 조시 헤이더는 계약도 하지 못했다. 그냥 FA 시장으로 흘려보냈다. 이들의 몸값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샌디에이고는 특히 마운드에서 구멍이 많은 뚫린 상태다. 하지만 어쨌든 현재 멤버가 약한 것은 아니었고, 2024년에도 서부지구 정상에 도전하는 팀이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전력 보강은 필수였고 헤이더가 빠져 나간 불펜부터 채우기 시작했다.
마쓰이 유키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옵션이었다. 그리고 우완을 채우기 위해 고우석을 낙점했다. 고우석은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만한 스터프를 가진 선수에다, 마무리 경력도 많다. 헤이먼이 고우석을 당장 팀의 마무리로 지목한 이유다. 어떤 결론이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 보장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스프링트레이닝에서 흥미로운 경쟁이 예상된다.
현재 샌디에이고의 불펜 뎁스 차트상으로는 로베르트 수아레스가 클로저 역할을 맡고 있다. 수아레스는 지난해 26경기에서 4승3패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2년 45경기에서는 5승1패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바 있다. 이어 좌완 톰 코스그로브, 우완 스티브 윌슨, 좌완 알렉 제이콥, 우완 로건 길버트, 좌완 아드리안 모레혼 등이 불펜을 이룰 후보다. 여기에 마쓰이와 고우석이 추가됐다.
사실 헤이더가 빠지면서 마무리 자리는 공석이나 마찬가지다. 수아레스도 강력한 구위에 적지 않은 경험을 자랑하는 선수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성적이 부진했다는 점이 걸린다. 다른 선수들은 마무리 경험 자체가 많지 않다. 이에 마쓰이와 고우석에게 적지 않은 기대가 걸리고 있다. 두 선수가 셋업맨으로 마무리로 가는 길목을 지킬 수도 있다.
◆ 김하성과 만나고, 이정후-오타니와 싸운다, 박 터지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고우석의 팀 적응은 특별히 걱정할 것이 없다. 바로 팀에 선배인 김하성(29)이 있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2021년 시즌을 앞두고 고우석과 마찬가지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으며, 이제 3년을 뛰어 팀 적응은 다 마쳤다. 항상 열정적인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받는 김하성은 2022년부터 팀 클럽하우스에도 부쩍 적응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팀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선수로 동료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김하성이 고우석의 생활 적응도 도울 수 있고, 고우석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는 점도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클럽하우스와 미국 내 문화 적응만 잘하면 되는데 김하성이라는 최고의 도우미가 있는 셈이다. 중남미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클럽하우스 분위기로 알려진 샌디에이고라 적응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기에 ‘처남 매제’ 사이인 이정후와 맞대결도 기대할 수 있다. 고우석과 같은 날 메이저리그 포스팅 절차를 개시한 이정후는 고우석에 앞서 이미 대형 계약을 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했다. 키움에 줘야 할 포스팅 금액까지 합치면 총액 1억3000만 달러가 넘는 거금이었다. 이는 2014년 시즌을 앞두고 추신수가 텍사스와 한 7년 1억3000만 달러 계약과 버금간다.
그런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같은 지구인 샌디에이고와 부딪힐 일이 많다. 당장 샌프란시스코의 올해 개막전 상대가 바로 샌디에이고다. 고우석과 이정후의 맞대결이 샌디에이고 홈 개막전부터 치러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LA 다저스에는 오타니 쇼헤이가 있다. 당초 LA 에인절스 소속이었던 오타니는 올 시즌을 앞두고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전 세계 스포츠 최고액에 사인하며 역사를 다시 썼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선수다. 오타니와 고우석은 본의 아니게 하나의 해프닝으로 엮어 있어 더 관심을 모은다.
일본 언론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드러낸 것 또한 이 이유다. 일본 스포츠매체 '데일리스포츠'는 '고우석은 LG에서 KBO 7년 동안 불펜 투수로 통산 354경기에 등판해 19승26패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3년 차부터는 팀의 부동의 마무리투수로 기여했다. 2019년과 2022년 시즌에는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이번 시즌은 44경기에 등판해 3승8패15세이브 평균자책점 3.89를 거뒀다‘고 고우석의 KBO리그 기록을 설명했다.
그런데 '고우석은 지난해 3월 열린 WBC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했는데, 1라운드 일본전을 앞두고 오타니에게 고의사구를 던지겠다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고 덧붙여 뒤끝을 드러냈다. 일본 언론은 WBC 당시 고우석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오타니에게 던질 곳이 없으면 아프지 않은 곳에 던질까라고 이야기해 고의사구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고 보도해 일본 팬들의 큰 비판을 이끌어냈다. 고우석은 조금 농담처럼 말한 것이었는데 이게 논란이 됐다.
