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같은 청춘인데 …'극단적 시도' 응급실행 절반은 1020

박민기 기자(mkp@mk.co.kr),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1. 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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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20대 정신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한 해 자살·자해 시도를 해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 4만명 가운데 절반이 10·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자살·자해 시도자 중 10·20대 비중이 46%인 것이다.

문제는 10·20대 자해·자살 시도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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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자 4만여명 중 46% 차지
전체 시도도 5년간 크게 늘어
서울대 상담전화 4년새 2배
학업·취업고민 우울감 호소
코로나 후유증까지 겹친탓

10대와 20대 정신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한 해 자살·자해 시도를 해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 4만명 가운데 절반이 10·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서울대에서조차 자살예방전화를 찾은 학생 상담 건수가 4년 동안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발간한 '2021~2022년 응급실 자해·자살 시도자 내원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응급실 이용 769만4472건 중 자살·자해 시도는 4만326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20대는 1만2432건, 10대는 7540건에 달했다. 전체 자살·자해 시도자 중 10·20대 비중이 46%인 것이다.

문제는 10·20대 자해·자살 시도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10대의 자살·자해 시도는 2018년 인구 10만명당 95.0건에서 2022년 160.5건으로 5년간 68.9% 급증했다. 같은 기간 20대는 127.6건에서 190.8건으로 49.5% 늘었다. 이는 해당 기간 전체 자살·자해 시도자 증가율(11.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불안감을 느끼는 대학생이 급증하고 있는 모습은 서울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매일경제가 입수한 서울대 '최근 5년간 대학생활문화원 심리상담 지원 내역'에 따르면 서울대에서 운영하는 자살예방전화 '스누콜'을 이용한 학생 상담 건수는 최근 4년 새 약 2배 증가했다. 2019년 3월~2020년 2월 684건이었던 상담 학생 건수는 2020~2021년 990건, 2021~2022년 927건, 2022~2023년 1244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상담 숫자도 전년과 마찬가지로 1200건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스스로를 해치는 10·20대가 급증하는 원인으로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장기간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간관계가 단절돼 고립감을 느끼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인한 청년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박탈감을 느끼는 청년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학업·진로 고민이 깊어지면서 우울감과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이들은 팬데믹 이후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하지 못하고 3년 가까이 이어진 거리두기에 고립된 시기를 보냈다.

과거에는 친구나 동기, 선후배와 고민을 나누며 위로를 받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이 많았지만, 팬데믹을 거친 10·20대 학생들은 마음속 깊은 고민을 타인에게 선뜻 꺼내놓는 것을 꺼려 상담 서비스 이용을 선호한다고 한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에서 근무하는 한 상담사는 "모든 대학생이 똑같이 우울하다고 봤을 때 서울대 학생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좋은 성적 등 학업 수행력을 이전과 똑같이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크게 느껴 더욱 치열하게 사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지인 대신 상담 전문가를 찾는 서울대 학생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누콜은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24시간 운영되는 상담 서비스로 서울대 학생의 자살 예방과 긴급 상담 등을 위해 2008년 시작됐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 상담사들은 하루 12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학생들의 전화를 기다리고 대응한다.

스누콜 상담은 익명을 기반으로 보통 15~30분 내외로 진행되는데 자살을 암시하는 등 긴급 상황으로 판단되면 학생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상담사가 직접 112나 119에 신고할 때도 있다. 자해 중이거나 자살 시도 직전 마지막 순간에 전화를 거는 학생도 있어 극단적인 상황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는 평가다.

[박민기 기자 /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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