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우승이면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한다"…'캡틴' 추신수의 라스트 댄스 [MD인천]
[마이데일리 = 인천 김건호 기자] "모두가 의견을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추신수(SSG 랜더스)의 라스트댄스가 시작된다. SSG는 2023년 12월 14일 보도자룔르 통해 추신수의 은퇴 소식을 밝혔다. 추신수는 2024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추신수는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을 만나 은퇴 소감을 전했다. 그는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2021시즌이 끝나고부터 했다. 애초 계획은 1년만 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사실 2년 동안 메이저리그 4~5개 구단에서 제의도 있었다. 그런데 2021시즌 아쉬운 부분도 있었고 SSG에서 1년 동안 선수 생활하며 느낀 점이 많았다"며 "구단이 가는 방향성과 한국 야구를 하면서 부족한 점을 개선하고 바꿀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 선수들이 후배라는 것보다는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동생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미국에서 운동하면서 항상 하고 싶었던 것이 한국말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었다. 경기하며 웃고 떠드는 것이 좋았다. 한국에서 그런 것을 느끼다 보니 1년이지만 무언가 아쉬웠다"며 "2022년 1년 더 해보자고 결정했고 우승한 뒤 그만하겠다 이야기했는데,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씀했다. 내가 떠날 때 아쉬움보다는 구단과 소통을 해 같은 결정을 내리길 원했다. 그래서 작년에도 현역 생활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부산고를 졸업한 추신수는 2001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2005년 시애틀에서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았고 2006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로 트레이드돼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추신수는 2007년 토미존 수술을 받은 뒤 2008년 5월 복귀해 98안타 14홈런 66타점 68득점 타율 0.309 OPS 0.946을 기록했다. 이어 2009시즌 156경기에 나와 175안타 20홈런 86타점 87득점 타율 0.300 OPS 0.883으로 개인 커리어 최다 안타 기록을 작성했다. 2010시즌도 타율 0.300으로 3년 연속 타율 3할을 마크했다.
이후 2013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신시내티 레즈 유니폼을 입었고 162안타 21홈런 54타점 107득점 타율 0.285 OPS 0.885를 기록했다. 112개의 볼넷과 출루율 0.423으로 메이저리그 개인 커리어 최다 볼넷 및 최고 출루율로 시즌을 마쳤다. 이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와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약 1700억 원) 계약을 체결. 역대 한국인 최고 대우 계약이다.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7년 동안 뛴 추신수는 2021년 SSG와 손을 잡으며 처음으로 KBO리그에 발을 들였다. 첫시즌 122안타 21홈런 25도루 103볼넷 타율 0.265 OPS 0.850을 기록했는데, KBO리그 최고령 20홈런-20도루, 최고령 100볼넷 등 기록을 남겼다.
2022년에는 프로 무대에서 첫 우승 반지를 꼈고 감격스러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2023시즌에는 97안타 12홈런 41타점 65득점 타율 0.254 OPS 0.777을 마크했다.
추신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현역 생활 연장과 은퇴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베테랑' 김강민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상황에서 자신까지 팀을 떠나면 팀이 흔들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추신수는 "올해 생각은 50대50이었는데, (김)강민이가 생각지도 못하게 한화로 가게 됐다. 선수들이 잘하겠지만, 나까지 떠나면 두 기둥을 잃어 흔들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누군가가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추신수는 마지막 시즌 최저 연봉(3000만 원)을 받으며 경기에 나선다. 그는 "구단과 상의 끝에 현역 연장을 결정했다. 현역 연장을 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 1도 하지 않았다.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연봉을 안 받는 것이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더 강팀을 만들기 위한 결정이다. 제가 굳이 희생해서 막 팀을 만들어 가겠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추신수는 현역 마지막 시즌 주장직을 맡는다. 신임 감독 이숭용 감독의 요청에 따른 결정이다. 추신수는 어떤 주장으로 팀을 이끌고 싶을까.
그는 "저라고 완벽할 수 없다. 저는 좀 더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한국 문화가 선후배나 나이 차이 때문에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어린 선수의 입에서 정확한 답이 나올 수도 있다. 나는 그런 말을 다 듣고 싶다"며 "그래서 뭔가 바른길로 가고 더 강팀이 될 수 있는 그런 문화를 만드는 첫 발걸음을 내딛고 싶다. 그럼 뒤에 오는 사람도 어느 정도 따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컸다"고 밝혔다.
추신수는 어린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원한다. 그는 "선수들이 문제가 있으면 빨리빨리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가만히 둬서 일을 더 크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며 "우리가 나이가 많은 고참이라고 해서 '야 이렇게 하자'가 아니라 어떤 안을 제시하고 어린 선수들도 의견을 냈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야기해도 어린 선수의 말대로 될지 안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의견을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수들과의 관계도 편안해야 되고 코치진과도 정말 편안하게 소통이 돼야 한다. 그래야 야구장에서 나가서도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소통하는 데 두려움이 없고 거리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추신수의 선수 마지막 목표는 우승이다. 그는 "우리 팀이 2022년 우승했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 내 (현역) 마지막이 그런 모습이면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큰 부상 없이 팀을 잘 이끌어서 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내 개인 기록은 건강하면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몸 관리에 집중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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