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 큰 거 간다…올해 한국미술·문화재계 주목거리

노형석 기자 2024. 1. 3. 1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용의 해’ 미술·문화재 판 전망
지난 1995년 개관 당시 찍은 이탈리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국가관 개관 30돌을 기념해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는 한국관 전시와 별개로 대규모 기념 전시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는 베네치아로 간다’

새해 한국 미술계에서 단연 손꼽는 화두다. 세계 최대 규모의 격년제 국제미술제로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60회째 행사가 4~11월 진행된다. 특히 올해는 1995년 비엔날레의 한국 국가관이 처음 현지에 개설된 이래 30주년을 바로 앞두고 열리는 행사여서 여러 기념 전시와 행사들이 마련된다. 한국관 전시를 주관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구정아 작가가 준비 중인 한국관 전시와 별개로 역대 한국관 출품작가들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기념전시를 베네치아 시내의 대형건물에서 진행할 예정이며 산하 아르코미술관은 베네치아 현지 작가들과의 협업전 등도 준비하고 있다.

1995년 창설돼 올해로 역시 30주년을 바라보는 광주비엔날레도 베네치아에서 큰 전시판을 벌인다. 30돌 기념으로 역대 비엔날레 전시 기록과 자료들을 1회 대상 수상자인 쿠바 작가 카초의 수상작 재현 설치조형물과 함께 전시하는 아카이브 특별전을 4월 연다. 또, 베네치아 시내에서는 비엔날레와 연계돼 상업화랑이 기획한 이배 작가와 작고 대가 유영국, 이성자의 개인전이 열리게 된다.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Everywhere)’란 비엔날레 전체 전시주제와 개별적인 한국 전시들이 어떻게 엮을지가 관전의 초점이 될 듯하다.

2월부터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여는 필립 파레노의 전시장. 독일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레노에서 전시할 당시 광경이다. 리움 제공

아시아 최대 비엔날레인 15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와 국가관 전시는 9월 열린다. ‘판소리-21세기 사운드스케이프’를 주제로 프랑스 출신의 미술계 저명 비평가인 니콜라 부리오가 총감독을 맡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개국 넘는 대형 국가관 파빌리온 전시를 광주 시내 일대에서 벌인다는 점.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복사판에 다름아니라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어떤 콘텐츠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베네치아 한국관과 광주비엔날레의 창설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백남준의 경우 그가 1984년 새해 벽두 벌였던 기념비적인 위성쇼 대작인 ‘굿모닝 미스터오웰 방영’ 40주년을 맞는다.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굿모닝미스터오웰 40주년 기념전을 3월21일 시작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도 베네치아 비엔날레 관련한 기념행사 협업을 논의할 참이다. 세월호 참사 10주년과 관련해서는 희생 학생들의 연고지인 경기도 안산 경기도미술관에서 4월 대규모 추모전을 준비 중이며, 윤동천 작가의 세월호 기억 리본 조형물도 설치를 염두에 두고 협의 중이다.

지난해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의 키아프플러스(+) 전시장 . 그랜드볼룸 연회장을 개조해 만든 임시 전시공간에 30여개 소장 화랑업체들의 부스가 들어찬 모습이다. 미술품장터인 아트페어가 시장을 압도하는 현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술제도 측면에서는 공공미술관 관장 선임을 놓고 여전히 음울한 퇴행이 지속되느냐가 관심사다. 안타깝게도 연말인 지난 29일 공석이던 대구미술관장 자리에는 불과 다섯달 전 홍준표 시장의 초상화를 이 미술관 개인전 자리에 바꿔서 내걸며 물의를 빚었던 대구미협 간부 출신의 노중기 작가가 임명돼 다시 특혜성 임명 논란이 불거졌다.

인천과 전주 등 10곳을 넘는 시·도·군 등의 지자체들이 미술관 신설을 준비하고 있어 올해도 공공미술관 관장 공모를 둘러싼 여러 잡음과 전시 콘텐츠, 운영 얼개를 둘러싼 논란 등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관장 선임을 놓고 밀어주기 의혹 등 여러 구설이 오갔던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4월 국내 최초 여성 조경가 정영선 개인전과 9월 아시아여성 미술전 등의 전시 일정이 나왔으나 김성희 관장이 원만하게 부처 내 갈등을 조율하고 조직을 안정화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아직 학예실장이 공석인 상태(현재 공모 진행 중)에서 미술관장 경험이 없는 김 관장이 관의 방대한 조직과 내부 갈등이 상당한 학예실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미술계가 주시하고 있다. 리움의 경우 전시장 전체를 오브제들이 유영하는 거대 작품처럼 만드는 알제리 출신 거장 필립 파레노의 국내 첫 개인전을 2월 개막하는데 리움 역사상 가장 큰 대형 전시다.

9월엔 한국계 서구작가로 독특한 유기적 생태 미술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아니카 이의 개인전이 열린다. 리움 산하 호암미술관은 3월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젠더(gender) 관점에서 조명하는 세계 최초의 기획전 ‘여성과 불교’를 열어 국외 미술관들이 주로 소장한 불화 등의 불교미술품들을 출품하면서 불교미술 역사 속 여성이미지를 조명한다. 9월에는 1980년생 스위스의 스타 작가 니콜라스 파티의 개인전도 마련된다.

시장에서는 불경기 속에 여전히 아트페어가 득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작년에 본격적으로 표면화한 아시아 주요 도시들의 아트페어 시장 경쟁이 올해 더욱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홍콩의 아트바젤을 위시해 한국의 프리즈 키아프, 일본의 도쿄 겐다이와 싱가포르의 아트에스지 등이 대표적인 페어들이다. 아트페어가 너무 남발되다 보니 미술품을 시장 장터 마냥 소비하는 유행에 대한 피로증도 커져 아트페어의 대안적 성격을 모색하는 여러 시도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 측면에서는 지난해 미술진흥법, 미술품 유통법이 통과됐으나 추급권이나 물납제 등에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현실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만큼 시행령을 놓고 작가와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 여러 의견과 논의가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작고한 단색조 회화의 대표작가 박서보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와 상속 작품에 대한 물납제 논의 여부 등도 관심사다.

문화재 동네의 경우 5월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다른 유무형 문화재의 명칭도 국가유산의 범주에서 모두 바뀌는 개념과 명칭의 대개편 작업이 마무리된다. 고려시대 명품 탑인 지광국사탑이 고향인 원주 법천사터 유물전시관에 올해 중 복원되어 공개되는 등 훼손되거나 제자리를 잃은 문화유산들의 복원 작업은 올해도 계속된다. 지난해 한국이 위원국으로 선임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7월 열려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가혹 행위로 악명높았던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심의를 진행하며 12월 개최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위에서 한국의 ‘장담그기’의 등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밖에 미술사학계에서는 한국미술사학회가 ‘물질문화와 미술’이란 주제로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 초 미국 하버드대 미술사학과와 공동주최하는 미술사학술대회가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근대미술사학회가 9월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여성 한국화가 기획전과 함께 여는 여성 한국화가 학술대회도 주목할 만하다.

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