그런 고우석은 오타니와 개막전부터 만날 가능성이 있다. 고우석의 소속팀 샌디에이고, 그리고 오타니의 소속팀 다저스는 올 3월에 열릴 메이저리그 서울 시리즈에 참가한다. 메이저리그가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몇몇 경기들을 해외에서 개최하는데, 보통 아시아권에서 익숙한 후보지인 도쿄 대신 올해는 서울에서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리는 것이다. LA 다저스는 이미 박찬호 류현진 등이 활약해 한국에서는 최고 인기팀에 속하고,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의 활약으로 우리에게 친숙해졌다. 두 팀 모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많다.
일단 오타니는 올해는 투수로 뛰지 않는다. 팔꿈치 수술 여파 탓이다. 그러나 타자로는 뛴다. 그래서 서울 시리즈에는 지명타자로 출전할 전망이다. 오타니의 다저스 소속 첫 경기로 대단한 이목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고우석은 팀의 개막 로스터에 포함된다면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고척돔에서 가질 가능성이 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이 고척돔에서 실현될지도 관심사다.
◆ 샌디에이고의 코리안리거는 누구?
샌디에이고는 한국인 선수들과도 인연이 있는 편이다. 우선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이곳에서 뛰었다. 1994년부터 2001년까지 LA 다저스에서 활약했던 박찬호는 2002년 FA 자격을 얻어 텍사스로 이적했으나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후 2005년 트레이드돼 찾은 팀이 바로 샌디에이고였다. 박찬호는 2006년까지 샌디에이고에서 뛴 뒤 2007년 뉴욕 메츠로 이적했다.
박찬호는 샌디에이고에서 한 시즌 반 남짓한 기간 동안 34경기(선발 30경기)에 나가 11승10패 평균자책점 5.08을 기록했다. 박찬호는 2007년 메츠로 떠났지만, 이후 샌디에이고와 관계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 다저스 시절 박찬호를 각별히 아낀 오말리 가문이 다저스에서 손을 털고 나간 이후 샌디에이고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이후에도 오말리와 꾸준히 만나며 인연을 이어 왔고 이 때문에 샌디에이고에서 몇 차례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하성이 2021년 입단해 3년을 뛰며 현재는 팀의 중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구단 역사상 최고의 영입으로 뽑힌다. KBO리그를 풍미했던 유격수인 김하성은 꾸준하게 샌디에이고의 관심을 받은 끝에 2021년 포스팅을 통해 계약에 골인했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에게 4년간 총액 2800만 달러를 보장했다. 키움에 준 약 552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은 별도였다. 2022년부터는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줬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내야 주전 구도가 확고한 편이었다. 3루에는 매니 마차도, 유격수에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2루에는 제이슨 크로넨워스가 있었다. 이 때문에 김하성의 영입이 중복투자라는 평가도 있었다. 실제 김하성이 2021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자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아무리 세 포지션을 다 소화할 수 있다고 하고 실제 그런 공헌도를 보였지만 백업 선수는 백업 선수였다.
하지만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 적응한 2022년부터 대활약을 펼쳤다. 약간의 운도 있었다. 팀의 주전 유격수였던 타티스 주니어가 2022년을 앞둔 오프시즌에 손목을 다쳤고, 이에 김하성이 개막전부터 주전 유격수로 나선 것이다. 여기에 타티스 주니어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들통나 80경기 출전 정지를 받고 2022년 전체를 결장하면서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로 입지를 굳혔다.
김하성은 2022년 150경기에서 타율 0.251, 출루율 0.325, 장타율 0.383, OPS(출루율+장타율) 0.708, 11홈런, 59타점, 12도루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적응했다. 특히나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줘 시즌 뒤에는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23년 시즌을 앞두고는 샌디에이고가 올스타 유격수인 잰더 보가츠를 11년 총액 2억8000만 달러에 영입하면서 포지션 변동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김하성은 새로운 자리인 2루에서도 맹활약하며 가치를 드높였다. 시즌 152경기에서 타율 0.260, 출루율 0.351, 장타율 0.398, OPS 0.749, 17홈런, 60타점, 38도루라는 화려한 성적으로 리그 평균보다도 10% 더 좋은 OPS를 기록했다. 수비는 말할 것도 없었다. 2루수, 유격수, 3루수를 모두 능수능란하게 수행했고 결국 시즌 뒤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아시아 내야수 역사상 첫 골드글러브 수상이라는 감격을 썼다.
최지만 또한 2023년 트레이드로 잠시 이 팀을 거쳐 간 적이 있다. 탬파베이에서 풀타임 메이저리그로 자리를 잡은 최지만은 부상 탓에 팀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당시 1루수가 필요했던 샌디에이고의 부름을 받아 시즌 중반 트레이드됐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에서도 역시 부상의 늪에 빠졌고, 샌디에이고에서는 16경기에서 타율 0.065라는 부진한 성적을 남긴 채 시즌이 끝났다. 최지만은 현재 FA로 새 소속팀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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