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연구개발 후폭풍, 올해가 진짜다
어김없이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청룡은 예로부터 용맹함과 지혜, 번영을 상징한다. 특히 새로운 시작과 변화, 성장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신비스러운 존재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청룡에 담긴 의미처럼 올해 우리 과학계는 성장과 번영을 얘기할 수 있을까. 한국 영화의 긴 침체기를 뚫고 1000만 관객 시대를 다시 연 '서울의 봄' 영화 제목처럼 2024년 과학계는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이런 질문에 긍정 섞인 답변을 섣불리 내놓기 쉽지 않을 것만 같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올해 과학계는 가장 큰 위기 상황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공통된 전망이다. 무엇보다 과학계에 놓인 위기를 회생시킬 수 있는 심폐소생술을 얼마나 적시에, 어떻게 제대로 하느냐에 따라 한국 과학계의 미래가 결정될 절체절명의 한 해가 되지 아닐까 싶다.
지난해 과학계는 유례없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이슈로 한바탕 난리를 쳤다. R&D 낭비 요인과 비효율 개선이라는 미명 하에 무를 싹둑 자르듯 R&D 예산이 전년대비 16.6%(5조2000억원)가량 칼질을 당했다.
연구실을 묵묵히 지켜왔던 연구자뿐 아니라 박사후연구원(포닥), 석·박사연구원 등 학생연구원들이 크게 동요했고 집단 반발로 이어졌다. 양대 과학 전문지로 꼽히는 '네이처'와 '사이언스'도 한국의 R&D 예산 삭감에 따른 연구자들의 반발 소식을 집중 보도하며 한국 과학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R&D 예산 삭감은 정치권에서도 쟁점화되면서 더욱 논란을 키웠고, 지난해 말 국회 예산 심사에선 최대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결국 여야 막판 협상을 통해 당초 정부안보다 6000억원 증액된 14.7%(4조6000억원) 삭감으로 최종 확정됐다.
문제는 4조6000억원의 R&D 예산 삭감이 가져올 대재앙은 올해부터가 시작이고, 대혼란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포함한 공공연구기관, 4대 과학기술원 등 국·공립 소속 연구자들이 반발했다면, 올해는 '대학발(發) 시한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부터 R&D 삭감 후폭풍을 직접적으로 받을 전국의 대학교수와 이들이 지도하는 석·박사 학생들이 들불처럼 들고 일어나 정부를 향해 거세게 항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만간 연구관리 전문기관들이 대학 교수들에게 연구과제 중단과 연구비 감액 등을 알리는 통보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교수들이 잠자코 있을 리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신의 과제가 중단되고, 연구비가 줄어들거라 상상도 하지 못했던 대학교수와 각종 학회들이 전면에 나서 집단 행동에 들어가면 연구현장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폭풍전야와 같은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출연연 연구현장에선 이미 R&D 예산 삭감에 따른 폐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출연연이 대학, 기업 간 공동연구를 비롯해 위탁연구, 용역계약 등을 줄줄이 취소하거나, 당초보다 연구비를 줄이겠다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KAIST 석·박사과정생의 일부에선 R&D 예산 삭감 이후 미래 진로에 대한 불안감으로 중도에 학교를 자퇴하거나,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학계에선 올해가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따른 반발과 후폭풍이 본격화되고, 최절정기에 이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R&D 예산 삭감 대재앙은 이처럼 과학계에 그치지 않고, 대학과 중소·벤처기업, 스타트업 등 산업계까지 연쇄적으로 확산돼 국가 전체 연구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2024년 대한민국 과학계는 기대와 희망 대신 걱정과 우려 속에서 새해를 시작했다. 비록 헤쳐 나갈 앞길이 어둡고 길어 보이지만, 청룡의 푸르고 힘찬 기상으로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묘안을 찾아야 할 때다.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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