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vs이정후vs오타니…亞 빅리거 NL 집결, 투타 맞대결 흥미진진

최민우 기자 2024. 1. 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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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우석 ⓒ 곽혜미 기자
▲ 고우석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시아 선수들이 내셔널리그로 집결한 가운데, 이들의 투타 맞대결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의 저명기자 존 헤이먼은 3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샌디에이고와 한국인 오른손 투수 고우석의 계약이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할 것이라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포스팅 마감 직전 고우석은 극적으로 메이저리그 입성에 근접하게 됐다.

고우석은 일찍부터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충암고 출신인 고우석은 2017년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그리고 빠르게 기량을 끌어올렸고, 2019년부터 LG 뒷문지기 역할을 수행했다. KBO리그 통산 7시즌 동안 354경기 368⅓이닝 19승 26패 6홀드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며 LG 클로저로 활약했다.

150km를 훌쩍 뛰어넘는 패스트볼을 뿌리는 고우석은 압도적인 구위로 리그를 호령했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타자들의 배트를 헛돌렸다. 고우석의 활약은 LG의 성적 향상으로 직결됐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한 LG는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했고, 우승 후보로 언급됐다.

특히 2022년이 가장 눈부셨다. 고우석은 61경기에서 60⅔이닝을 소화했고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활약했다. 고우석은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LG 구단 최초 40세이브 고지를 밟았고, KBO리그 최연소 40세이브 주인공이 됐다. 아울러 LG 소속으로는 2003년 이상훈(30세이브) 이후 19년 만에 세이브왕 타이틀 홀더가 됐다.

▲고우석. ⓒ 연합뉴스

하지만 2023시즌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고우석은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어깨 부상을 입으며 불안정하게 시즌을 시작했다. 여기에 부침까지 겪으며 고우석은 44경기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의 성적표를 남겼다. 한국시리즈에서도 4경기 1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8.31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고우석은 한국시리즈 직후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 고우석도 꿈꿔왔던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을 선언했다. LG와 곧바로 논의에 들어갔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LG는 ‘헐값에는 보내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며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을 허락했다.

샌디에이고에서 오퍼를 받은 LG. 고심 끝에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했다. 고우석은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한다면, 샌디에이고에 입단하게 될 전망이다. 그리고 내셔널리그에 집합한 이정후, 오타니 쇼헤이 등 아시아 선수들과도 흥미로운 맞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 고우석 ⓒ곽혜미 기자

◆ 현지 언론 관심도 뚝…포스팅 D-1 극적 협상

야심차게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크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고우석이 자유계약 선수가 아닌 탓이다. 지난 5일 포스팅을 신청한 고우석은 30일 동안 메이저리그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을 벌일 수 있다. 기간 내에만 협상 테이블을 펼칠 수 있었다. 더구나 포스팅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하는 점도 자유계약 신분과 다른 점이었다.

그나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고우석을 주목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과 김광현이 뛰었던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뒷문 보강이 절실했던 세인트루이스는 고우석 영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일본인 불펜 투수 마쓰이 유키에 더 관심이 컸다. 더구나 마쓰이는 자유계약 신분이었다. 하지만 마쓰이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세인트루이스는 빈손에 그쳤다.

세인트루이스가 마쓰이를 놓치고 고우석과 접촉하는 건 너무 촉박했다. 포스팅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포스팅 비용도 부담이었다. 결국 고우석의 세인트루이스행은 없던 일이 된 셈이다.

미국 현지 언론의 관심도 시들어갔다. 포스팅 초반만 하더라도 고우석의 장점과 이력을 소개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고우석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계속 흘러갔고,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실패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포스팅 마감 하루를 남겨두고 반전이 일어났다.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이적 소식이 들려온 것. 이번 겨울 마무리 투수 조쉬 헤이더가 FA 자격을 얻으면서 불펜이 헐거워진 샌디에이고가 고우석과 접촉했다. 샌디에이고는 마쓰이를 영입했지만, 중간 계투 요원으로 보고 있다. 고우석을 마무리로 기용할 계획이다.

▲ 고우석 ⓒ곽혜미 기자

◆ LG 트윈스 허락 떨어졌다, 고우석 샌디에이고 입단 유력해졌다

고우석과 샌디에이고가 계약에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LG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이미 LG는 ‘헐값 계약’에는 고우석을 보내지 않기로 기조를 세웠다. 계약 규모가 선수와 구단의 자존심은 지킬 수 있는 수준에는 도달해야 했다.

LG는 고심 끝에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했다. 3일 LG는 “고우석이 포스팅 절차에 따라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LG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오퍼를 보내온 메이저리그 팀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구단의 허락까지 받아낸 고우석은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메디컬 테스트 및 계약 진행을 위해서다. LG는 “고우석은 메디컬테스트를 포함한 계약 진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했다. 이로써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입단이 유력해졌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 든든한 조력자, 김하성 있는 샌디에이고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의 소속팀이다. 김하성도 2021년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샌디에이고에 입단했다. 4+1년 28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김하성은 데뷔 시즌에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2년차이던 2022년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약물 적발과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자, 당시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김하성에게 유격수를 맡겼다. 김하성은 정상급 수비 능력을 자랑하며 샌디에이고 센터라인에 뿌리내렸다.

