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와 시의회 충돌… 돌파구 찾지 못한 채 해 넘겨

이상호 기자 2024. 1. 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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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청사 이전 변경 의회 협의 없이 발표 결정적
시장 기자회견 반박 성명엔 의원 34명 중 33명 서명

민선 8기 출범 이후 줄곧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경기 고양시 이동환 시장과 고양시의회가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또 해를 넘겼다.

겉으로 드러난 갈등은 이 시장 취임 5개월만인 2022년 11월부터다.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에 이 시장이 해외 출장에 나서자 일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인천공항 출국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고양시청사 정문에 설치된 표지석. 이상호 기자

정부가 그해 10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했음에도, 4일 해외 출장을 강행한 이 시장과 굳이 공항까지 찾아가 시위를 한 것에 대한 비판이 함께 제기됐다. 여기까지는 이 시장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대립 수준이었다.

고양시의회는 국민의 힘과 민주당 소속 의원이 각각 17명으로, 모두 34명이다. 이 시장은 국민의 힘 소속이다.

2023년 1월 4일 결정적 상황이 발생한다. 이 시장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시청사 ‘백석 이전’을 전격 발표했다. 고양시의회의 승인과 관련 행정 절차가 거의 마무리돼 착공을 4개월여 앞둔 기존 주교동 이전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예산 절감을 위해 기부채납된 백석동 업무 빌딩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이 과정에서 시민 의견 수렴은 물론 시의회와도 사전에 협의하지 않아 의회 경시는 물론 지방자치제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거셌다. 이 때부터 이 시장과 의회와의 갈등은 대다수 의원으로 확대됐다.

이 기습 발표는 이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을 촉발했다. 여기에 공무 출장 등을 이유로 이 시장의 잦은 의회 불출석도 이런 분위기를 더욱 키웠다.

올해 고양시와 시의회의 업무추진비는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고양시는 올해 시의회 의원 업무추진비를 편성하면서 지난해보다 90%를 삭감해 시의회에 심의를 요청했고, 시의회는 나머지 10%마저 ‘셀프 삭감’했다.

이에 고양시의회는 올해 이 시장을 비롯한 시청 부서 업무추진비와 해외 출장비를 전액 삭감했다.

고양시가 올해 의회 업무추진비를 90% 삭감해 편성한 데는 고양시의회가 지난해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시장 등 집행부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를 90% 삭감한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 지난해 집행부 업무추진비는 최종 추경예산 심의에서 전액 반영됐다.

집행부 업무추진비 전액 삭감으로 올해 시청 직원 사기진작, 각종 회의·간담회, 국내외 연수 프로그램 참여 등에 쓰일 예산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다. 일부 연구용역비도 삭감돼 노후도시 특별법에 따른 도시기본계획 재수립과 계속 사업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갈등 분위기는 지난달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시장은 지난달 15일 올해 의회 예산안 심의 본회의에 불참하고 시의회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의회도 시의원 33명 명의로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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