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尹 조롱하고 전·현직 대통령 '갈라치고'...4월 총선 노린 여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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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2,000자가 넘는 장문의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전임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면서 총선 직전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 비난에 문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며 '진보-보수 갈등'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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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2,000자가 넘는 장문의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 '대한민국'이 아닌 대통령 개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매우 이례적인 데다 내용 역시 조롱과 비아냥으로 가득 찼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전임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면서 총선 직전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尹 신년사 언급하며 "핵 강화 정당성 부여"… 3월 한미 군사훈련 때 도발 가능성
김 부부장은 2일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메시지'라는 담화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계 완성 △한국형 3축체계 증강 등 윤 대통령의 신년사 내용을 주로 걸고넘어졌다. "우리의 분노를 최대로 격앙시켜주고 서울을 겨냥한 방아쇠의 안전장치를 완전히 풀어준 능력"으로 포장한 뒤 "우리가 불가항력의 군사력을 키우는 데 단단히 공헌한 특등공신으로 찬양받게 되어있다"고 말하는 식이었다. '능력' '특등공신' '공헌' '찬양' 등 사용한 단어는 그럴듯했지만, 사실상 반어법을 동원한 비아냥이었다.
김 부부장은 또한 "윤석열의 신년사는 우리에게 보다 압도적인 핵전력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할 정당성을 또다시 부여해줬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이라는 호칭도 생략한 채 자신들의 핵전력 강화의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돌린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윤 대통령의 신년사에 담긴 대북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맞대응으로서 핵능력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북한 체제에 대한 훼손과 존엄 모독에 대해서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이어 "향후 대북 확장억제 실행에 강력한 맞대응에 나설 것을 또한 예고한 것"이라며 "총선 전 3월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이 북한 도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尹-文 비교하며 '남남갈등' 조장… "北, 대화 배제·군사력 증강 속내"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 비난에 문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며 '진보-보수 갈등'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문 전 대통령을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라고 한 뒤 "참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상대였고 진짜 안보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을 "우직하고 미련한 자"로 깎아내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만약 제2의 문재인이 집권했더라면 우리로서는 큰일"이라고도 했다. 진보 정권 대북 정책이 자신들에게 훨씬 위협적이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불과 이틀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말 전원회의 결론에서 "괴뢰들의 흉악한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말한 것과 정반대 입장이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현 시기 긴장고조의 책임을 윤 정권에 전가하기 위해 명분을 쌓는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한 것은 국내 여론 분열을 노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남측의 상대가 '민주'든 '보수'든 자기 갈 길을 가겠다며 대화의 문턱을 높이는 중"이라며 "미 대선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질서 변화를 대비해 체급을 키워나가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책임 전가 잔꾀… 범죄 핑계 궤변"
정부는 '잔꾀'와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통일부는 3일 과장급인 부대변인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격에도 맞지 않는 북한 당국자가 우리 국가 원수를 폄훼했다"며 "우리 정부의 원칙 있는 남북관계 정상화, 안보 강화에 대해 북한이 당황한 모습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방부 역시 "김여정의 담화는 궤변에 불과하다"며 "군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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