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태영건설, 약속한 계획 이행 안 해 대단히 유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워크아웃을 추진 중인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워크아웃 신청 과정에서 산은과 합의했던 자구계획안을 태영쪽이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태영은 자구계획으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지원 △에코비트 매각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을 내세웠지만,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일부를 태영건설에 지원하지 않는 등 약속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3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열린 채권단협의회에서 윤세영 태영 창업회장이 눈물로 ‘기회를 달라’ 요청했지만,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협의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지 않으면 채권단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며 “(자구계획을) 성실히 지키겠다는 약속을 해주길 요청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다음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기자회견 발언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워크아웃 신청 후 태영이 내놓은 방안과 행보를 어떻게 보나.

“태영건설과 대주주가 책임 있는 자세와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영 측이 당초 약속한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다.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채권단의 원만한 협조와 시장의 신뢰 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매우 우려된다.”

—주채권은행으로서 태영 쪽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제까지 양쪽에서 논의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단협의회에 앞서 태영 회장 측을 직접 만나 원래 약속한 네 가지 조항을 지켜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협의회에서 이와 관련한 확약을 공표해주길 강력히 요청했다. 아쉽게도 태영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만 말씀했다. 약속을 성실히 지키겠다는 약속을 채권단에 해주길 다시 요청할 예정이다. ”

—산은에서 생각하는 만족한 만한 수준의 자구계획은 어떤 것인지.

“자구계획은 당사자가 잘 알 거라 생각하고, 당사자가 잘해줄 거라고 믿는다. 사재출연의 경우, 만약 워크아웃이 진행되면 그 과정에서 자금이 필요하다. 그런 경우가 되면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워크아웃 신청이 부결될 가능성도 나온다. 산은 입장에서 생각한 플랜 비(B)가 있나.

“워크아웃이라는 게 자구안을 바탕으로 채권단이 동의하는건데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걸로는 채권단 75% 동의(워크아웃 개시 요건)가 어려울 것 같다. 현재로서는 자구계획 제출을 다시 종용할 예정이다. 태영이 4개 안(자구계획)을 확약하면 이를 바탕으로 채권단을 설득할 예정이다. 채권단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국민경제 영향력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