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 똥을 잔뜩 모아 택배로 주고받는 사람들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서 야생동물 배설물 모아 연구
“어미 잃은 새끼, 멸종위기종 식단에 도움”
오스트레일리아에 야생동물의 배설물만 수집하는 ‘시민 똥 부대’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생물학자가 최근 캥거루, 왈라비아, 웜뱃 등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유대류 동물의 장내 미생물군 연구하는 과정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3일 학문과 연구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을 보면, 오스트레일리아 라트로브대학 생물학자인 안젤라 러셀 연구원은 멸종위기 유대류나 어미를 잃은 새끼를 돕기 위해 장내 세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러셀 연구원은 “연구를 위해 다양한 동물의 배설물을 모으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의 시민 20여명도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생동물 연구자라면 동물의 배설물을 관찰하고 샘플로 수집하는 일이 낯선 일은 아니다. 다만 그의 표현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에는 다양하고 신선한 야생동물의 똥을 채취하기 위해 늘 겸자와 플라스틱백을 지닌 ‘유대류 장내 미생물군 수집 부대’(Marsupial Microbiome Poop Troop)가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러셀 연구원은 오스트레일리아에만 서식하는 동부회색캥거루, 왈라비아, 붉은목왈라비, 알락꼬리포섬, 태즈메이니아데빌 등 유대류의 장내 미생물군을 연구하기 위해 퀸즐랜드에서부터 태즈메이니아까지 오스트레일리아 각 지역의 동물 배설물을 수집해야 했다. 장내 미생물이 동물 종, 지역, 시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해 사육 중 멸종위기 동물의 식단을 결정하거나 영양 불균형을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고 한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의 배설물을 혼자 수집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똥 수집’을 위해 페이스북에 그룹 페이지를 개설했다. 그러자 각 지역에서 약 20명의 시민 활동가들이 멤버로 참가했다. 대부분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시민 활동가들이었다.
러셀 연구원은 다양한 시민 참가자들의 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케이트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웜뱃이 배설을 할 때까지 ‘스토커’처럼 지켜보다가 똥을 수집한다. 대릴의 경우, 폭풍우로 집 지붕이 날아가고 2주 동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시련을 겪었지만 무엇보다 수집해 냉동해뒀던 포섬의 똥이 녹아내린 것을 가장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가장 많은 똥을 수집하는 시민 활동가인 줄리는 늘 한 번에 꽤 많은 양의 배설물을 택배로 보내와 관리실로부터 “빨리 찾아가라”는 연락을 받게 한다고 한다.
이들이 유대류의 배설물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러셀 연구원은 유대류의 장내 미생물군 연구가 야생동물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이 재미있는 게임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수거한 배설물은 많은 유대류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특히 우리는 어미를 잃은 새끼 유대류를 살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캥거루 등 유대류는 새끼를 몸무게 약 1g의 미숙아 상태로 낳아 육아낭(주머니)에 넣어 성체로 키운다. 각 종마다 성체가 되는 시기는 다르지만, 캥거루의 경우 주머니에서 6~12달을 자라난 뒤 어미에게서 독립한다. 그러니 어미가 다른 동물에게 공격당하거나 로드킬을 당하게 되면 홀로 남겨진 새끼는 생존이 위태로워진다. 야생동물 구조센터로 구조되더라도 식단, 환경의 변화, 스트레스 등으로 감염, 설사, 탈수 등에 노출될 수 있다.
러셀 연구원은 이 시기의 새끼는 어미의 모유, 주머니 속 환경, 청소 및 몸단장을 통해 장내 미생물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를 분석함으로써 양육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새끼들이 제대로 자라나면 야생 재도입을 통해 멸종위기종의 개체 수 유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똥 부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없다면 이렇게 광범위하고 일관된 샘플을 채취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연구에 사용하고 남은 샘플들은 미래의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냉동 보관할 예정이다. 멋진 시민들의 헌신과 끈기로 야생동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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