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해 내가 별이다] "지금 내 바둑 인생은 '대국 중반'… 올해가 최대 승부처"
작년초 란커배 역전패 충격
단점 '결승 부담감' 극복해야
바둑경기는 전쟁터와 같아
예선도 100% 최선 다해야
AI 바둑 공부 재미없지만
제일 열심히 한 덕에 승리
팬과 소통하는 '좋은 기사'로
韓바둑에 좋은 영향 미칠것
◆ 청룡의 해 내가 별이다 ◆
29연승을 포함해 사상 첫 100승 돌파, 126승 15패로 승률 88.19%, 국내외 7개 타이틀 획득, 최우수기사상 4연패를 포함해 바둑대상 사상 첫 6관왕, 5년째 세계랭킹 1위…. '신공지능' 신진서 9단은 2023년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바둑계도 신진서를 조훈현-이창호-이세돌을 잇는 차세대 '바둑 레전드'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올해 24세. '2000년생 용띠' 신진서의 해가 돌아왔다. 신진서는 2024년 자신의 해를 맞아 바둑 인생을 돌아봤다. 한 수, 한 수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바둑판에 돌을 놓듯 신중하면서도 자기 생각을 막힘없이 풀어냈다.
묘하게도 용띠 해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기원을 운영하는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신진서는 다섯 살에 바둑을 접해 열한 살이던 2011년까지 아마추어 대회를 휩쓸었다. 그리고 '용띠 해'인 2012년 '전승'으로 입단하며 프로바둑기사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국내외에서 35차례나 우승하며 역대 4위에 올라섰다. '쎈돌' 이세돌 9단(50승)과는 15승 차이다. 지금의 기세를 유지한다면 역대 3위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리고 '24세 용띠 해'를 맞이한 신진서는 "내 바둑 인생은 대국 중반쯤에 와 있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시기다. 체력적으로도 많이 신경 쓰기 시작했고, 내 단점인 결승 부담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완벽했던 적은 없지만 현역 기사들 중에서는 가장 완벽한 바둑기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신진서는 "사실 어릴 때 바둑을 시작하고 입단까지는 굴곡도 없었고 쉽게 실력이 늘었다. 과정은 힘들어도 꾸준하게 성장했다"고 돌아본 뒤 "지금도 꾸준히 하는 AI 바둑 공부는 정말 재미없다. 그런데 그 재미없는 공부를 열심히 한 기사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재미없는 걸 가장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금이 있다. 나는 '재미'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물론 고민도 많다. 그는 "지금은 한 번 성장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 반면 내려갈 위기가 더 많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멈출 신진서가 아니다. "난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 그는 "용띠 해인 올해는 조금 더 의미가 남다르다. 당연히 더 나은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감'이 아닌 '혹독한 연습과 훈련'으로 유명한 신진서답게 명확하게 정리된 답변이 돌아온다. 그렇다면 2023년은 어땠을까. "힐링의 순간은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시즌 초반 란커배 결승에서 1승을 거둔 뒤 2연패를 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스로 무너졌다. 아쉬움보다 내 자신이 한심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타격이 생각보다 컸다. 지난해 응씨배 결승과 아시안게임이 없었다면 회복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특히 '단체전'으로 열리는 아시안게임 준비를 다 같이 너무 열심히 해서 어떻게 해서든 다시 내 페이스를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금메달을 따고 나니 좋더라. 그 순간만큼은 앞서 겪었던 패배의 아픔을 좀 잊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신진서는 "내 2023년에 점수를 준다면 30점이다. 하지만 회복하려 노력을 많이 했고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도 함께 따냈기 때문에 70점은 줄 수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용띠 해 한 단계 더 성장하려는 신진서는 '단점 인정하기'로 시작한다. '결승 무대 압박감'이다. "예선에서는 편하게 내 실력을 다 발휘한다. 그런데 세계대회에서는 쓸데없는 부담까지 너무 갖는다"고 분석한 신진서는 "세계 결승에 임하는 자세, 승부사적 기질이 '역대 1인자' 분들보다는 많이 모자란다. 이 부분을 예전에는 스스로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더 성장하기 위해 냉정하게 인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물론 압박감은 필요하다. 신진서는 "나는 바둑을 둘 때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바둑은 전쟁이고 시합은 전쟁터다. 예선이나 결승이나 100% 최선을 다한다"며 "부담감으로 인해 연구하고 노력해 지금 이런 성적을 내고 있다"고 '압박감'의 긍정적 부분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신진서의 '성장'은 바둑판에만 머물지 않는다. '바둑계'를 바라본다. 팬과 소통, 자신의 활약을 통한 바둑의 발전까지 생각하고 있다. "나무 판 위에 돌을 올리는 것,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그런데 팬들이 지켜보고 있고 후원사와 관계자들은 많은 노력을 해주신다"고 밝힌 그는 "예전에는 지면 기분 나빠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제는 팬들을 위해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우승만큼 재미있는 바둑을 둬서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다.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려 한다"고 다짐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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