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유예…이 정도 대책으로 국민 설득할 수 있을까

한겨레 2024. 1. 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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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기존 안전보건의 일반적 대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법 적용을 추가 유예하더라도 문제가 없게 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 대책이 지금 필요하다.

분류에 소요될 행정력 투입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중대재해법 적용유예를 위한 대책이라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췄는지가 기준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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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당정협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임영섭 | 재단법인 피플 미래일터연구원장·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공동대표

지난달 27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의 2년 추가 유예를 위해 야당을, 나아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방책으로 보인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대책은 해당 기업에 이미 3년의 유예기간을 줬는데도 왜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해야 했다. 원인에 대한 성찰 없이 급하게 마련한 대책은 헛돌기 마련이다.

이번 대책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지속 내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중심이다. 그런데 그 동안 지원 과정에서 컨설팅을 원하는 사업장을 발굴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았다. 기업들이 그냥 ‘버티고 보자’는 식으로 무관심하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고민을 먼저 했어야 한다. 컨설팅 외에 교육, 기술지도, 전문인력 양성, 안전장비·시설 지원 등도 지난 3년의 유예기간에 시행했던 대책들이다. 그간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효과에 대한 분석 없이 그대로 계속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존 안전보건의 일반적 대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법 적용을 추가 유예하더라도 문제가 없게 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 대책이 지금 필요하다.

경영 책임자에게 현장에서 안전보건 조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인력·예산 확보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라는 것이 중대재해법을 만든 취지다. 이러한 취지를 소홀히 한 데 대해 강력한 형사처벌을 예정해 경영 책임자의 안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는 것이 이 법 적용에 대한 그 동안의 평가다. 그렇다면 정부는 강력한 경제 제재 등 형사처벌에 버금가는 대체 수단을 마련하는 것을 우선해야 하지 않겠는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안 돼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강력한 감독을 실시하겠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는 제1 대책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을 들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 83만여 곳을 전수 조사해 중점관리 사업장과 일반관리 사업장으로 나눠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다 조사할 수 없으니 자체 조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자체 조사를 시행하지 않는 기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 중점관리 사업장을 선정하는 기준에도 업종, 재해 현황, 위험 기계 보유 현황 등 위험도의 크기만 있지 안전보건관리체계는 빠져 있다. 분류에 소요될 행정력 투입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중대재해법 적용유예를 위한 대책이라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췄는지가 기준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중점관리 사업장에는 컨설팅 등 지원을 강화하겠다는데, 지원을 더 해주는 것이 중점관리라니 앞뒤가 안 맞다.

야당은 일찍부터 적용 유예에 반대해왔다.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예정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68%로 반대의견 28%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철저하고 솔직하게 부족함을 분석하고 핵심에 충실한 치밀한 대책을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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