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산은 회장 "태영 신뢰상실 유감…자구노력 이행해달라"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사에서 (주)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 종료 후 가진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조건으로 내건 약속을 어겨 신뢰가 상실됐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강 회장은 "태영건설이 진정성을 갖고 당초 약속한 자구노력을 이행해달라"고 촉구했다.

강 회장은 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태영건설 금융채권자협의회 설명회'가 끝난 후 "태영이 당초 약속한 자구노력 이행하지 않은 점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워크아웃의 대전제는 대주주의 충분한 자구노력인 만큼 태영측이 문제해결의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채권단의 원만한 협조와 시장의 신뢰 회복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오는 11일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할 제1차 협의회를 앞두고 채권단을 상대로 태영건설이 참여하는 설명회를 개최했다.

강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태영건설과 산은은 4가지 조건에 합의하고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후 대금 태영건설에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 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이다.

그러나 태영측은 첫번째 조건부터 어겼다. 당초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자회사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한 뒤 1133억 원을 태영건설에 빌려주기로 공시했지만 실제 대여한 돈은 400억 원에 그쳤다. 이를 두고 강 회장은 "태영건설과 채권단이 신뢰가 상실된 첫번째 케이스다"고 지적했다.

블루원 지분을 통한 자금도 태영건설에 쓰이지 않는다. 강 회장은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과 매각 추진 자금을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사용한다고 이했는데 현재는 블루원 지분을 통한 자금을 TY홀딩스 채무를 갚는데 사용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어제(2일) 윤세영 회장을 직접 만나서 당초 약속 4가지를 지켜줄 것을 촉구했고, 이에 대한 확약을 오늘(3일) 채권단 설명회에서 선언해주기를 강력히 요구했다"며 "아쉽게도 태영 측은 구체적인 안은 내놓지 않고,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고만 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워크아웃이 진행되기 어렵냐는 물음에 강 회장은 "워크아웃은 당사자의 자구안을 바탕으로 시작되고 채권단이 그 안에 신뢰를 보내는 게 워크아웃의 정신"이라며 "자구안은 제출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만 하니, 이를 채권단 75%가 동의한다고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태영이 4가지 자구안을 충실히 하겠다고 해도 또 약속을 어기지 않겠냐는 우려에는 "그동안에 내용은 태영과 산은이 비공개로 진행했지만, 이제는 내용이 전부 언론과 국민에게 공개됐다"며 "이를 태영에서 다시 어기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기존의 4가지 자구안 외에 추가적인 자구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기존 조건을 먼저 이행한 후에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채권단의 동의는) 4가지 조건을 이행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달려있다"며 "일단 4가지를 먼저 이행하도록 요구할 것이다"라며 "(추가적인 자구안에 대해서는)당사자인 태영 측이 잘 해줄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사재 출연과 관련해서도 "사재출연은 규모보다는 워크아웃이 진행되면 그 과정에서 자금이 더 필요한데, 만약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사재출연도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