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EUDR처럼 친환경 제품 만드는 과정까지 따져야
[왜냐면] 최정민 | 중앙대 간호학과 1학년
산업화 이후 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 이상 상승했다는 것이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아이피시시)가가 2023년 3월 승인한 제6차 기후변화평가 보고서의 내용이다. 요즘처럼 온도 변화가 심할 때는 1도의 변화가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작은 기온의 변화가 해수면 상승이나 생물 다양성의 위협 등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1980년까지만 해도 국민 생선이었던 명태가 어느 새부터 우리나라 바다에서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우리나라의 남해와 동해로 들어오는 대마(쓰시마)난류의 수온이 상승함에 따라 한류성 어종인 명태의 서식지가 북상한 것이다. 저위도에 살던 열대 어종이 우리나라로 유입하는 현상과 함께 바다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한류성 어종이 살아갈 서식지가 없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많은 생물종이 멸종 위기에 처하고 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기후협정이 체결됐다.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195개 당사국 모두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이하로 유지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왜 2도는 안 되고 1.5도여야만 하는 것일까? 1.5도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피시시는 누리집에서 ‘왜 1.5도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기온이 1.5도만 오르더라도 지구 상의 몇몇 지역과 취약한 생태계에는 커다란 위협이 된다”고 답했다. 지구 평균 온도가 2도가 상승하는 경우 해양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부분인 산호초는 완전히 멸종하게 된다. 하지만 1.5도로 설정할 경우 30% 정도는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으로써 부각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량과 흡수하는 탄소량을 같게 함으로써 2050년까지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최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화석 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은 대기 중 온실가스를 늘리고 지구의 기온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따라 화석연료의 대체재인 바이오 연료라는 식물과 동물 기반의 연료가 주목받고 있다. 그 가운데 팜유가 있다. 팜유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존재다.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비누, 치약 등 기름이 필요한 가공 제품에 모두 들어가 있으며, 전 세계 식물성 기름 소비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중요한 재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팜유의 생산 과정에서는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 팜나무 농장을 짓는 과정에서 대규모 삼림이 파괴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팜유를 생산하는 곳에서는 ‘친환경 인증’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하지만 ‘인증을 받고자 하는 기업이 보전 대상 지역을 파괴했더라도 그 뒤에 복구하겠다는 약속만 하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실제로는 친환경이 아닌 보여주기식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럽의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4월 ‘산림 벌채 관련 상품에 대한 규정’(EUDR)을 통과시켰다. 올해 12월30일부터 발효, 의무화되는 이 규정은 산림 벌채와 관련된 제품을 수출하려는 기업은 원자재부터 시작해 모든 자체 공급망에 대한 조사와 정보 수집을 철저히 해 공급하려는 제품이 산림 파괴·황폐화와 관계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팜유 같은 제품을 유럽에 팔려면 그 제품이 삼림 파괴 없이 만들어졌음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을 친환경적인 상품으로 바꿔야 한다. 하지만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드는 과정도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노력하고 있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그린워싱을 규제하겠다는 의지가 세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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