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약속 불이행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어려워”···싸늘해진 채권단
SBS 지분 매각·담보도 안 할 듯
강석훈 산은 회장 “채권단 75% 동의 어려운 상황”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을 신청한 태영건설에 대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제출한) 경영정상화 사업계획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채권단 75%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부결하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채권단에 부실 우려가 제기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 규모는 알려진 것보다 크지 않다며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반응은 싸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3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 후 취재진에게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는데 당초 약속과 달리 400억원만 지원했다”고 말했다(경향신문 1월2일자 19면 보도).
이어 “블루원 지분의 담보 제공과 매각으로 확보하는 자금도 말을 바꿔서 (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채무 상환에 사용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태영그룹이 (에코비트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을 포함한) 4가지를 약속해 (지난 12월28일) 워크아웃 신청을 받았는데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면서 “채권단의 원만한 협조를 받을 수 있을지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는 오는 11일 열리는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채권자의 75%가 동의해야 가능하다. 워크아웃 개시 의결이 되지 않으면 법정관리절차(기업회생절차)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법정관리로 가면 워크아웃과 달리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을 포함한 모든 채권이 동결돼 협력업체들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태영그룹 관계자는 설명회 후 취재진에게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등은 모두 태영건설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연대보증 채무 상환에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태영그룹은 채권단에 윤석민 회장 등 사주 일가의 구체적인 사재 출연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할지도 답하지 않았다.
강 회장은 “태영그룹이 앞서 약속한 4가지의 완벽한 이행이 우선이고 (사재 출연 등은) 다음 단계의 문제”라고 말했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사재 출연 규모는 채권자협의회 전에 산업은행에 보고할 것”이라면서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 매각은 방송법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창업회장은 이날 기업설명회에 참석해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단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에서 “태영건설의 PF 규모가 9조원이라는 일부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이라면서 “수주 잔고는 12조원이 넘고, 향후 3년간 매년 3조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창업회장은 “한마디로 태영건설은 가능성 있는 기업”이라면서 “지난 몇 년간 PF 사업을 하면서 좋은 성과를 냈는데 가능성을 과신한 나머지 자기 관리에 소홀한 탓에 뼈아픈 부도 위기를 몰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절차대로 면밀히 실사해서 살릴 곳은 살려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는 호소문을 읽으면서 눈물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강 회장은 “구체적인 자구 계획안은 제시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만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도 설명회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후 나온) 언론보도 외에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었다”며 싸늘해진 분위기를 전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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