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쓰인 수칙이 살렸다”...하네다 ‘90초 룰’ 탄생 배경은
‘피로 쓰인 안전 수칙이 수백 명의 목숨을 살렸다.’ 2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충돌사고로 전소(全燒)된 일본항공(JAL)에서 탑승자 379명이 전원 탈출해 생존했다는 뉴스를 전하며 CNN이 붙인 제목이다. 대형참사를 막은 결정적 비결로 이날 일본 승무원과 승객이 실천한 이른바 ‘90초 룰’이 주목받고 있다. 비상 상황에 모든 승객이 90초 이내에 탈출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이 규정은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비극적 사고를 겪으며 지금의 형태로 정립돼 항공 업계가 채택하고 있다.
‘90초 룰’은 1967년 미 연방항공국(FAA)이 모든 항공기 제조사들에게 요청한 것이 시초다. 이후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점 정교해졌다. 예를 들어 1980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비상착륙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조종사가 대피 명령을 내리지 못해 탑승자 301명이 연기 흡입으로 사망한 사건 이후 항공사들은 승무원에게도 승객을 탈출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게 됐다. 이번 사고 때 기장 등이 안내 방송을 하지 않았음에도 승무원들이 육성과 확성기로 탈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 계기다.
1985년 영국 맨체스터공항에서 발생한 브리티시에어투어 사고는 이륙 때 발생한 화재로 55명이 사망한 참사였다. 당시 소방관이 신속하게 도착했음에도 독성 연기 흡입으로 많은 사망자가 나온 것을 반면교사 삼아 영국항공은 객실 내 사용되는 자재에 대해 보다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게 됐다고 한다. 연기가 나도 당황하지 않도록, 인조 연기를 만들어 훈련하는 항공사들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90초 룰’을 만들어두었다고 해서, 비상 상황에 이를 모범적으로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90초 룰’의 핵심 중 하나가 승객이 짐을 두고 몸만 탈출하도록 하는 것인데 귀중품, 유모차 등 승객이 미련을 가질 물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거동이 빠르지 않은 노약자의 경우엔 누군가가 신속히 도와야 한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항공은 여러 변수를 토대로 ‘90초 룰’을 철저히 훈련해왔다. CNN은 이번 사건을 “일본 고유의 엄격한 안전문화와 안전 기준이 만든 기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항공은 40여년 전 참사를 계기로 엄격한 안전 훈련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85년 8월 도쿄에서 오사카로 향하는 JAL123편이 추락해 탑승객 524명 중 520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해당 여객기는 직전에 한 차례 사고를 겪었는데 이후 기체 꼬리 부분을 수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 이후 일본항공은 ‘90초 룰’에 따라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해 왔다. 2000년대 들어선 이 사고를 기억하지 못하는 직원이 입사하기 시작하자 2005년 본사에 사고 잔해와 당시의 증언을 전시해 직원들이 경각심을 잃지 않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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