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00개 업체 난립…안전배달 위한 ‘대행사 등록제’ ‘라이더 자격증’

김해정 기자 2024. 1. 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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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린 2023년 마지막날에도 배달 주문이 폭주해 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고가 날 수도 있는데 업체에서는 '차로는 눈이 좀 녹았을 테니 운전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어요. 최소한의 안전 조처도 없이 그저 배달 물량을 채우라며 라이더를 도로 위로 내몰고 있습니다."

라이더유니온은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상악화 대응 매뉴얼 마련뿐 아니라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이들이 배달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라이더자격제 도입,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준수하는 업체만 배달대행 허용(대행사등록제) 등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종합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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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연 배달안전 종합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교현 지부장이 라이더자격제와 대행사등록제, 폭염·한파 등에 필요한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설이 내린 2023년 마지막날에도 배달 주문이 폭주해 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고가 날 수도 있는데 업체에서는 ‘차로는 눈이 좀 녹았을 테니 운전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어요. 최소한의 안전 조처도 없이 그저 배달 물량을 채우라며 라이더를 도로 위로 내몰고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주로 배달일을 하는 위대한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라이더유니온) 쿠팡이츠협의회장은 최근 폭설이 내린 날 미끄러져 큰 사고를 당할까봐 마음을 졸였다. 정부가 배달대행·플랫폼 업체에 ‘기상악화 대응메뉴얼’을 마련토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지금은 폭우·폭설·폭염·한파 같은 기상악화가 닥쳤을 때 주문 중단, 배달거리 제한 조처 등 라이더들의 산업재해(산재)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조차 없다고 했다.

라이더유니온은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상악화 대응 매뉴얼 마련뿐 아니라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이들이 배달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라이더자격제 도입,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준수하는 업체만 배달대행 허용(대행사등록제) 등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종합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국토교통부 자료(2022년)에 따르면 배달대행이나 플랫폼 업체 등에서 일하는 전국 배달원 수는 23만명 7천여명에 달한다.

라이더유니온은 안전교육 이수, 이륜차 면허 소지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이들만 배달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라이더자격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배달 노동은 별다른 문턱 없이 쉽게 진입할 수 있어 교통사고나 산재에 더 취약하다. 지난해 상반기 배달업 산재 인정 사례(산재보험 승인)는 모두 1006건으로 그 중 63.5%는 배달을 시작한 지 6개월 이하 라이더가 피해자였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업 산재는 배달일을 시작하는 데 아무런 제도적 규제가 없기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배달업에 가장 많이 쓰이는 125cc 이륜차는 별도 면허가 필요없고 1종 보통 (자동차) 면허만 있으면 운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대행사등록제’ 도입도 요구했다. 생활물류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법을 준수하는 업체만 배달대행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배달업계에는 대형 플랫폼 업체 뿐 아니라 각 지역별로 7900개의 배달대행업체가 난립해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지부 조직국장은 “누구나 창업을 할 수 있어 사업자가 난립하는데, 이들 중에는 운전면허조차 확인하지 않고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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