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전면시행 앞두고 예비 학부모 전수조사…일부 반발

김정현 기자 2024. 1. 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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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소집 기간 활용해 예비 학부모 전수조사
매일 2시간씩 무상 '기초 프로그램' 수요 물어
전교조 반발…"학교서 극심한 업무 갈등 여전"
발표 미룬 탓?…교육부 "교원 부담 없게" 해명
[세종=뉴시스] 교육부가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실시하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예비 학부모 대상 늘봄학교 관련 기초 조사' 설문 표지. (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회 제공). 2024.0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늘봄학교' 전국 확대를 앞두고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 학부모 대상 전수 수요조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매일 2시간 내외의 무상 기초 프로그램 참여 여부와 참여 시간 등을 묻고 있는데 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교직단체에서는 과도한 조사라는 반발도 제기된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일부터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이 주로 이뤄지는 오는 8일까지 단위 학교를 통해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예비 학부모 대상 늘봄학교 관련 기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늘봄학교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학생 규모와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이뤄지는 기초 조사다. 학교에서 예비소집에 참여한 학부모에게 안내하거나 큐알(QR)코드를 발송해 설문에 참여하게 하고 있다.

설문지를 보면, 교육부는 늘봄학교 프로그램은 크게 매일 2시간 이내로 1년 이상 무상으로 제공되는 '기본 프로그램'과 기존 방과후 프로그램 및 돌봄인 '추가 프로그램' 2가지로 구분된다고 안내했다.

기본 프로그램은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정규 수업 종료 후 매일 2시간 이내로 1년 간 운영하는 무상 프로그램"이라며 초등학교 신입생의 학교 생활 적응을 지원하는 취지가 있다고 소개했다. 발달단계에 맞는 체육, 문화·예술, 심리·정서, 디지털을 예로 들었다.

방과후 프로그램은 현재도 수익자가 비용을 부담(유료)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설문은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된다고 밝혔다.

돌봄교실은 오후돌봄 간식비를 제외하고 무상으로 운영되며 ▲수업 전 아침돌봄 ▲수업 종료 후 오후 17시까지 오후돌봄 ▲오후 5~8시 저녁돌봄 3가지로 구분된다고 적었다. 현행 늘봄학교와 같은 방식이다.

문항은 늘봄학교에 자녀가 참여하길 희망하는지 여부, 그리고 기본과 추가 프로그램 중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지 여부를 묻고 있다. 기본 프로그램에 참여를 희망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조사한다.

정규 수업 종료 후 몇 시까지 늘봄학교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지에 대해서는 '14시(오후 2시)까지'부터 '20시(오후 8시)까지'를 시간대별로 택하도록 했다. 희망하는 돌봄 프로그램 유형(시간대별)도 따로 물었다.

아울러 교육부는 설문에서 통계처리 목적이라며 ▲거주지(광역시·도, 기초 시·군·구) ▲자녀 입학 예정 초등학교 실명 ▲입학 예정 자녀 실명과 생년월일을 묻고 있다. 다자녀 여부와 교육비 지원을 받는지, 다문화나 한부모, 조손 가정인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고양=뉴시스] 지난해 11월3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늘봄학교·교육 기부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이 경주로봇 AI노바를 조종해 트랙을 돌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4.01.03. photo@newsis.com

이를 두고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정책 밀어붙이기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온다.

전교조 초등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 "설문 응답자의 자녀를 특정할 수 있는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문항은 늘봄학교 정책에 우호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편향적으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늘봄학교 전면 도입을 앞두고 어느정도 수요가 있는지 파악하고 정책을 설계하기 위한 기초 조사일 뿐"이라며 "개인정보 조사는 한 가정에서 부모가 동시에 응답하는 것과 같은 중복 응답을 걸러내기 위해 불가피한 조사였고 설문에서 밝혔듯 통계 처리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교직단체에서 당국의 기초 수요조사까지도 문제를 삼고 나선 배경에는 교사들 사이에서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늘봄학교는 학교 내에 별도의 조직을 만들고 교사는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분리형 모델' 추진을 밝혔음에도 반발이 이어진다.

교육부가 정책 발표를 차일피일 미뤄온 점도 현장 교사들의 우려를 낳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지난해 8월 교육부는 당초 늘봄학교를 내년부터 전국 학교에 시행할 방침이었으나 그 시기를 1년 앞당기기로 하고 '2024년 초등 늘봄학교 단계적 확산 계획'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발표 시점은 지난해 11월이었으나 미뤄졌고 시기도 특정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12월31일 범 정부 합동 '2024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자료를 통해 오는 3월 새학기에는 초등학교 2000개교에서 우선 운영하고 2학기에는 전국 모든 학교로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은 밝혔다.

전교조 초등위원회는 "여전히 학교 현장은 늘봄학교 관련 극심한 업무 갈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관련 예산이 언제 고갈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며 인력과 재정 대책이 없는 상황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늘봄학교가 기존 교원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한 원칙"이라며 "정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알리고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조속한 시일 내 발표하겠다"고 거듭 해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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