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생도, 현장실습생도 누구나 ‘노동조합 할 권리’ 있다
[왜냐면] 신은진 |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경기지부 사무국장
노동은 삶을 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사회 발전에는 누군가의 노동이 숨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린 대부분 노동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구조 가장 밑바닥에 특성화고 현장실습생과 고졸 노동자들이 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은 값싼 노동으로 착취된다. 불과 2년 전에도 전남 여수의 현장실습생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학교와 회사, 그 누구도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애초에 현장실습생을 노동자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노동자가 돼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폭언, 무시,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귀결하는 고졸 차별 속에서 위태롭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다.
우리에겐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노조를 통해 당당히 내 권리를 찾을 수 있다. 특성화고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고등학생도 노조 할 수 있어요?” “왜 회사가 아니라 학교에서 활동하는 거예요?” 당연히 고등학생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나 현장실습을 하는 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예비 노동자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일하는 학생, 현장실습생도 노동자로서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많이 변했음에도 노조에 대한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2년 전 경기도 수원의 특성화고 두 곳에서 노조에 대한 탄압이 있었다. 여수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고 홍정운 님의 죽음에 대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서명을 이들 학교에서 받았다. 하지만 ㄱ학교는 학교의 허가 없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명받는 것은 행패라며 당장 철수하라고 반발했다. ㄴ학교는 교사가 “야, 유인물 받지 마!”라고 소리치면서 “학생들의 학적이 학교에 있으니 학생들에 대한 소유권을 우리가 갖고 있다”며 허락 없이 서명받지 말라고 말했다. 특성화고노조는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학교는 모든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사과문을 가정통신문으로 배포했다. 그리고 특성화고노조 활동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일련의 사건들 이후에도 여전히 학교는 ‘노조 할 권리’를 가로막는다. 올해 수원 삼일고는 학생들을 시청각실에 모아두고 “특성화고노조의 유인물을 받지 말라”고 이야기했고, 특성화고노조 한 활동가의 영상을 보여주며 그에 대해 악의적으로 말했다. 해당 활동가가 삼일고 졸업생임에도 불구하고 노조와 개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긴 것이다.
서울 디자인고에서 현장실습생의 근로계약서 작성과 최저임금을 보장하라는 서명을 받던 중, 한 선생님이 “청소년이 뭘 안다고 서명을 받냐”며 “경찰을 부르겠다”고 노조 활동을 막았다. 학생 스스로 제대로 된 대우를 받고 싶어 서명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야! 그거 하지 마! 들어가!”라며 강압적으로 소리쳤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특성화고노조에서 전화 오면 상대도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특성화고노조 조합원들은 대부분 10~30대 청소년과 청년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노조를 찾을 때는 일터에서 해고, 산업재해 사고 등 부당한 일을 겪을 때다. 10대 조합원들은 “실습할 때 실습생의 동의가 있어도 주 40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는 거로 아는데, 지난주에는 50시간 넘게 일했어요”, “아르바이트하는데 근로계약서도 안 쓰고 주휴수당도 안 줘요”라며 상담을 요청한다.
이러한 현실이 학생도, 현장실습생도, 고졸 노동자도 노조 하는 이유이다. 폭언, 무시, 저임금의 비정규직 사회로 뛰어들게 된 학생들이 자신을 보호하고 일터에서 내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은 노조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조 할 권리를 특정 교사나 학교가 가로막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오히려 학교가 나서서 노조 활동으로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고 교육해야 한다. 누구나 노조 할 수 있는 시대를, 학교에서부터 학생들이 제대로 된 노동교육을 받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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