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에브리싱' 얻은 브릭스 … G7 맞선 에너지 안보동맹으로

진영태 기자(zin@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1. 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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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가 주도하는 브릭스에
사우디·이란·UAE 등 동참
OPEC+ 대항마로 급부상
서방과 우호관계였던 사우디
美 의존도 낮추고 러와 밀착
석유 관련 공조 견고해질 듯
올해 10월 러 카잔서 정상회의
푸틴, 안방에 모아 勢 과시할듯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경제협의체가 중동 대국 사우디아라비아를 공식 영입하며 세력 확장에 나섰다. 브릭스는 올해 사우디를 비롯해 이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에티오피아 등 5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맞이하면서 미국과 주요 7개국(G7) 중심의 경제블록에 대항하는 독자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은 사우디 국영 방송에 출연해 "브릭스는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데 유익하고 중요한 통로"라며 브릭스 가입 사실을 발표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브릭스는 신흥경제국을 지칭하는 투자 업계 개념이었다. 그러나 2009년 해당 국가들이 공동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공식 협의체로 발돋움했다.

2015년에는 브릭스 5개국이 신개발은행(NDB·브릭스개발은행)을 출범시켰고, 지난해에는 6곳의 추가 회원국 가입을 승인했다. 다만 당초 가입 의사를 내비쳤던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정권 교체와 함께 미국 동맹을 강조하며 이를 철회했다.

특히 사우디가 브릭스에 공식 가입하면서 G7의 대항마 역할을 하는 동시에 중국·러시아 중심의 에너지 안보동맹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사우디, UAE, 이란이 추가되면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 중 3곳이 포함되며, 확장된 브릭스의 석유 공급량은 전 세계의 42%를 차지하게 된다.

원유시장 수급은 여전히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가 맡고 있지만 내부에서 강대국의 감산 요구, 이란·베네수엘라 등에 대한 서방 에너지 제재 등을 두고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브릭스가 OPEC+를 대체할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확대된 브릭스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겨냥한 원유가격상한제 참여를 거부한 중국, 인도가 모두 포함돼 있다.

올해 브릭스 의장국을 맡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다자주의 확대를 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1일 크렘린궁 성명을 통해 "올해 브릭스 의장국으로서 공평한 세계 발전과 안보를 위한 다자주의 강화를 주제로 브릭스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치·안보, 경제·금융, 문화·인도주의적 접촉 등 세 가지 주요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국제·지역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효과적으로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에너지와 식량 안보를 보장하고 국제 통화 시스템에서 브릭스의 역할을 발전시키며 상호 교역에서 국가 통화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이행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특히 올해 5개국이 정회원으로 가입했고 다른 많은 나라들도 브릭스에 참여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했다. 오는 10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는 2015년 이후 러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 발부로 남아공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으나 올해는 러시아로 각국 정상을 초대해 세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릭스의 양대 축인 중국도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3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새해 축전을 교환하며 한목소리로 '협력 강화'를 천명했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100년 만의 격변을 맞은 국제 형세에서 중국과 러시아 관계는 시종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유지하고, 정확한 방향으로 전진해왔다"며 "중·러 무역액이 2000억달러(약 259조원) 목표를 예정보다 일찍 달성했고, 양국 관계의 물질·민의(民意)적 토대는 한층 더 견고해졌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 역시 "양국의 공동 노력으로 각 영역에서 협력이 더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며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의 틀 안에서 양국 협력은 새로운 진전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해부터 미국 1극 체제를 견제하기 위한 '다극화'를 띄우고 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모두 신년사에서 다극화를 강조하면서 반미 노선에 양국이 공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브릭스가 확장되면 중·러 중심의 '다극화'를 뒷받침하는 주요 다자협의체로 활동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카잔에서 진행된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협력 강화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바 있다. 당시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브릭스 등 다자기구를 통한 소통과 협력을 제안하자 시 주석은 화답했다.

[진영태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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