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진단] 북한인권법, 정치적 계산만 할 것인가

유엔총회 19년째 北인권결의
정부 개선 의지 강력 표명에도
野 인권재단 이사 추천 미뤄
실질적 법 집행 등 곳곳 차질
정부는 창의적 해법 마련하고
국회 초당적 문제해결 나서야

지난해 12월 19일 유엔총회가 표결 없이 전원 동의로 북한인권결의를 채택했다. 2005년 이래 19년째다. 총회 결의는 사회 통제 강화 등 북한 내 인권침해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하고, 탈북민 관련 유엔고문방지협약 준수를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인권 개선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북한 주민에게도 우리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이 구현돼야 함을 강조해왔다. 1994년부터 통일연구원에서 북한 인권 관련 연구에 참여한 필자의 경험에 비춰볼 때, 정부 차원에서 북한 인권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표명한 적은 없었다. 이는 진심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 국회는 2016년 3월 여야 합의를 통해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바 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고, 북한 인권 보호 및 증진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인권법은 국회 여야 교섭단체에 부여된 북한인권재단 이사 및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위원 추천이 이뤄지지 않아 무력화돼 있다. 북한 인권 정책의 실행을 담당해야 할 북한인권재단은 아직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또 2021년 이후 정부의 '북한 인권증진 집행계획'과 '제3차 북한 인권증진 기본계획(2023~2025년)'이 수립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회는 왜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 추천을 미루고 있는 것인가. 1기 자문위원을 추천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왜 2기 자문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것인가. 통일부는 2023년 3월 북한인권증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증진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그해 12월 26일 북한 인권증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인권증진위원회는 북한인권법상 명시된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를 대신해 북한 인권증진 기본계획과 집행계획 수립을 자문할 수 없다.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두 차례 정권 교체로 집권 여당이 바뀌었다. 그런데도 북한인권법이 무력화돼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인권법 제정 과정에서 드러난 정치적 논쟁이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해 10월 영국 의회에서 개최된 유럽북한인권포럼에 참여하면서 북한 인권을 향한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orth Korea)'의 진지한 관심과 개선 노력에 큰 감명을 받았다. 영국 초당파 의원 모임은 영국과 북한 의회의 유의미한 관계 구축을 추구하면서도, 북한 내 인권침해와 관련해 의회와 정부의 관여를 꾸준히 촉구해왔다. 북한인권법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북한인권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북한 인권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언제까지 정부는 북한인권법이 국회의 무관심으로 무력화돼 있는 상황을 지켜만 볼 것인가. 통일부는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창의적 해법을 마련하고, 북한인권법 이행과 관련해 초당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북한 인권 개선 방안에 관해 다양한 생각을 지닌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북한 인권 상호대화'를 통해 정치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30일 '중국의 북한 이탈주민 강제 북송 중단 촉구 결의'를 채택했다. 탈북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여야가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통일부가 제시한 '북한 인권 문제의 가시적 성과 도출'을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2024년에는 '초당적 협력'을 통해 북한인권법이 온전하게 실행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금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