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상 최대 실적 내고도 칭찬 대신 비장감 넘쳤다...사상 첫 '공장 신년회' 연 현대차그룹
"2030년 글로벌 전기차 톱3 목표"
지난해 영국 왕실로부터 받은 훈장의 영광을 그룹 가족 여러분께 돌립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3일 오전 8시 경기 광명시 기아차 생산공장(기아 오토랜드 광명)에 신년회를 위해 만들어진 단상에 오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렇게 말하자 임직원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 회장이 말한 훈장은 지난해 11월 한국과 영국의 우호에 기여한 공헌을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받은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 CBE'를 말한다. 훈장 수훈의 영광을 임직원의 공로로 돌린 것이다.
하지만 칭찬은 이게 전부였다. 신년사를 이어가는 내내 정 회장의 표정엔 비장함이 가득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이 확정적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합산 매출액은 196조5,113억 원, 영업이익도 20조7,945억 원으로 4분기(10~12월)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업계에서는 지난 한 해 영업이익을 27조 원 수준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이날 기아는 1962년 자동차 판매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의 연간 판매 실적(308만5,771대 판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성과에 대한 칭찬 대신 미래를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신년회 장소를 기아 공장으로 정한 것도 남다른 뜻을 담고 있다. 미래 전기차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자 하는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이 강당 같은 실내 대신 생산 공장에서 신년회를 여는 것은 창사 이래 최초다. 현대차 그룹은 기아 광명 공장을 첫 번째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아예 문을 닫고 공사 중이다. 이 그룹은 올해 2분기(4~6월)부터 이곳에서 소형 전기차 'EV3'를 만들 계획이다.
정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올해는 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공장인 오토랜드 광명에서 새해를 시작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곳에서 출발해 울산과 미국, 글로벌로 이어지게 될 전동화의 혁신이 진심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 그룹은 광명 공장 이후 미국 현대차 공장(HMGMA), 기아 화성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을 차례로 가동해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톱3'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적보다 미래에 방점 찍은 신년회
정 회장은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그는 "안정적인 상황이 지속된다는 것은 곧 정체되고 도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고객들은 항상 지금보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에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22110060003841)
이날 신년회에서는 정 회장에 이어 글로벌 전략 오피스(GSO) 김흥수 부사장,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본부장인 신재원 사장이 등장했다. 기아 생산 공장임에도 송호성 기아 사장의 순서는 맨 뒤였다. 김 부사장은 로보틱스 비전을, 신 사장은 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IT) 박람회인 'CES 2024'에서 첫 공개할 도심항공교통(UAM) 실물 모델과 중장기 계획을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2021년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아틀라스(Atlas)의 영상을 보여주며 "로봇은 인간 삶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기능 수행이 가능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해 행동하는 능력을 통해 인간과 공존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며 "이러한 로봇 기술의 변화는 현대차그룹의 '인간 움직임의 한계 극복'과 일치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 사장은 "UAM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2028년 시장 진입을 목표로 상용 항공 업계와 동등한 수준의 안전 기준은 물론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대량 생산 기술과 품질 관리 역량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기체를 선보일 것"이라며 "그룹의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자율주행 분야의 첨단기술력을 UAM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 사장은 "(기아 광명 생산 공장을) 저부하, 저소음 설비 등 작업자에게 친화적인 환경으로 구성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4족 보행 로봇)을 활용해 위험 요소 사전 점검 등을 실행할 예정"이라며 "광명 전기차 전용 공장은 EV3와 EV4를 연간 15만 대 생산해 전동화 대중화를 선도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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