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한노인회 찾아 '노인 비하 발언' 재차 사과…"다 제 책임"(종합)
한동훈 "도의의 문제…산업화 주역 존중"
노인회장 "노인 무시 당은 설 자리 없어"
[서울=뉴시스] 이승재 하지현 김경록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민경우 전 비상대책위원의 '노인 비하' 발언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노인회에서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만나 "출범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은 다 제 책임"이라며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은 어르신을 공경하는 정당이고 그래야만 한다"며 "구성원 모두가 더 마음을 가다듬고 언행을 신중히 하고,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을 실천하도록 며칠 전에 제가 다시 한번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 회장은 "한강의 기적으로 10대 경제 강국을 만든 공을 치하하고 상을 줘야 하는데, 그런 노인들에게 빨리 죽으라고 하면 그런 사람이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어찌 그런 사람을 뽑았나"라고 질책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재차 "다 제 책임"이라며 "취임 후에 외부 단체를 방문한 게 처음이다. 부족한 점을 사과드린다는 의미도 있지만, 산업화를 이뤄낸 여러분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는 게 제 정치의 첫 출발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족한 점이 많은데 그때마다 지적하고 방향을 제시해달라"며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밍기적거리지 않고 바로잡겠다. 어르신들 경험과 지혜에 많이 기대겠다.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김 회장은 "인사 검증이 참 어려운 것 같다. 한 위원장이 하필 노인 죽으라는 사람을 뽑았을까 했다"며 "이재명 대표는 사과하러 온다더니 결국 안 왔는데, 한 위원장은 해촉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걸 보고 확실히 다르구나, 국민의힘에 희망이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노인 67%가 윤석열 대통령을 찍어서 당선되게 했다"며 "노인 인구가 자꾸 불어나는 상황에서 노인을 우대해야 한다. 앞으로 노인을 무시하는 당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위원장은 "4·10 선거에서 꼭 이기고 싶지만, 안 찍어주셔도 똑같이 공경하겠다"며 "(노인 공경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도의의 문제다. 그 기본을 지키겠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 전 비대위원은 지난해 10월 유튜브에서 "지금 가장 최대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거다. 빨리빨리 돌아가셔야"라고 발언한 뒤 웃으며 "죄송하다"고 말해 노인 폄하 논란을 빚었다.
이와 관련 한 위원장은 김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했지만, 민 전 비대위원을 그대로 선임하면서 논란이 오히려 확산했다. 결국 민 비대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진 사퇴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일 민 비대위원의 사퇴를 놓고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었고, 저도 동의하지 않는 발언이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회장의 경우 지난해 8월 김은경 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부터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한 사과를 받았다. 당시 김 회장은 "손찌검하면 안 되니 사진에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며 준비해 둔 사진 속 김 위원장의 얼굴을 때린 바 있다.
이번 회동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 대한노인회는 여당에 노인 복지와 관련된 다양한 건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예령 대변인은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회장이 대한노인회법 통과와 협조를 요청했다"며 "대한노인회 노인전문교육연수원 신축과 노인의날·어린이날 기념식 등 대통령 참석 또는 축사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건강과 복지 관련 시스템에 대해 건의했는데 어르신들 시내버스 무임승차 허용을 부탁한다고 했고, 밤 10시 이후에 지하철 이용이 많이 없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가능하지 않겠냐는 말을 김 회장이 했다"며 "의료 혜택을 확대와 노령수당, 정년제도 폐지와 관련해서도 말씀을 주셨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답을 하지 않고 주로 의견을 청취했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한 위원장은) '여러 정책과 김 회장 말씀에 대해 공감 가는 내용이 많다. 가서 다 챙겨보겠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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