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급증 대비 … 4대 은행 '역대급' 충당금
9개월새 1조원 추가 적립
부실채권 증가속도 빨라지며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감소
금융수장들 "건전성에 만전"
은행권이 고금리와 경기 부진 등으로 부실채권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응하면서 작년 3분기 말 4대 은행의 대손충당금(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채권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 적립 잔액이 7년 만에 최고치로 높아졌다. 지난해 초부터 9월까지 늘어난 대손충당금만 1조원이 넘는데, 대출 연체율과 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대출 연체액)이 확대되면서 금융당국도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강조하고 나섰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 지난해 초부터 9월까지 대손충당금이 1조213억원 증가해 적립 잔액이 7조4527억원으로 높아졌다. 잔액 기준으로는 7년 만에 가장 높다.
4대 은행은 2022년 금리 인상 국면에서 금융당국 요구에 맞춰 충당금을 늘리면서 적립 잔액이 1조734억원 순증했다. 보통 연말에 은행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는 것을 감안하면 작년 대손충당금 순증액은 2022년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는 4대 은행이 순증한 충당금 규모가 5926억원이었고, 2021년에는 충당금 적립 잔액이 426억원 줄어들기도 했다.
시중은행이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것은 고금리에 빚을 갚지 못한 차주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9월 4대 은행의 부실채권은 3조2863억원으로 2021년 6월(3조3577억원)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022년 9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부실채권은 2조6710억원으로 1년 새 부실채권 규모가 6153억원 늘어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대출 유예와 고금리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 등으로 각 은행의 충당금 확충이 크게 늘었다"며 "최근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위험 수위도 높아져 연말에 각 은행에서 추가적으로 대비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 확충에도 부실채권 증가 속도가 더 빠르게 늘어나는 데 있다.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2022년 12월 말 238%에서 지난해 9월 말 227%까지 내려왔다. KB국민은행이 같은 기간 259%에서 228%로 하락해 감소 폭이 가장 컸고, 우리은행도 263%에서 239%로 줄어들었다. 실제 시중은행의 신규 연체액(1개원 이상 연체액 기준)도 빠르게 쌓여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국내 은행에서는 월평균 2조200억원의 신규 연체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이후에는 매달 2조원이 넘는 신규 연체가 나오고 있고, 10월에는 2조4000억원의 신규 연체가 발생해 2018년 4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체액 증가에 은행들의 대규모 연체채권 상·매각도 반복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은 지난해 6월 3조1000억원의 연체채권을 상·매각한 데 이어 9월에도 3조원을 상·매각했다. 지난해 초부터 10월까지 상·매각한 금액만 15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2년 한 해 동안 시중은행이 정리했던 연체채권 11조6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은행은 연체된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나 민간 유동화전문회사에 매각하는데, 상·매각 채권액이 늘었다는 것은 은행이 부담하는 손실 충당 규모가 커진다는 의미다.
금융당국도 은행의 선제적인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제도적 기반은 마련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했다. 이 제도는 은행의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적립 수준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을 유도하겠다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연이어 리스크 관리에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손실흡수능력 강화를 위한 충당금 확충과 올해부터 시행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등 건전성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다.
[유준호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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