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과신했다" 반성문만 읽은 윤세영… 채권단 더 냉담해졌다
윤 창업회장 "자기관리 소홀
위험 우발채무 2.5조원 그쳐"
SBS 지분 매각도 언급 안해
산은 "반대매수권 행사땐
태영이 채무 인수해야" 압박
"3천억 사재 출연을" 목소리도
"태영이 밝힌 자구안에 기존에 알려진 것 외에 새 내용이 없고 사재 출연 규모도 빠졌다."
3일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KDB산업은행이 채권단 400여 곳을 상대로 개최한 '채권단 설명회'에서는 이 같은 반응을 보이며 설명회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채권단이 태영 측 자구안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면서 오는 11일 1차 채권단 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양측 협상에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자칫 이번 설명회 이후에도 오너 일가가 사재 출연 등 진정성 있는 자구 노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워크아웃이 무산돼 법원의 회생절차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법원이 진행하는 회생절차로 가면 워크아웃과 달리 상거래채무까지 조정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태영건설 협력업체들에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태영건설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면 지상파 방송사 SBS 소유주인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일가 역시 도덕성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윤 회장은 태영건설의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 △보유 자산 매각 △강도 높은 구조조정 △사업 정상화 등의 자구안을 공개했다. 채권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평범한 수준인 데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사재 출연이나 SBS 지분 매각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에서는 오너 일가가 3000억원 이상의 사재를 내놓는 자구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기존에 채권단·금융당국 등에 약속한 수준으로 알려진 △종합 환경 기업 에코비트 지분(50%) 매각 추진 △리조트·골프 부문 블루원의 담보 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태영 측이 갖고 있는 지분을 팔면 에코비트에서 5000억원, 블루원에서 4100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당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금액 중 400억원가량만 태영건설에 지원했고 나머지는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채무 변제에 사용해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내용도 언급돼 논란이 됐다.
특히 산업은행은 태영 측이 블루원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투입할 것처럼 얘기했다가 최근 티와이홀딩스 채무 변제에 쓰겠다는 취지로 말을 바꾼 점도 지적했다. 워크아웃 신청 과정에서 했던 네 가지 약속 중 두 개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신뢰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특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일부를 티와이홀딩스 보증채무 상환에 사용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 때문에 태영건설을 포기하더라도 주력 계열사인 SBS는 계속 갖고 있겠다는 게 오너 일가의 숨은 의도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태영 측은 "SBS 매각에는 많은 법적 제약이 존재한다"며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매각을 전제로 자구책을 검토하냐는 질문에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당국에선 SBS 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그에 준하는 재원을 마련해오든지 또는 SBS를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방식 등 채권단을 설득시킬 만한 대안을 태영 스스로 찾아내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설명회에서 태영 측 자구책이 부실하다고 느낀 채권단은 워크아웃 반대 채권자의 채권매수청구권에 대해서도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워크아웃에 반대하는 채권자의 채무를 찬성하는 채권자가 청산가치에 준해 인수하는 통상의 방식이 아니라, 태영건설이 반대 채권자의 채무를 인수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한 참석자는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워크아웃을 개시도 못 해보고 끝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날 채권단 설명회에서는 윤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자구 노력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설명회에서 사측은 "회사 사업 내용이 견실하며 부실 가능성은 낮다. 회사 자산을 매각해 자구에 나서겠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되풀이해 채권단에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회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최근 언론 보도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가 9조원이라고 나왔지만, 실제 문제가 되는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라며 "태영건설은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고,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꼭 살려내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PF 가능성을 과신한 나머지 자기 관리에 소홀한 탓에 뼈아픈 부도 위기를 몰고 왔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워크아웃으로 가기 위한 전제로 제시한 약속인 오너 일가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부터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채종원 기자 / 이희수 기자 / 김희래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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