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태영, 약속한 자구안 이행 안 해… 이대론 워크아웃 어려워”

3일 채권자설명회 후 백브리핑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0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3일 “태영그룹이 당초 약속한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태영그룹은 당초 태영인더스트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자구계획을 산업은행에 전달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 강 회장은 이에 대해 “신뢰를 상실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채권단을 설득하려면 태영그룹과 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구계획 마련과 성실한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대강당에서 열린 태영건설의 채권자 설명회가 끝난 뒤 백브리핑을 열고 “태영 측은 아쉽게도 채권단 설명회에서 구체적인 자구 계획안을 제시하지 않고, 단지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만 얘기했다”며 “구체적인 자구안이 없는 워크아웃 계획안은 채권단의 75% 동의 받기 쉽지 않으므로 (기존에 제시한) 자구계획의 약속을 성실히 지키라고 다시 한번 태영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태영그룹과 대주주는 산업은행과의 워크아웃 관련 협의를 진행하면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매각대금 태영건설에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 등 네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태영그룹과 대주주는 당초 조건과는 달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또, 블루원 지분 담보 및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태영건설 대신 티와이홀딩스 채무 상환에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3일 서울 여의도 본점 대강당에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를 개최했다./사진=김유진 기자

이에 대해 강 회장은 “태영 측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한 것은 채권단이 태영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부분”이라며 “블루원 관련 자금도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사용된다고 이해하고 있었는데 (태영 측이) 말을 바꿔서 자금을 티와이홀딩스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회장은 “양측에서 논의되던 것이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장을 직접 만나 기존에 약속한 네 가지 조항을 지켜달라고 촉구하고, 설명회에서 확약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헀다”며 “하지만 (이날 설명회에서) 윤세영 태영 창업 회장은 태영에 기회를 달라고만 말하고 태영건설은 구체적인 자구안에 대한 설명 없이 (태영건설이) 어떤 회사인지만 설명했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태영그룹과 대주주가 제시한 기존의 자구안 이행 없이는 워크아웃 개시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워크아웃의 대전제는 태영과 대주주의 충분한 자구노력인 만큼 태영 측이 문제 해결의 진정성 보여주지 않으면 채권단 원만한 협조, 시장 신뢰 회복 이끌어내기엔 어렵다”며 “원활한 정상화 위해 태영그룹이 책임 있는 자세, 진정성 가지고 당초 약속한 계획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해 실질적인 자구 노력을 추가하길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 회장은 태영그룹과 대주주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을 계획대로 납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초 약속했던 매각대금을 태영건설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강 회장은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이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오는 11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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