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외면 여론, 왜 민주당과 신당으로 향하지 않는 걸까

구민주 기자 2024. 1. 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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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신년 여론조사서 尹 부정평가·‘총선 정권 견제론’ 50% 넘어
양당 지지율 비슷, 신당도 미미…“누가 먹고살게 해줄지 끝까지 지켜볼 것”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갑진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각종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에서 새해를 맞아 발표한 여러 여론조사에서 커다란 공통점이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와 4월 총선에서의 '정부 견제론'이 과반을 기록했지만, 이것이 더불어민주당 또는 신당에 대한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지금, 선거 성패를 가를 30% 안팎의 표심이 여전히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36%, 부정 평가는 56%로 나타났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지원론'은 42%,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견제론'은 49%였다. 집권 2년차를 마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싸늘한 국민 평가가 반영된 결과다.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선 윤 대통령 긍정 평가가 36%, 부정 평가가 59%였다. 총선 성격 역시 '정부 견제론'이 60%로, '정부 지원론'(45%)을 크게 앞질렀다. SBS가 입소스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긍정 평가는 32% 부정 평가는 60%였으며, '정부 견제론'은 52% '정부 지원론'은 40%였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한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긍정 평가 35% 부정 평가 59%, '정부 견제론'은 52% '정부 지원론'은 41%였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조사도 윤 대통령 긍정 평가 37% 부정 평가 60%, '정부 견제론'은 53% '정부 지원론'은 39%로 집계됐다. 그 외에 발표된 다른 조사에서도 격차의 정도만 있을 뿐, 반대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월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

민주당도 신당도 아냐…표류하는 尹 부정평가층

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견제·부정 여론에 따른 야당의 '반사이익'은 포착되지 않았다. 앞선 조사들에서 실시한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전부 '오차범위 내 박빙'을 이뤘다. 대체로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소폭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우·열세를 가리기 무의미한 정도의 격차다.

민주당으로 향하지 않은 '대통령 부정평가자'들은 신당을 택했을까. 복수의 조사에서 대표적인 신당 세력인 이준석 신당(가칭 '개혁신당')과 이낙연 신당은 각각 지지율 10%대 안팎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다. 팽팽한 양강 구도에 일정 부분 균열을 가할 수 있는 수치지만,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해석하긴 어렵다.

조선일보 조사에선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각각 7%, 4%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조사에선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이 출범하면 현재 지지하는 정당을 바꿀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18%가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바꿀 의향이 없다"는 74%로 나타났다. SBS에선 신당을 포함한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 33%, 국민의힘 27%, 이준석 신당 12%, 이낙연 신당 8% 순으로 나타났다. 복수의 조사헤서 신당을 지지할 마음이 없다거나 반대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자 중 상당수는 여전히 민주당도, 신당도 아닌 '무당층'으로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지 정당이 없다'거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종 조사에서 적게는 10%대 후반, 많게는 30%대까지 나타나고 있다.

총선에서 어느 정당을 뽑을지 결정하지 못한 비중이 각 정당 지지율을 앞질러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KBS 조사에선 자신의 지역구에서 어느 당 후보를 뽑을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투표할 후보가 없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41%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들의 최종 결정이 총선 승패를 가르는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연합뉴스

"양당 흡수력 적을 듯…신당 행보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거대 양당이 무당층을 대거 흡수할 가능성이 적다고 내다봤다. 양당을 이끄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중도 확장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3일 통화에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흡수하지 못하는 요인은 이재명 대표에게 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사당화 움직임이 중도·무당층의 표심을 계속해서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지지율 정체에 대해선 "한동훈 위원장이 이제 막 시작한 만큼 평가내리기 이른 감이 있고 또 일부 기대감이 살아있는 것 같긴 하다"면서도 "지금까지의 행보를 봤을 땐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할 가능성이 지극히 적어 보인다. 이대로라면 정당 지지율 30%대 이상 기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양당이 중도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원장은 "대통령이 좋냐 싫으냐를 평가하는 건 직관적이고 쉽다. 하지만 그래서 내 표를 어느 정당에 던질 것이냐는 질문엔 주저하게 되고 결국 '모르겠다'로 확 빠져버린다"면서 "지금의 '학습된 중도층'은 이제 더 이상 이 쪽이 싫다고 해서 저 쪽을 택하는 단순한 결단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원장은 "이제 이들은 더 이상 대통령이 시장을 방문한다고 해서, 양당 대표가 번지르르한 말만 던진다고 해서 표를 주지 않는다. 선거 막판까지 지켜보다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은 정당에 표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무당층이 30%를 넘나드는 이유는 지난 1~2년 동안 양당 어느 쪽도 이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만일 총선 당일까지 어느 당도 그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대거 투표를 포기할 것이며 양당으로 비슷하게 흩어져 버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총선까지 90여 일 동안 각 '신당'이 보여줄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최창렬 교수는 "많은 유권자들이 신당들이 과연 표를 줄 만한지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거대 양당을 뛰어넘는 새로운 어젠다를 던지고 주도하지 못한다면 무당층 상당수는 결국 또 다시 막판에 익숙한 양당으로 흡수될 것"이라도 봤다.

최진 원장도 "중도·무당층이 양당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신당을 택할 거라고 생각해선 오산"이라며 "'신당이 우릴 먹고살게 해줄 것이다' '대안세력이다'라는 판단이 선다면 총선 직전에라도 눈에 띄게 신당으로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KBS 조사 : 지난달 28일부터 사흘 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로 진행해 1일 발표. 응답률은 15.4%,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최대 ±3.1%포인트.

조선일보·TV조선 조사 : 지난달 30일부터 이틀 간 전국 성인 1018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로 진행해 1일 발표. 응답률은 13.9%,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중앙일보 조사 : 지난달 29일부터 이틀 간 전국 성인 1017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해 1일 발표. 응답률은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MBC 조사 : 지난달 29일부터 이틀 간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로 진행해 1일 발표. 응답률은 10.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포인트.

SBS 조사 : 지난달 29일부터 이틀 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로 진행해 1일 발표. 응답률은 10.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포인트.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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