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외면…“순직해병 생일, 참배해달라” 외침에 ‘쌩’ [영상]

권혁철 기자 2024. 1. 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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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후 대구 동구 국립신암선열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전 9시50분께 국립대전현충원,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전국연대 집행위원장 등은 지난해 7월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해병대 채 아무개 상병 추모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1월2일)이 채 상병 생일이었다. 정원철 위원장은 채 상병 묘비에 생몰년이 적혀 있어 채 상병이 2003년 1월2일생이란 것을 알았다고 한다.

행사 준비에 바쁜 정원철 위원장 3~4m 옆으로 현충원 방명록 서명을 마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일행이 지나갔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날 오전 대전현충원을 참배하고 이날 오전 11시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정원철 위원장은 “한동훈 위원장님, 오늘 채○○ 해병의 생일입니다! 참배하고 가주십시오!”라고 외쳤다. 정 위원장은 37초가량 한동훈 위원장을 따라가며 “참배해달라”고 외쳤지만 한동훈 위원장은 앞만 보고 가면서 정 위원장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지난 2일 현충원 참배 당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에 대한 조문을 요청하는 해병대 예비역들의 요청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모습. 해병대예비역전국연대 제공

정 위원장은 3일 한겨레에 “소리치면 들릴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라 ‘채 상병 생일이니 참배해달라’는 말을 한동훈 위원장이 충분히 들었을 텐데, 눈길도 주지 않고 외면해 분하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경건하게 참배해야 할 대전현충원에서 시끄럽게 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어서 몇번 이야기하고는 한동훈 위원장을 더 이상 따라가며 외치진 않았다”고 말했다.

순직한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의 생일인 지난 2일 국립대전현충원 채 상병 묘소에 2일 해병대예비역전국연대가 추모의 의미로 꽃다발을 가져다 두었다. 해병대예비역전국연대 제공

그의 행동을 두고 일부에서는 한동훈 위원장의 대전국립현충원 방문에 맞춰 한 위원장을 곤란하게 만들려고 정치적 구호를 외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한동훈 위원장 지지자는 그가 한 위원장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며 “이재명이 보내서 왔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정 위원장은 “애초 한동훈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나 생각이 없었다. 추모식 일정은 지난해 12월19일 해병대예비역전국연대 밴드에 공지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지난해 12월26일 취임했으니, 한동훈 위원장 대전현충원 방문 일정보다 먼저 추모식 일정이 잡혔다”고 말했다. 그는 추모식은 이날 오전 11시였는데, 정 위원장은 미리 와서 행사를 준비하는데 우연히 한동훈 위원장 일행이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제가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달라는 요구도 아니고, 이날 생일을 맞은 채 상병의 묘역을 참배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당시 그 자리에서 채 상병 묘역은 차량으로 5분 거리여서 오가는 시간 합쳐 10분이면 참배가 가능했다. 한 위원장이 너무 바빠 참배가 어렵다면 ‘일정이 빠듯해 어렵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저를 외면한 한 위원장이 현충원에서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분한 마음에 위경련이 와서 한동안 숨을 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채 상병 사건과 채 상병 묘역 참배 요청 외면을 진영 논리로 보는 시각에 거리를 뒀다. “저는 평소 안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국민의힘 당원이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숨진 채 상병의 묘역 참배 요청을 묵살한 정당이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 정당 맞느냐”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2013년 해병대를 전역했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채 상병 사망사고의 진상규명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복직 등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이던 지난달 15일 군 복무 중 급성 백혈병에 걸리고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를 만나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를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 위원장이 순직 장병에게 관심을 가지는 인물이라 생각했기에, 채 상병의 아픔에 관심을 둘 것이란 기대가 컸는데 실망이 더 컸다”고 했다.

그는 “채 상병 묘소 참배 요청 묵살 이후 국민의힘한테서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해병대예비역전국연대가 지난해 11월30일 국회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국회 국방위원회 등에 채상병 특검을 실시하라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일언반구 대답이 없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대전현충원을 떠난 뒤 정 위원장 등 전국에서 모인 해병대 예비역 30여명은 채 상병 등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순직·전사 해병 묘소 16위를 참배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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