2023년은 김하성에게 가장 눈부신 순간이었다. 잰더 보가츠 합류로 2루수로 자리를 옮겼지만, 김하성은 더 펄펄 날았다. 2루뿐만 아니라 유격수, 3루수로도 활약한 김하성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내야수로는 처음으로 골드글러브 유틸리티 부문 수상자가 됐다.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의 입지는 여느 스타플레이어 못지않다. 김하성도 이미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새로운 한국인 선수가 샌디에이고에 입단했을 때 적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을 맺기 전만 하더라도, 김하성은 “이정후가 샌디에이고에 왔으면 좋겠다.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정후가 누리지 못했지만, 고우석이 특급 조력자 김하성의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경기장 안팎으로 김하성의 존재는 고우석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우석은 김하성에게 현지 문화와 팀 적응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그라운드에서는 수비에서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후(왼쪽)와 고우석. ⓒ곽혜미 기자
▲ 오타니 쇼헤이

◆ ‘매형’ 이정후,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와 맞대결도 흥미진진

이번 겨울 아시아 선수들은 모두 내셔널리그로 집결했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 계약을 맺었고, 오타니 쇼헤이도 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 야마모토 요시노부 역시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 5000만 달러 빅딜을 체결했다. 마쓰이도 샌디에이고와 5년 총액 28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아시아 선수들 모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집결했다.

여기에 고우석까지 합류하게 됐다.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의 메디컬 테스트를 거쳐 정식 계약을 거친다면, 아시아 선수들이 같은 지구에서 투타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헤이먼 기자의 말대로 고우석이 마무리 투수로 기용된다면, 경기 막바지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만한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매형인 이정후와 맞대결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고우석은 이정후의 여동생 이가현 씨와 결혼해 ‘바람의 손자’ 가문의 가족이 됐다. 고우석과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여러 차례 맞대결을 펼쳤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맞붙는 건 그 의미가 다르다. 이정후와 고우석의 KBO리그 상대 전적은 10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 타율 0.300 출루율 0.333 장타율 0.300 OPS(출루율+장타율) 0.633으로 이정후가 고우석의 우위에 서 있다.

여기에 고우석은 타자 오타니도 상대한다. 투타겸업을 하면서도 메이저리그 강타자로 우뚝 선 오타니는 2024시즌은 타자에만 전념한다. 지난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탓이다. 오타니는 2023시즌에는 타자로 135경기에서 44홈런 95타점 102득점 타율 0.304(497타수 151안타) 출루율 0.412 장타율 0.654 OPS 1.066으로 펄펄 날았다. 투수로도 23경기에서 132이닝을 소화했고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투타 모두 맹활약한 오타니는 커리어 두 번째 만장일치 아메리칸리그 MVP를 차지했다.

일본 언론도 고우석과 오타니의 맞대결에 주목하고 있다. 2023 WBC를 앞두고 고우석은 “오타니에게 가운데로 공을 던지며 홈런을 칠 것 같다. 던질 곳이 없다면 아프지 않은 곳에 맞히겠다”고 말했기 때문.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주니치 스포츠’는 3일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에 입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우석은 오타니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지겠다고 한 선수다”며 오타니와 고우석의 투타 맞대결에 관심을 보였다.

▲ 고우석 ⓒ곽혜미 기자

◆ 28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고우석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에 입단한다면, 한국인 28번째 메이저리거가 된다. 1994년 박찬호가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탄생했고, 이후 조진호, 김병현, 이상훈, 김선우, 봉중근, 서재응 등 투수들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2002년 최희섭이 시카고 컵스에서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야수로 데뷔했고, 이후에는 백차승, 구대성, 추신수, 류제국, 류현진, 임창용, 강정호 오승환, 박병호, 이대호, 최지만, 김현수, 황재균, 김광현, 김하성, 양현종, 박효준, 배지환 등 투타 가리지 않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섰다.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서 성공하면서 2024시즌을 앞두고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체결. 27번째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됐다. 여기에 고우석까지 샌디에이고와 정식 계약을 맺는다면 28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 고우석 ⓒ곽혜미 기자

◆ 고우석의 98마일짜리 돌직구, 미국에서도 통할까

고우석은 구속 15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을 꾸준히 뿌릴 수 있다. 최고구속은 157km. 마일로 환산하면 98마일에 육박한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재능이다. WBC를 앞두고 한국 야구 대표팀은 미국 애리조나에 투손에서 전지훈련을 가졌는데, 고우석은 강력한 패스트볼을 뿌리며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 야구 전문 매체 ‘베이볼 아메리카’도 “한국에는 98마일짜리 패스트볼을 던지는 고우석이 있다. 마무리 투수다”며 고우석의 빠른 구속을 소개한 바 있다. 고우석은 패스트볼 뿐만 아니라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도 구사한다.

미국에서도 고우석의 패스트볼이 통할까. 메이저리그에는 이미 100마일(160km)를 던지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고우석의 공이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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