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정치네컷]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나"…이재명 피습 부른 증오정치

김미경 2024. 1. 3. 18: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뒤 60대 남성인 A씨에게 왼쪽 목 부위를 피습당해 바닥에 누워 병원 호송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공격한 A씨가 지난 2일 오후 부산 강서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김건희 특검, 대통령은 수용하라'고 적혀 있는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 인사한 뒤 각각 자리에 앉으려 돌아서 있다. 연합뉴스

◇A컷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이재명 대표 피습

한국 정치가 어쩌다 이렇게 극단의 상황으로 내몰렸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부산에서 가덕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뒤 지지자인 척 접근한 60대 남성 A씨에게 흉기로 피습을 당했다. "사인을 해달라"면서 취재진을 뚫고 이 대표의 바로 앞까지 다가간 A씨는 순식간에 돌변해 이 대표의 왼쪽 목 부위를 흉기로 찔렀고, 이 대표는 자리에 쓰러졌다.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 위상도 함께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이 대표는 목숨을 건졌지만 내경정맥 손상을 입고 서울대병원에서 혈전 제거를 포함한 혈관 재건술 등의 수술을 받았다. 이 대표는 3일 오후 5시 병원 지침에 따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겼다.

민주당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며 "민주당 전체 국회의원은 생각과 의견의 차이를 폭력과 혐오로 무너트리려는 테러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주요 정치인을 표적으로 한 테러'로 규정하고, 경찰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나 축소, 왜곡 시도가 일어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정치권의 우려 목소리도 잇따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올해 신년인사회에서 "이 자리에 참석하기로 했던 이 대표가 테러를 당해 지금 치료 중"이라며 "테러라고 하는 것은 어떤 것이든 간에 피해자에 대한 가해행위, 범죄행위를 넘어서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자유사회를 지향하는 우리 모두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다. 우리 모두 정말 하나된 마음으로 피해자를 위로하고, 같은 마음으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참석자들에게 "우리 모두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자"고 했다.

한 비대위원장 역시 "국민의힘은 모든 폭력을 강력하게 반대할 뿐만 아니라 진영과 상관없이 피해자의 편에 서서 행동하는 사람들"이라며 "국민의힘과 지지자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원래 대통령실 초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로 돼 있었으나 피습으로 인해 불참했다.

정치인들의 수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11월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우리쌀 지키기 전국 농민대회'에서 연설하던 도중 야유하는 청중 사이에서 날아온 달걀에 맞았고, 2006년 5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신촌에서 유세 단상에 오르다가 50대인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다쳤다. 2007년 12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로서 경기도 의정부 거리 유세를 하다 계란에 맞았다. 지난 2022년 3·9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 신촌 지원 유세 중에 유튜버인 C씨가 내리친 둔기에 머리를 가격당한 일도 발생했다.

미 언론 등은 한국의 극단적 정치 양극화를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짚었다.

◇B컷

계획범행이었나…'이재명 피습' A씨,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당적 바꿔

이 대표를 공격한 A씨가 오랜 기간 범행을 계획했다는 정황이 발견돼 경찰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경찰은 3일 법원으로 영장을 받아 국민의힘과 민주당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임의제출 형식으로 당원명부를 확보했다.

A씨는 원래 국민의힘 당원으로 활동했으나 지난해 4월 민주당에 입당해 이 대표의 동선을 따라 다녔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사람과 동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달 13일 이 대표가 민주당 부산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도 A씨가 이 대표를 습격할 당시 머리에 쓰고 있던 '내가 이재명이다'라고 적힌 종이왕관을 쓴 비슷한 인상착의의 남성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은 이날 A씨가 운영하는 충남 아산시 소재 공인중개사 사무소와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압수한 자료를 토대로 계획범죄 여부, 범행 동기, 공범 여부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거의 4년 전인 2020년 탈당한 동명 인물이 있으나 인적 사항이 분명치 않다"며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사실인 양 정치적으로 왜곡해 국민의힘 문제로 몰아가려는 것은 지양할 일로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당적, 테러 동기 등 모든 과정이 수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컷

'김건희 특검법' 국회는 통과했지만…'글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 과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을 다룰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안'이 모두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자동 상정된 특검법안 2개를 각각 표결해 의결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의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했고,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다.

특검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뒤 곧바로 입장을 내고 재의요구, 즉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회에서 쌍특검 법안이 통과됐다"며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법안은 아직 정부로 이송되지 않았다. 원래 2일쯤 정부로 이송돼 당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까지 의결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 여파로 미뤄졌다. 정치권에서는 4일쯤 국회가 정부로 쌍특검법안을 이송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컷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 vs '총선용 악법'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마주 앉았으나 '김건희 특검법'에는 평행선을 달렸다.

신임 인사차 이 대표를 예방한 한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그 법(쌍특검법)은 총선을 그걸로 뒤덮고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겠단 명백한 악법"이라며 "거부권(재의요구권)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 비대위원장과 회동하기 전인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여당이 하던 말"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당시 "특검법은 올해 상반기에 발의됐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하는데 집권 여당의 외면 그리고 무시 때문에 지금까지 지연됐고 오늘의 이 상황이 전개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쌍특검법안을 총선용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반박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쌍특검법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에는 "김 여사 비호에 나선 것"이라며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서 대통령 부부 심기 보전에 앞장선 모습이 보기 씁쓸하다"고 비판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되레 '김건희 특검법'을 '도이치 특검'이라고 칭하면서 김 여사와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신년 인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던 중 특검 관련 질문이 나오자 "도이치 특검은 여러 차례 총선용 악법이라고 설명했다"면서 '도이치 특검'이라는 표현을 썼다.

민주당은 "역시나 윤석열의 아바타"라고 한 비대위원장을 평가절하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3일 논평을 내고 "한 비대위원장이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도이치 특검법이라며 '총선용 악법'이라고 강변했다. 왜 김건희 특검법을 김건희 특검법이라 부르지 못하느냐"면서 "대통령의 부인을 보호하려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대통령의 거부권을 남용하는 것이 국민 상식에 부합하느냐"고 따졌다. 이어 "한 비대위원장은 상식에 기반한 정치를 하겠다면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라고 대통령에게 직언하라"고 촉구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