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주면 사력다해 태영 살리겠다"… 윤세영 회장 `눈물의 호소` [태영건설 채권단 설명회]
"가능성있는 기업"… 강조했지만
사재출연 규모·SBS지분 매각엔
자리 비우며 채권단에 '무응답'
속빈 자구안에 워크아웃 불투명
"워크아웃 신청은 시작일 뿐이고 여기 계신 대주단 여러분의 워크아웃 (승인)없이는 태영을 되살리기 어렵다.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에 큰 피해를 남겨 줄도산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3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과 관련,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면서 눈물 호소에 나섰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이 채권단에 제시한 워크아웃 자구안이 충분치 않다고 밝혀 워크아웃이 승인될지 미지수다. 특히 강석훈 산업은행장은 "태영 측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저희는 원래 약속한 조항을 끝까지 지켜달라고 촉구했고 그에 대한 확약을 오늘 채권단 회의에서 공표해주길 강력히 요청했다"며 "그러나 아쉽게도 채권단에 태영 측은 구체적인 자구 계획안을 제시하지 않고 단지 '그냥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만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채권단 400여곳이 참석한 설명회에서 윤 회장은 "태영건설의 현재 수주잔고는 12조원이 넘으며 향후 3년간 연 3조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영업이익률도 4%로 동종업계 상위권 회사들 평균보다 좋다. 태영건설은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이대로 태영을 포기하는 것은 단지 저만의 실패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협력업체와 수분양자를 비롯해 채권단을 아픔과 고통으로 몰아넣는 일이 된다"며 "저희 모든 사업장을 무조건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아니다. 절차대로 면밀히 실사해 살릴 곳은 살려서 계속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윤세영 회장은 사재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한 채권단의 질의응답 전에 자리를 비웠다. 작년 11월까지 태영건설을 이끌어 온 윤 창업회장의 장남이자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윤석민 회장은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다.
윤세영 회장은 그룹 모태인 태영건설이 위기에 빠지자 지난해 12월 9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5년 만에 시공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의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했다. 이와 함께 그룹 내 물류사업 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서자 태영건설 워크아웃 임박설이 돌았지만 신청 전까지는 전면 부인해왔다.
그러다 지난달 8일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국회 문턱을 넘고 같은 달 26일 법률공포를 통해 즉시 시행되자 이틀 뒤인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날 태영그룹 측이 채권단에 제출한 현황 보고서 상의 태영건설의 보증채무는 총 9조544억원이다. 이 중 유위험보증(우발채무)은 브릿지보증 1조2193억원과 PF 분양률 75% 미만인 보증 1조3066억원 등 2조5259억이다.
무위험보증의 경우 △SOC사업 보증(1조304억원) △본 PF 분양률 75% 이상(1조769억원) △수분양자 중도금 보증(1조3142억원) 등 6조9785억원으로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태영그룹이 △에코비트(종합환경기업)·블루원(골프장 운영업체) 등 계열사 매각 방안 △대주주 사재출연 △기타 지분 담보 등 외에 SBS 지분 매각과 대주주의 자구노력을 자구안에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알맹이는 빠졌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신용 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하는데 시장 기대치와 동떨어진 자구안 제시에 워크아웃 개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태영그룹 윤석민 회장 416억원+티와이홀딩스 1133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계열사인 에코비트의 매각을 추진해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도 전제했다.
그러나 채권단 관심 사항인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주채권은행인 산은 측은 태영건설의 자구안 약속이 첫날부터 지켜지지 않은데다가 자구노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워크아웃 신청 당시와 달리,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은 금융채권이라고 판단하고 갚지 않은 전력이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태영이 내놓은 자구안이 계열사 매각 정도라 워크아웃에 대한 진정한 의지없는 '공수표'로 보고 있다.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3000억원과 SBS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방안도 제시되어야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양재호 산은 기업구조조정1실장은 설명회에서 "현재까지는 워크아웃을 진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태영이 자구노력을 더 해야 하고 합의된 내용을 더욱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티와이홀딩스 양윤석 미디어정책실 전무는 이날 채권단 대상 설명회가 끝난 직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BS 지분 매각도 가능하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양 전무는 "SBS는 (매각에) 법적 제약이 있다는 점을 채권단에 계속 말씀드리고 있고, 그럼에도 채권단에서 계속 얘기가 나온다면 가능한 방법이 있나 찾아보겠다는 것이지, 꼭 그런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윤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과 관련해서는 "충분히 필요성을 인식하고 준비해 진행하고 있다"며 "11일 채권단 결정까지 시간이 있으니 주채권 은행을 통해 채권단 상황을 보고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일부만 태영건설 지원에 사용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세세히 못밝히지만, 모든 매각대금은 태영건설을 위해 지원했거나 지원할 것"이라고 부인했다.
한편 이날 자구안 발표 전에 마감한 유가증권시장에서 태영건설은 전 거래일 대비 23.85% 오른 32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선주인 태영건설우는 상한가(30.00%)를 기록했고, 대주주 티와이홀딩스와 티와이홀딩스우도 각각 11.89%, 29.96% 올랐다. 그룹 관계사인 SBS도 5.42% 상승 마감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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