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난항…“자구안 내용 충분치 않아” [한양경제]

권태욱 기자 2024. 1. 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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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 그룹 창업회장, 채권단 설명회서 “눈물 호소”
“사력 다해 살릴 것…실제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
강석훈 산업은행장 “사재출연 규모 언급 없어…SBS 지분매각도 빠져”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3일 오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 관련 안내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창업회장이 직접 나서 자구안을 설명했지만 채권단의 기대에 못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건설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태영건설 채권자 수백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설명회에서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는 채권단 400여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채권단 관계자 700여명이 참석해 설명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윤 회장은 “언론보도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9조원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실제 문제가 되는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로 가능성 있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1년 내내 유동성 위기로 가시밭길을 걷던 태영이 결국 흑자 부도 위기를 맞았고 창립 50주년의 영광은 고사하고 망할 처지가 됐다”고 호소했다.

이어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에 큰 피해를 남기게 돼 줄도산을 피할 수 없고, 국가 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면서 “이대로는 제가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것 같아 ‘노욕 아니냐’ 등의 질타에도 염치 불구하고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최소화해 태영과 함께 온 많은 분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살 수 있는 길을 찾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윤 회장은 “태영건설의 현재 수주잔고가 12조원이고, 향후 연간 3조원 이상 매출이 가능하고 영업이익률이 4%로, 동종업계에서 상위권”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한 이유와 관련해 “건설 사업은 부침이 있다. 그동안 PF를 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고,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자기관리 소홀로 뼈아픈 부도 위기를 맞았다”며 “경영진 실책, 저의 부족”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모든 사업장을 무조건 지원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며 “절차대로 면밀히 실사해 살릴 곳은 살려서 계속 사업을 이어가게 도와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하지만 태영건설이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에는 SBS매각 등 핵심내용들이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영건설은 먼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태영그룹 윤석민 회장 416억원+티와이홀딩스 1천133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계열사인 에코비트의 매각을 추진해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안을 발표했다.

또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채권단 관심 사항인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은 측은 “태영건설의 자구안 약속이 첫날부터 지켜지지 않았으며 자구노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당초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중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산업은행과 약속했지만, 확보한 자금을 티와이홀딩스의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상식적으로 채권단 75%가 이 제안에 동의한다고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질타하며 ”(자구안 약속을)철저히 지키겠다는 약속을 채권단에 꼭 해달라고 다시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대주주가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와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주주의 뼈 깎는 노력으로 사회적·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시공능력 16위인 중견건설사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28일 PF 대출금 3조2000억원을 감당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신용 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11일 채권자협의회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결정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강도의 자구 계획이 나오지 않으면 워크아웃 개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태욱 기자 lucas45k@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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