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접은 신세계의 방향 전환…와인에 집중

한전진 2024. 1. 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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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L&B, 위스키 사업 잠정 중단
'와인 수입 유통' 부진 탓
고전 중인 '쉐이퍼빈야드' 운명에 관심
신세계 L&B / 그래픽=비즈워치

신세계가 신사업으로 추진하던 위스키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사업의 주체였던 신세계L&B가 와인 수요 감소 탓에 부담이 커진 것이 이유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비효율을 걷어내고 수익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영향도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고전 중인 신세계의 '와인' 사업 존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와인에 위스키 접는다

업계 등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사내 위스키 신사업 전담 조직이던 'W비즈니스'팀을 해체키로 했다. 이에 따라 위스키 사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위스키 사업 '철수'라기보다 '잠정 중단'된 것"이라며 "예전부터 계획됐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팀 해체는 대표 교체 이후 사업 방향을 정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스키 사업 중단 이유는 와인 수입 유통의 부진 때문이다. 신세계L&B 매출의 약 70%는 와인에서 나온다. 현재 와인 수요는 엔데믹과 고물가 탓에 감소하고 있다. 외부 활동이 늘면서 홈술 수요가 줄은데다, 경기 불황으로 수입 와인을 찾는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 실제로 신세계L&B는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10억42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1506억1000만원에서 1357억3300만원으로 줄었다.

연도별 와인 수입량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앞서 우창균 전 신세계L&B대표는 위스키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관련 TF팀을 꾸리는 등 위스키 제조업 진출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주력인 와인 사업이 부진한 마당에 위스키 사업까지 확장하기는 부담이 컸다. 여기에 위스키 제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특히 제품화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즉 장기간 비효율을 견뎌야 한다는 이야기다.

주력 사업이 흔들리고 있는 신세계L&B로서는 장기간 비효율을 견딜 만한 체력이 없었다. 이에따라 위스키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사업 종료' 수순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이 최근 신년사를 통해 "고객 가치 실현과 신세계그룹 전체의 이익이라는 궁극의 목표만 남기고 모두 덜어내달라"고 주문한 만큼 대표적인 비효율 사업인 위스키 사업을 재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위태위태한 또 다른 와인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다른 와인 사업 '쉐이퍼빈야드'의 존속 여부도 눈여겨보고 있다. 쉐이퍼빈야드는 신세계의 와이너리 자회사다.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있다. 신세계는 지난 2022년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쉐이퍼빈야드를 인수했다.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서 열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쉐이퍼빈야드도 현재 적자 상태다. 신세계는 '스타필드프라퍼티스'를 통해 쉐이퍼빈야드를 인수했다. 스타필드프라퍼티스는 이마트의 부동산 개발 계열사 신세계프라퍼티가 미국에 설립한 100% 자회사다. 신세계프라퍼티의 2022년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스타필드프라퍼티스는 매출액 291억원, 순손실 13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와인 수요 감소까지 고려하면 쉐이퍼빈야드의 적자 규모는 더욱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쉐이퍼 빈야드' 전경. / 사진=쉐이퍼 빈야드 제공

현재 와인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와인 누적 수입량은 5만1413톤으로 전년 대비 20.5% 감소했다. 문제는 미래다. 특히 고물가가 극심해지면서 고가 와인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야기됐던 보복소비(억눌린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심리도 더는 기대하기 힘들다. 

사실 신세계가 쉐이퍼빈야드를 인수할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우려가 많았다. 이마트가 쿠팡 등 이커머스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동떨어진 투자라는 비판이 적잖았다. 지난 2021년 이베이코리아(지마켓) 인수에도 3조원을 쓴 만큼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도 컸다.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많았다. 쉐이퍼빈야드의 와인은 이마트에 매대에 진열하기는 너무 비싼 와인이어서다.

그래도 유지할 것 같은 이유 

그럼에도 쉐이퍼빈야드는 신세계의 중점 사업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프리미엄 와인 사업은 정 부회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쉐이퍼빈야드는 야구단(SSG랜더스)과 함께 정 부회장의 장기적 관점에서 매우 심혈을 기울인 사업으로 알려져있다. 와인 외에도 부동산 등 투자 관점에서 인수가 이뤄진 것이라는 것이 신세계 측의 설명이다.

물론 와인 시장 침체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내 와인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기준 1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지난 2022년에는 2조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와인 수입량은 2019년 4만3595톤에서 2022년 7만1020톤까지 증가했다. 급격한 성장이 이어졌던 만큼 지금은 숨을 고르는 타이밍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신세계L&B는 프리미엄과 온라인 등으로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신세계는 정 부회장 주도 아래 최근 스타필드에 '와인클럽'을 선보이는 등 와인사업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쉐이퍼빈야드 역시 지난해 신세계면세점 등에 단독 입점하면서 판매 채널을 늘리는 중이다. 타깃 소비층이 뚜렷한 채널을 공략하겠다는 생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L&B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위스키 사업까지 접을 만큼 현재 와인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다"며 "팬데믹에 따른 기저효과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세계가 쉐이퍼빈야드에도 큰 자금을 투입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신세계의 고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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