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제시카법과 화학적 거세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4. 1. 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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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살던 아홉 살 소녀 제시카 런스퍼드는 옆집 남성에게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

성범죄 전과자가 학교·공원 같은 아동 이용 시설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곳으로만 주거지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의 제시카법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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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살던 아홉 살 소녀 제시카 런스퍼드는 옆집 남성에게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 가해자는 아동 성범죄 전과 2범으로 10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모범수로 2년 만에 출소한 상태였다. 제시카의 아버지는 이웃이 성범죄자인 걸 알았다면 미리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엄격한 성범죄자 관리를 요청했다. 성범죄 전과자가 학교·공원 같은 아동 이용 시설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곳으로만 주거지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의 제시카법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한국형 제시카법으로 불리는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지정 등에 관한 법률안'도 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거나, 3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전자감독 대상자 중 10년 이상 형을 받은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에 대해 출소 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설로 거주지를 지정하는 제도다. 미국과 달리 국토가 좁고 수도권 밀집도가 높은 한국 실정을 고려해 '거주지 제한'이 아닌 '거주지 지정'을 선택했다. 미국처럼 거주 제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성범죄자들이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 도시로 몰려가거나 노숙자로 전락해 오히려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위험 성범죄에 대해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를 의무화하는 법률 개정안도 같은 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성충동 약물치료는 2011년 이후 집행자 75명 중 재범자가 1명(1.3%)에 불과할 정도로 재범 억제 효과가 높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조치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자 이중처벌이라는 반론은 있지만 국회가 입법 절차를 마무리해주기를 기대한다. 조두순 출소 때 피해자 가족이 이사를 해야 했던 것처럼,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피해자와 시민들이 공포에 떠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거주지 지정 명령 검토가 필요한 고위험 성범죄자는 2022년 말 기준 325명이고, 내년까지 187명이 더 출소한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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