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출신' 민병헌, 야구 불모지 제주서 인생 2막 연다
유소년 야구 캠프 여는 등 저변 넓히기 나서
[제주=뉴시스]김주희 기자 = 야구 국가대표 출신 민병헌(37)이 제주도에서 야구 꿈나무들과 함께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민병헌은 지난해 8월 제주도 서귀포시로 내려가 유소년 관련 일을 시작했다. 리틀야구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서귀포 야구협회 홍보대사도 맡았다.
새로운 출발에 나선 민병헌의 표정도 밝았다. 최근 제주도에서 만난 민병헌은 "제주도에서의 생활이 참 좋다"며 활짝 웃었다.
민병헌은 KBO리그를 활발히 누볐던 선수다. 타격과 수비 능력을 고루 뽐내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이름을 날렸다. 2006년 데뷔 후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를 거치며 통산 1438경기에 출전, 타율 0.295, 99홈런 578타점 751득점 187도루의 성적을 냈다.
태극마크도 여러 차례 달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고, 2015년 WBSC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의 초대 우승을 이끌었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9년 프리미어12에서도 국가대표로 활약을 펼쳤다.
꾸준하게 달려왔던 그는 2021년 9월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34살의 이른 나이에 은퇴를 결심한 건 이유는 몸 상태 때문이다. 그는 2021년 1월 뇌동맥류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을 잘 마치고 복귀했지만, 이전과 같은 몸 상태로 회복하긴 어려웠다.
은퇴를 결심한 그는 은퇴식은 물론 관련 인터뷰까지 모두 거절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당시 그는 "야구를 할 때 튀는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처럼 조용하게 정리하고 싶다"며 "(선수 생활) 마지막엔 정말 힘들었다. 야구를 하면서 열심히 안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후회는 없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렇게 야구장을 떠났던 민병헌은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제주도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은퇴할 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유소년 야구에 직접 뛰어 들었다.
현역 시절 성실한 태도로 인정을 받았던 민병헌은 구단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그가 은퇴를 선언하자 여러 구단에서 코치 제의를 해왔다. 이번 겨울에도 코치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건넨 구단이 있었다.
그러나 민병헌은 이를 모두 거절하고 제주도에 머물고 있다.
민병헌은 "제주도가 축구, 승마 등 '스포츠 메카'로 불리는 것에 비해 야구는 불모지로 여겨지고 있다"며 "야구 지도자들이 많이 부족하다. 야구에 관심이 있는데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서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취미로 야구를 시작해서 선수를 꿈꾸게 되는 친구들에게 꿈을 이뤄줄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제주도로 향한 이유를 설명했다.
보다 많은 야구 꿈나무를 만나기 위해 오는 14일에는 강창학공원야구장에서 제1회 민병헌 야구 캠프도 연다.
재능기부를 통해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캠프는 서귀포베이스볼클럽, 서귀포야구소프트볼 협회 주최로 열린다. 서귀포시 체육진흥과도 취지에 공감하며 야구장 사용을 허가해줬다. 경찰야구단 군 복무 시절 감독과 선수로 인연을 맺은 유승안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의 도움도 받았다. 민병헌은 "(캠프를 열기 위해) 직접 뛰어보니 어려운 부분도 많더라. 도와주신 분들도 많아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 시절 동료인 전준우도 참가해 민병헌과 함께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서울 송파구, 부산 동래구 등 다른 지역에서 제주로 향한 리틀야구단까지 포함해 이번 캠프에는 100여명 정도가 참가할 예정이다.
이제 막 첫 발을 뗐지만 꾸준히 야구 캠프를 열어 제주도의 야구 저변을 더 넓히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민병헌은 "아이들이 지금 당장 야구를 잘하는 것보다 각자의 방향성을 알고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보통 아마추어 코치 한 명이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가르친다. 나는 그런 걸 바라진 않는다. 멀리 치는 선수가 있으면, 짧게 치는 걸 잘하는 선수도 있다"며 "각자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캐치해서 본인들이 알고 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래야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프로 입단 후 실력을 끌어 올리지 못하고 백업에 머물던 시절을 통해 느낀 바가 크다. 민병헌은 "나도 프로 4년 차 때까지 야구를 못했다. 무작정 훈련만 많이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군대(경찰청)에 가서 그동안 왜 안 됐는지,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했더니 그제야 내 폼이 잡혔다"고 떠올렸다.
자신이 뿌리고 있는 씨앗이 언젠가 좋은 결실로 돌아올 날을 기대하고 있다.
민병헌은 "야구 캠프는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이다. 제주도에서도 야구가 활성화 돼 훌륭한 선수, 지도자가 나올 수 있게 힘써보고 싶다"고 꿈을 그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마약 투약 의혹' 김나정 누구? 아나운서 출신 미스맥심 우승자
- "패도 돼?"…여대 학생회에 댓글 단 주짓수 선수 결국 사과
- [단독]'김건희 친분' 명예훼손 소송 배우 이영애, 법원 화해 권고 거부
- "월급 갖다주며 평생 모은 4억, 주식으로 날린 아내…이혼해야 할까요"
- "김병만 전처, 사망보험 20개 들어…수익자도 본인과 입양딸" 뒤늦게 확인
- 배우 송재림, 오늘 발인…'해품달'·'우결' 남기고 영면
- 이시언 "박나래 만취해 상의 탈의…배꼽까지 보여"
- '살해, 시신 훼손·유기' 軍장교,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성폭행범' 고영욱, 이상민 저격 "내 명의로 대출받고 연장 안돼서…"
- 최지혜 "3번째 남편과 이혼…남친과 4개월만 동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