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당적 국힘이냐 민주냐 … 與野 총선파장 가능성에 신경전

서동철 기자(sdchaos@mk.co.kr)위지혜(wee.jihae@mk.co.kr), 박동민 기자(pdm2000@mk.co.kr) 2024. 1. 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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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당원명부 확보해 분석
국힘"2020년 탈당 동명인물
인적사항 불분명해 단정못해"
민주"경찰 엄정 신속 수사를
정치적 고려·왜곡땐 좌시안해"
피의자 중개사무실 압수수색
주민들 "바둑 즐기고 평소 조용
중개 잘안돼 월세 6개월 밀려"

◆ 이재명 대표 피습 ◆

철통경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3일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테러를 가한 67세 남성 김 모씨의 범행 동기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이 이 대목에 대해 함구하고 있기 때문인데 범인이 어느 당에 가입했느냐를 놓고 여야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어느 당의 당원이냐에 따라 정치적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고, 총선에 파장을 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김씨를 두고 '민주당 당적이다' '과거 국민의힘 당원이었는데 최근 민주당에 입당했다' 등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3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김씨가 특정 정당에 가입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현행 정당법은 범죄 수사를 위해 당원 명부를 조사할 수 있는데, 반드시 법원 영장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가 제1야당 대표인 만큼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피의자 당적을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박근혜 정부에서 새누리당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후 지난해 민주당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표를 흉기로 공격한 피의자의 정당 가입 이력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는 데 대해 "양극단의 혐오 정치로 몰아가려는 불필요한 논쟁은 지금 상황에 어떠한 도움도 될 수 없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거의 4년 전인 2020년 탈당한 동명 인물이 있으나 인적 사항이 분명치 않다"면서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마치 사실인 양 정치적으로 왜곡해 국민의힘의 문제로 몰아가려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경찰의 요청에 따라 김씨의 당원 여부를 경찰에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다만 공식적인 경찰 발표를 통해 김씨의 민주당원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 비상의원총회 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경찰 등 수사기관은 사건의 중대성을 깊이 인식하고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해야 한다"며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나 축소, 왜곡 시도가 일어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사기관을 압박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피습을 '당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대책 기구를 구성해 가짜뉴스 등에 대해 법적·정치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치인의 안전에 대해 치안당국에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일부 유튜브, 종편 등에서 '정치적 자작극' 등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명백한 2차 테러이자 가짜뉴스로 법적·정치적 대응을 하겠다.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오전 이 대표 피습 후 극우성향 유튜버들과 일부 보수 성향 인터넷 언론을 통해 '정치적 자작극'이라는 음모론과 흉기가 아닌 나무젓가락이 사용됐다는 '가짜뉴스'가 나돌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김씨가 이 대표를 나무젓가락으로 찔렀다는 것은 오보라고 밝혔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김씨가 이 대표를 급습할 때 사용한 흉기는 길이 17㎝, 날 길이 12.5㎝ 크기의 등산용 칼이었고 손잡이 부분이 테이프로 감겨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씨가 범행을 위해 사전에 흉기를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도 진행해 김씨의 범행 동기와 계획범죄 여부 등을 밝힐 예정이다.

압수수색 3일 오후 부산경찰청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찌른 피의자 김 모씨(67)의 직장인 충남 아산시 중개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날 새벽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충남 아산에 있는 김씨의 부동산 중개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씨는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근무하다가 퇴직 후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 부동산중개업소를 차린 공인중개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변인들은 그에 대해 공인중개사사무소 인근 아파트에서 부인, 자녀와 함께 살던 평범한 가장으로 "평소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김씨가 성실했지만 주민과 교류는 많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A씨는 "2006년 김씨를 통해 집을 얻은 뒤 가까이 알고 지냈는데, 매일 오전 8시 사무소 문을 열며 출근하고, 바둑을 즐겨 하는 차분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아산시 배방읍 북수리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김씨가 이곳에서 부동산업만 20년째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워낙 조용한 성격으로 과격한 행동을 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아 이번 사건 소식을 듣고 다들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김씨가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씨의 사무소가 있는 건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C씨는 "지난해 2년 계약이 만료됐지만 연장을 희망해서 계속 입주해 있는 상태라고 들었다"면서 "부동산 중개가 잘 안 돼 6개월분 월세가 밀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서동철 기자 / 위지혜 기자 / 부산 박동민 기자 / 아산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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