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청룡에 투영된 새해 기대

2024. 1. 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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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간지를 살펴봄으로써 그해의 의미를 따져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올해는 갑진년으로, 청룡의 해라고 하여 특히 기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에서 중구난방으로 뛰던 토끼의 해가 지나고 새해가 되자 모두의 소망과 기대가 청룡에 투영된 것 같다.

황룡과 흑룡에 비해 청룡이 좀 약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용은 용이니까 올 한 해를 기대하는 데 마음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애써 외면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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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황룡보다 강하지 않지만
청룡은 인간에 더 가까이 존재
영화상·열차 이름 등으로 친근
올해 재해·전쟁 등 인류난제 속
교감·시민의식 좀 더 확산되길

새해가 되면 간지를 살펴봄으로써 그해의 의미를 따져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음양오행까지 더해 새로 맞는 1년의 의미를 해석하고 전망하는 것이 의례적인 일이 되었다.

MBTI에 유독 집착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간지는 특정 해를 놓고 평가하는 MBTI와도 같아서 나름 공감된다. 앞으로 다가올 불확실성에 대한 설렘, 기대, 걱정 등이 뒤섞여서 뭐라도 의지해 예상을 해봐야 안심이 되는 인간의, 특히 한국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자 새로운 것에 적응하려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올해는 갑진년으로, 청룡의 해라고 하여 특히 기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각종 미디어와 SNS에서도 청룡에 관한 이모티콘과 덕담이 넘쳐난다. 푸른색은 하늘과 바다의 색이기 때문에 흔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 빛의 산란에 의한 착시일 뿐이다. 푸른색은 오히려 자연에서 추출하기 어려운, 가장 비싼 물감이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한 것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푸른색과 달리 음양오행의 황색이나 검은색은 절대적이면서 중립적인 의미를 상징한다. 예를 들어 황색은 황제의 색이며, 검은색은 대자연이나 신 혹은 심판자의 색이어서 일반 시민과는 거리가 먼 색이다. 사실 청룡에 비해 황룡이나 흑룡이 더 강하고 용의 세계관에서 볼 때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묘사될 때가 많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과 교감하는 용은 주로 청룡이다. 그래서 푸른색은 품위 있고 귀해서 모두가 바라고 갖고 싶은 대상임과 동시에 닿을 수 있고 가질 수 있다는 희망과 소원을 상징한다. 황룡영화상보다는 청룡영화상이, 황룡열차보다는 청룡열차가, 흑룡보다는 청룡이 스포츠팀 이름으로 더 어울리고 친근한 이유다.

작년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맞이한 새로운 일상, 뉴노멀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거리가 멀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공급사슬 교란이 지속되는 와중에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재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다른 지역에서도 국지전이 확산하면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거기에 더해 우리는 급속한 고령화와 글로벌 지역주의 등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을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올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실마리를 찾고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런 배경에서 중구난방으로 뛰던 토끼의 해가 지나고 새해가 되자 모두의 소망과 기대가 청룡에 투영된 것 같다.

그러나 소망과 기대만으로는 인류적 난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기술과 비즈니스 혁신은 유용한 돌파구를 제시한다. 다만 막연한 두려움과 포퓰리즘에 기대어 무리한 제도를 만들어서 기술적 혁신이 대다수 시민의 혜택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막고 비틀어서는 안된다. 생성형 AI, 빅데이터, 양자기술, 크리스퍼(유전자가위)와 바이오테크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악용되는 것을 방치하거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억지로 틀어막는 제도가 문제다.

황룡과 흑룡에 비해 청룡이 좀 약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용은 용이니까 올 한 해를 기대하는 데 마음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애써 외면할 필요도 없다. 아마도 그런 소망들이 모이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전쟁도 끝나고 지진과 천재지변,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로부터 좀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MBTI의 목적이 끼리끼리만 잘 지내라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구동성으로 청룡의 해라고 덕담을 건네면서도 작은 실천이라도 안 한다면 오히려 청룡의 역린을 건드리는 해가 될지도 모른다. 책임감을 가진 기업도 필요하지만, 실천하고 깨어 있는 시민의식도 필요하다.

[김도훈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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