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악마화` 팬덤정치가 테러 불러… 협치 복원 시급"

김세희 2024. 1. 3. 17:3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선·총선 등 전국 단위 큰 선거를 앞두고 유력 정치인을 향한 테러가 되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나와 성향이 다른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왜곡된 정치문화가 이같은 현상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극단화된 '팬덤'이 잉태가 되는데, 정치인들 역시 팬덤의 눈치를 보느라 상대를 파트너가 아니라 적으로 규정한다"며 "결국 정치는 실종되고 폭력적으로 변질된다"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치인 테러' 전문가 진단
"반대 쪽을 타도 대상으로 규정
특정인물 중심 '부족화'도 심각
대화·타협만이 혐오정치 끝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대선·총선 등 전국 단위 큰 선거를 앞두고 유력 정치인을 향한 테러가 되풀이 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은 2006년 5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커터칼 피습' 등 여러 사건들을 소환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나와 성향이 다른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왜곡된 정치문화가 이같은 현상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을 향한 테러가 만연하고 있는 이유를 '정치의 감성화'에서 찾았다. 그는 "정치를 감성적으로 바라보면 자신이 추종하는 정치인은 나를 구원해 줄 구세주로 인식하는 반면, 반대쪽은 제압과 타도의 대상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극단화된 '팬덤'이 잉태가 되는데, 정치인들 역시 팬덤의 눈치를 보느라 상대를 파트너가 아니라 적으로 규정한다"며 "결국 정치는 실종되고 폭력적으로 변질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현상은 단순히 진영논리만 기반으로 일어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의 부족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특정 정치인을 중심으로 '부족'처럼 모이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이 틀려도 맞다고 생각해야 행복해진다고 판단하는 문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반대하는 정치인을 한 집단의 우두머리로 간주하고 '저 사람을 처단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테러리즘으로 연결될 수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가해자의 개인적인 일탈도 원인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정치 문화가 뒤틀리고 왜곡됐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강성 팬덤층을 중심으로 가짜뉴스를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인다"며 "그러다보니 상대를 악의 축으로 보고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대상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치문화가 특정한 사람들의 사고·행동·신념에 대해 영향을 줬다고 추론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폭력적인 정치문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화와 타협이 기본이 되는 정치의 복원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신율 교수는 "계속 정당이 팬덤만 따라가다보면 이익 집단 밖에 안 된다"며 "순간적인 비판을 감내하더라도 상대 정당을 타협의 대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수 교수는 "이 사회의 다양한 정체성을 인정할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다만 특정 정치 세력이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공론장을 억누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김형준 교수는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분열과 혐오의 정치를 지양하고 대화·타협·협치의 정치로 가는 길을 터야 한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합의의 정치문화로 바뀌어나가는 모습들이 보이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뇌관이 터질 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