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3연임 … 국민연금 지적에 포스코 회장 '논란의 싹' 제거
김학동·김지용·김준형 등
만장일치로 내부 8명 선정
17일 외부인사 포함명단 확정
후추위 "끝까지 공정성 최선"
지난 2일 오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은 경제계 신년인사회 대신 포스코홀딩스 시무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7월 취임한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에서 줄곧 제외돼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신년인사회에 불참하면서 연초에도 현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본인 거취와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최 회장은 이날 시무식에서는 5000자가 넘는 장문의 신년사를 발표하며 경영에 열의를 보였다. 최 회장이 1차 회장 후보 명단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 회장은 지난달 19일 포스코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가동된 이후 연임을 두고 포기 의사를 대내외적으로 밝히지 않아 사실상 연임에 도전한 것으로 간주됐다. 다만 최 회장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 포스코홀딩스는 현직 최고경영자(CEO)가 연임을 원할 경우 따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자동으로 차기 후보에 포함되는 길을 열어둔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아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특히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차기 회장 인선 절차와 관련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포스코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이 'KT 사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최 회장이 1차 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최근 국민연금이 문제를 제기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이 많다. 지난달 28일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내외부인 간에 차별 없이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가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국민연금이 유일하다. 소액주주 지분율은 75.52%에 달하지만 단일 대주주로서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방침을 정한다면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좌우할 수 있다. 실제 국민연금의 지적 이후 파장이 커지자 후추위는 이를 의식한 듯 외부 인사로 구성한 '회장후보인선자문단'을 선임해 이들의 평가 의견을 회장 후보 자격심사에 반영하겠다는 보완책을 마련하고 선출 과정의 세부 사항까지 공개하며 세간의 논란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최 회장을 1차 후보 명단에서 제외시킨 것도 후추위가 공정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사전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포스코그룹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민연금을 비롯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후추위의 공정성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사전 차단해 독립성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언급했다.
이날 박희재 후보추천위원장은 "포스코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새 그룹 회장을 선발하는 중차대한 임무 앞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끝까지 공정하고 엄정한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이 후보군에서 제외되면서 현직 포스코그룹 임원을 중심으로 내부 후보군이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후추위는 이날 1차 심사를 통해 다음 단계인 '평판조회 대상자'로 8명을 만장일치로 선정했다.
8명의 후보군에는 주요 계열사 임원인 김학동 포스코홀딩스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사장,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 등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그룹 자문역으로 있는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부사장도 도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그룹은 외부 전문기관에 이들에 대한 평판조회를 의뢰해 오는 8일까지 결과를 받는다. 이 내용을 반영해 이달 10일 진행되는 5차 회의에서 '내부 롱리스트 후보자'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외부에서도 진행 중인 후보 리스트를 취합해 오는 17일까지 롱리스트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조윤희 기자 /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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